e스포츠 월드컵 2024, 7월 3일 개막

e스포츠의 최대 축제가 열린다
2024년 07월 02일 16시 36분 21초

한국시간 7월 3일(현지 시간 7월 2일)에 진행되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기대도 많았고 우려도 많았던 ‘e스포츠 월드컵(EWC) 2024’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두 달 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사우디아라비아 e스포츠연맹’이 주관하는 이 대회는 e스포츠의 ‘끝판왕’을 표방하는 대회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전 세계 e스포츠의 중심으로 만들어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는 만큼 그 규모나 상금 액수에 있어 최고를 자랑하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사실 사우디아라비아를 e스포츠의 허브로 만들기 위한 행보는 몇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사우디 국부 펀드 산하의 ‘SGG그룹’이 인수한 ESL(e스포츠 리그)을 통해 22년과 23년도에 대단위 e스포츠 대회인 ‘게이머스 8’을 개최한 이력도 있다. 참고로 이름에 8이 붙는 것은 8주간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숫자다.

 

‘게이머스 8’은 올 해 처음으로 열리는 ‘EWC 2024’의 전신 성격을 지닌 대회다. 그러한 만큼이나 EWC는 ‘게이머스 8’에 비해 보다 커진 규모와 더 많은 상금을 걸고 진행되며, 명칭에 연도가 붙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매년 진행될 예정이기도 하다. 

 


 

23년 진행된 ‘게이머스 8’의 경우 총 12개 종목에 4500만 달러의 상금 규모로 진행됐다. 하지만 EWC 2024는 19개 종목 21개의 게임을 대상으로 하며 총 상금 규모도 6천만 달러 이상으로 증가했다. 지금까지 개최된 e스포츠 대회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총 상금 또한 8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 수익성 악화가 진행되는 e스포츠 시장

 

근래 들어 많은 e스포츠 대회들이 사라지고 규모가 축소된 상황에서 EWC 2024가 가지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국내에서도 LCK를 제외하면 현재 흥행하고 있는 리그가 거의 없는 실정이고, 20년대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장르의 국내 e스포츠 팀들도 상당수 사라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e스포츠 종목들의 자립도도 악화됐다. 메이저 종목이 아닌 이상 프로게이머 선수로 살아가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 만들어졌고, 전반적인 e스포츠의 파이도 협소해졌다. 많은 선수들이 프로게이머 생활을 포기하고 개인 방송 등으로 전향하는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해가 갈수록 상황은 더 나빠졌다. LOL과 같은 메이저 e스포츠는 그나마 건재하지만 다른 종목들은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규모가 큰 e스포츠 대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며 대회 자체도 소규모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에 끝난 GSL은 메인 스폰서가 없는 상태로 대회가 진행됐다

 

무엇보다 e스포츠의 근간이 되는 프로 팀들의 수익성이 점점 낮아지면서 e스포츠 시장을 지탱할 힘이 약해졌다는 것이 문제다. 다른 스포츠 경기처럼 경기 관람료를 받기도 어렵고 게임 제작사의 지원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문제도 있다. 

 

특히나 다양한 종목의 e스포츠들이 난립하다 보니 성장도 더디고 집중도도 약하다. 결과적으로 일부 메이저 종목을 제외한 수많은 e스포츠 종목들은 유명무실한 상태가 됐고 나름 메이저 e스포츠라고 하는 종목들 역시 다수의 팀 해체가 이루어지며 규모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 그래서 참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22년 개최된 ‘게이머스 8’은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e스포츠 시장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나 지금까지의 대회들과는 차원이 다른 상금 규모는 충분한 동기 부여를 만들었다.

 

심지어 ‘게이머스 8’은 단일 대회가 아닌 종합 e스포츠 대회로 진행됐다. 그만큼 적지 않은 e스포츠 종목에 도움을 주었고, 팀의 재정 확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올 시즌 새로이 탄생한 EWC 2024는 ‘게이머스 8’에 비해 보다 많은 종목이 신설되고 상금 규모도 더 커졌다. 중급 이상 대회의 우승 상금이 1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800억을 훌쩍 넘어서는 총 상금액은 가히 엄청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참가만 해도 기본적인 개런티가 주어진다.

 

실제로 EWC 2024 종목 중 가장 낮은 금액이 걸린 종목의 전체 상금이 약 7억원 수준이고, 총 상금이 가장 높은 도타 2의 경우는 69억에 달한다. 상금 분배 역시 우승자가 가장 많이 받는 구조이기는 하나 그 외의 등수에게도 상당한 금액이 돌아간다. 참가만 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높은 총 상금을 자랑하는 도타2.

가장 인기가 높은 LOL의 상금이 낮은 것은 롤드컵보다 상금을 낮춰 달라는 라이엇 게임즈의 요청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EWC에는 종목 별로 우승자를 가리는 일반적인 경기 외에도 클럽에 속한 팀들이 각 종목에서 얻은 점수를 합산, 최강 클럽을 가리는 별도의 ‘클럽 챔피언십’이 존재한다. 

 

클럽 챔피언십에만 걸린 총 상금만 2천만 달러, 270억이 넘는다. 1등 클럽에게는 100억에 가까운 금액이 지급되며 최하위 등수인 16등에게는 2억 7천만원 정도가 지급된다. 6등만 해도 대략 14억 정도를 받을 수 있다. 

 


 

그러한 만큼이나 클럽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클럽은 1년간 해당 클럽이 벌어들인 수익의 몇 배에서 많게는 수십배의 추가 수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팀이나 선수, 클럽의 입장에서 EWC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나 재정이 어려운 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의 e스포츠 리그들도 일정을 조정하며 EWC 참가에 협조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e스포츠 리그인 LCK 역시 젠지와 T1의 참가를 위해 1주일의 휴식기를 가진 상태다(참고로 젠지와 T1 모두 클럽 챔피언십에도 참가한다). 이쯤 되면 EWC가 주 목적이 될 수 있을 만한 수준이다.   

 

- 시청자에게도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EWC 2024는 선수나 팀뿐 아니라 이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상당히 의미가 있는 대회다. 수많은대회의 규모가 축소되고 사라지면서 경기를 보는 것도 쉽지 않아진 상황이다. 손쉽게 시청이 가능한 대회는 분명 메리트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례로 과거 ‘스타크래프트2’ 리그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을 당시에는 국내 리그뿐 아니라 IME 등 다양한 국제 대회를 게임 채널이나 기타 여러 루트를 통해 쉽게 시청이 가능했다. 여기에 한국어 중계는 필수적으로 따라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어 중계는 고사하고 경기를 보는 것도 어려워졌다. 트위치 등에서 송출되는 영상을 찾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고, 막상 경기를 보더라도 영어 중계가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양한 외국어 해설로 진행되는 방송을 보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EWC 2024는 다양한 루트로 중계가 제공된다. 공식적으로 지원되는 방송의 경우 언어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적어도 트위치에서 러시아어로 나오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경기를 보거나 하는 일은 없다.

 

물론 이는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다. 하지만 e스포츠 대회 규모가 워낙 협소해지다 보니 나오는 웃지 못할 문제인 것도 맞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해당 종목의 인기가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는 하다. 대회의 규모 자체가 작아지니 이를 시청하는 인원도 줄어들게 되고 결국 중계 자체도 적어진다. 보고 싶어도 편하게 볼 수 없는 상황, 그리고 언어의 장벽은 팬들을 e스포츠에서 더욱 멀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종합e스포츠 대회가 되어버린 EWC의 등장은 팬들에게 상당히 반갑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심지어 EWC는 최고들만 모이는 대회다. 기존에 있던 규모 있는 대회의 우승자, 또는 상위권을 기록한 선수나 팀에게만 참가가 허락된다. 올림픽처럼 선발전을 거쳐 참가하는 경우도 있다. 

 

한 마디로 다양한 e스포츠 종목의 끝판왕 매치가 펼쳐지는 것이 바로 EWC다. 이러한 상황이 가능한 것은 역시나 다른 e스포츠 대회와 차별화된 압도적인 상금 덕분이다. 최고의 실력자라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당근이다.  

 


EWC 2024의 총 상금 규모

 

그러한 만큼이나 세계적으로 많은 이슈가 되고 있고, 많은 시청자들이 경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수많은 예비 시청자들의 존재는 각 국의 미디어들에게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파이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 등 e스포츠의 인기가 높은 다수의 국가 매체들이 자국 언어의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 역시 ‘SOOP(구 아프리카TV)’에서 모든 경기의 한국어 독점 중계권을 획득한 상태다. 

 

이미 LOL의 경우는 모든 경기가 한국어 중계로 방송될 예정이며, 발로란트 같은 다른 일부 종목 역시 한국어 중계를 할 가능성이 높다. 공식 한국어 중계가 되지 않는 종목도 아프리카TV의 BJ들이 해설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의 e스포츠 중계 상황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다. 이를 통해 팬들도 안정적으로 중계를 볼 수 있게 됐고 선수는 물론이고 뚜렷한 수익 모델이 많지 않은 e스포츠 클럽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상금을 통해 재정 난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 EWC는 매우 긍정적, 다만…

 

현재 많은 e스포츠 팀들이 재정 난을 호소하고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로 인해 수많은 팀이 해체됐고, 현재도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팀이 많다. 

 

이는 e스포츠 자체가 수익성을 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른 스포츠처럼 선수 이적을 통해 수익을 내기도 어렵고, 관중 수익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특정 게임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기껏 해야 광고나 굿즈 정도, 혹은 광고 효과를 기대한 스폰서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EWC의 존재 자체는 수많은 클럽이나 팀에게 큰 힘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특정 종목의 상위권 팀에게나 해당되는 제한적인 힘이기는 하다. 여기에 EWC 자체가 사우디아라비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대회인 만큼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EWC가 e스포츠 시장에 조금이나마 ‘여지’를 주었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앞으로 사그러들기만 할 e스포츠의 불씨를 키워 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e스포츠 시장이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본이다. EWC를 계기로 다양한 자본의 참여와 더불어 체계적인 시스템의 정립, 그리고 확실한 수익 모델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가올 EWC 2024의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도 크다. EWC 2024의 성공은 e스포츠의 정착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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