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가 승리했다. 올 시즌, 아니 근래 있었던 경기 중 최고의 명승부가 펼쳐졌다.
4월 6일 진행된 젠지와 한화생명e스포츠의 승자전 경기에서 젠지는 쵸비의 신들린 활약 속에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3대 1 승리를 거두고 가장 먼저 결승전에 진출했다.
한화생명e스포츠 입장에서는 정말로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1세트를 가져오고 2세트와 3세트, 그리고 4세트에 이르기까지 중반 이후 한화생명e스포츠가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쵸비의 엄청난 활약 속에 매 세트 경기가 뒤집히면서 결국 젠지가 승리를 거뒀다.
사실상 이 경기는 일반적이라면 한화생명e스포츠가 승리해야 하는 경기였다. 적어도 쵸비가 스프링 시즌에 보여주었던 경기력 정도만 되었어도 한화생명e스포츠가 최하 3대 1로 승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쵸비가 이를 거부하며 근래 들어 가장 완벽한 경기력으로 한화생명e스포츠를 침몰시켰다.젠지의 승리가 아니라 쵸비의 승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쵸비의 원맨쇼가 펼쳐졌다.
쵸비는 승리한 모든 경기에서 POG를 받았다
특히나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력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쵸비 자신도 상당히 만족한 플레이였음을 밝히기도 했다.
승자전에서 패배한 한화생명e스포츠는 금일 진행되는 T1과 디플러스 기아 경기의 승자와 결승 진출을 놓고 최종전을 펼치게 됐다.
다만 젠지와의 경기에서 드러난 한화생명e스포츠의 전력이 결코 젠지의 아래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된 만큼 패자조에서 어느 팀이 승리하더라도 이들이 최종전에서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승리를 거두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 쵸비가 결승전에서 또다시 인생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높지 않기에 한화생명e스포츠가 결승에 올라가게 될 경우 젠지와 동등한 입장에서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금일 경기는 T1과 디플러스 기아의 패자전 경기가 진행된다.
T1은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3대 0으로 패했고, 디플러스 기아는 젠지와 풀세트 접전 끝에 패배했다. 과연 두 팀 중 플레이오프의 희망을 이어갈 팀은 어느 팀이 될까?
-T1 전력 분석
지난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경기는 그간의 성적에 가려져 있던 T1의 여러 아쉬운 부분들이 드러난 경기였다.
제우스가 크지 못했을 때의 팀 경기력, 그리고 원딜이 강세를 보이는 현 메타에서 구마유시의 아쉬운 경기력과 더불어 케리아가 공격성 강한 서포터를 선택했을 때 발생하는 단점과 같은 것들 말이다.
특히나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폼이 하락한 탓에 T1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라인 주도권을 크게 가져오지도 못했고, 초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스노우볼을 굴리는데도 실패했다.
심지어 초반 우위를 점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반 이후 한타 교전에서 패배하며 전세가 역전되는 상황도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3대 0 패배를 당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물론 개인 솔랭을 상대적으로 적게 했다는 이슈로 인해 약간의 전력 저하가 있었을 수 있으나, 이는 말 그대로 극히 일부에 해당할 뿐 이러한 차이로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을 패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만큼 양 팀 간의 전력 차이가 결코 작지 않았다. 이는 현 T1의 전력이 상당히 약화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 디플러스 기아 전력 분석
모두의 예상을 깨고 풀세트 접전 끝에 젠지에게 아쉽게 패했던 디플러스 기아의 전력은 스프링 정규 시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쇼메이커와 에이밍, 그리고 킹겐과 루시드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선수들이 좋았고, 경기에 대한 승부욕도 상당히 강했다.
비록 켈린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정규 시즌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결과 젠지와 대등한 경기력을 보였다.
특히나 쇼메이커는 초비를 상대로 크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인해 디플러스 기아가 대등한 싸움을 하는데 크게 일조하기도 했다.
플레이오프 전이라면 T1을 상대로 디플러스 기아의 열세를 예상했겠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에서의 디플러스 기아는 다르다. 적어도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모습만으로 평가한다면 T1보다 높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양 팀 전력 분석
킹겐은 22 시즌 롤드컵에서 제우스를 상대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고, 이후 경기에서도 제우스를 상대로 대등한 싸움을 해온 몇 되지 않는 탑 라이너다.
여기에 아직까지도 던지는 플레이가 간간히 보이기는 하지만 루시드의 성장세가 상당히 두드러지며 쇼메이커는 전성기의 플레이가 생각날 정도로 확실하게 폼이 상승된 상태다.
이에 반해 제우스와 오너의 폼은 좋지 않다. 페이커의 경우 제 몫을 충분히 해주고 있기는 하나, 올 시즌 좋았던 모습과 비교하면 다소 폼이 하락한 인상이 강하다. 그러한 만큼 상체 라인에 있어서는 디플러스 기아의 우위가 예상된다.
하체 역시 그렇다. 켈린과 케리아의 비교는 케리아의 승리지만 현재 구마유시와 에이밍의 경기력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바텀에서도 디플러스 기아가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된다.
어찌 보면 지난 한화생명e스포츠전의 결과로 인해 T1의 전력을 너무 낮게 보고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디플러스 기아의 폼이 상당히 올라왔기 때문이지 T1의 전력을 낮게 보는 것은 아니다.
지난 젠지전의 디플러스 기아의 모습은 충분히 강했다
특히나 경기라는 것은 분위기와 흐름이 중요한데 디플러스 기아는 현재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이고 T1은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는 팀이라는 것도 차이가 있다.
물론 당일 컨디션과 상황에 따라 이러한 부분은 충분히 변할 수 있고,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T1이 더 강한 전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보여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면 전체적인 전력에서 디플러스 기아가 T1에 비해 조금 더 높은 전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 실제 경기 분석
앞서 언급했듯이 디플러스 기아는 현재 T1을 상대로 21시즌 이후 지속적인 연패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고, 스프링 시즌 경기 역시 모두 패했다. 심지어 단 한 세트도 승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비슷하게 흘러간 경기조차 없었다.
하지만 풀세트 접전을 만들어 낸 젠지전의 경우는 정규 시즌에서도 두 경기 모두 풀 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고, 지난 경기에서도 유달리 풀세트 경기가 많았다.
이렇게 본다면 지난 젠지전에서 보여준 디플러스 기아의 경기력은 팀 전체의 전력이 상승한 것도 있겠지만, 젠지라는 팀과의 상성에서 오는 결과물일 수도 있다.
젠지와의 접전에 이러한 이유가 컸다면 이번 경기는 T1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정규 시즌에 비해 플레이오프가 되면서 선수들이 폼이 올라온 것은 부인할 수 없기에 정규 시즌처럼 완패를 당하는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만약 순수하게 선수들의 폼이 올라오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면 상황은 다르다. 현 상태에서 T1보다 디플러스 기아의 전력이 더 강하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승리는 디플러스 기아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이번 경기는 두 가지 가능성이 나올 수 있는 상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여러 가지 정황상 전자보다는 후자가 나올 확률이 크다.
두 팀 모두 2라운드 경기에서 패배했지만 상황은 다르다. T1은 졌잘싸에 해당하는 선수들이 보이지 않지만 디플러스 기아는 켈린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의 활약이 긍정적이었다.
물론 이는 선수들의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여러 상황을 감안했을 때 디플러스 기아의 승리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디플러스 기아의 젠지전 경기력이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는 상황일 수도 있고, 앞서 언급했듯이 유달리 젠지에게 상성이 좋은 것일 수도 있는 만큼 반드시 T1이 경기에서 패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난 승자전 경기와 마찬가지로 디플러스 기아가 승리할 확률이 조금 더 높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어쨌든 이 경기는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어느 팀이 승리를 하더라도 최종전에서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승리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