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와 kt롤스터, 이제 마지막 관문 만이 남았다. 이 경기의 승자는 결승전에서 23 스프링 시즌 우승을 놓고 T1과 격돌하게 된다. 여기에 MSI 진출도 자동으로 확정되는 달콤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패배한 팀은 아무 것도 없다. 두 팀 모두 팀의 자존심뿐 아니라 실리 면에서도 결코 놓칠 수 없는 경기다.
- 22 서머 시즌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은 젠지
젠지는 이번 스프링 시즌 결승에 진출해 최종적으로 우승까지 하게 될 경우 지난 22 서머 시즌에 이어 두 시즌 연속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된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에 성공할 경우 담원 기아와 T1에 이어 젠지의 시대를 다시금 열 수 있다.
직전 시즌 우승 팀임에도 불구하고 롤드컵 결승전 진출 실패, 그리고 스프링 정규 시즌 2위에 머무르며 화제성이나 전력 면에서 T1에 밀렸다. 내심 자존심이 상할 법하다. 이번 준결승전 승리 후 T1에게 매운 맛을 보여 주고 싶을 수밖에 없다.
- kt롤스터, 얼마만에 기다려 온 기회인가
절실함은 사실 kt롤스터가 더 크다. 2018년 서머 시즌 우승을 경험한 이후로 단 한 번도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통신사 라이벌이라는 설정값과 달리 LOL에서는 T1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 뿐인가, 어느덧 중위권 팀으로 전락해 올 스프링 시즌도 우승전력 팀으로 언급도 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강한 팀이 됐다. 심지어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T1과 자웅을 겨룰 만한 팀으로 평가가 급상승했다.
올 시즌 만나면 승리해 온 젠지가 상대다. kt롤스터에게 있어 결승에 가기 위한 이런 최적의 조건은 없다. 무사히 결승에 안착해 T1에게 승리한다면 kt롤스터의 시대가 열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 라인 별 비교
현재 kt롤스터가 가장 장점인 라인을 꼽는다면 단연 탑이다. 물론 비디디가 버티는 미드도 상당히 출중하기는 하지만 그 라인에는 워낙 괴물 같은 선수들이 즐비하기에 확실히 우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반면 탑의 기인은 제우스와 킹겐을 제압하고 순항중인 상황이다. 실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확실히 스프링 시즌 최고의 탑 라이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비해 도란은 정규시즌보다 조금은 폼이 하락한 듯 보인다. 젠지가 탑보다는 바텀 라인에 힘을 실어줄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쉽지 않은 상대이자, 그 차이가 크지는 않아도 kt롤스터의 탑 라인에 보다 무게가 실리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피넛의 날카로움이 최근 많이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정글러 역시 커즈가 반 발자국 정도 앞서 있는 느낌이다. 피넛의 경우 안정적이고 뇌지컬이 좋은 선수지만 작년과 달리 원딜이 룰러가 아닌 페이즈라는 점이 마이너스 요소다. 페이즈는 확실히 경기 초반 케어가 필요한 선수이고 이는 초반 피넛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크다.
커즈는 오히려 정규 시즌에서의 모습이 더 좋아 보이지만 그 차이가 큰 것은 아니다. 다만 간간히 실수가 나온다는 부분은 불안요소다.
미드는 플레이오프 들어 양상이 완전히 달라진 포지션이다. 정규 시즌이었다면 단연코 쵸비의 우위를, 그것도 한 티어 정도의 격차를 생각 했겠지만 플레이오프 들어 비디디가 반쯤 미친 상태가 되면서 사실 상 동수라고 해도 무방할 상황이 됐다.
제카를 압도할 정도로 비디디의 최근 플레이가 너무나 좋다
특히 지난 한화생명e스포츠 전에서 제카가 영혼까지 털리며 최악의 모습을 보여 준 데는 비디디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상체는 kt롤스터의 힘이 젠지보다 좋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선수들의 현재 폼도 그러하지만 경기 초반 로밍을 잘 하지 않는 쵸비와 바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 피넛의 행보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바텀 라인은 젠지가 우위를 가져갈 수 있을까. 솔직히 이 마저도 kt롤스터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페이즈는 분명 바이퍼처럼 중 후반 캐리력이 있는 선수다. 다만 초반 라인전에 아직 문제가 있고, 그만큼 성장까지 어느 정도의 케어가 필요한 선수다.
제대로 성장만 해 준다면 충분히 위협적이지만 라인전에 약점이 있다 보니 지난 kt롤스터와 한화생명e스포츠 경기의 라이프 선수처럼 상대가 경기를 던지지 않는 이상 도움 없이 단독으로 바텀 라인의 우위를 가져가기가 쉽지 않다.
중후반으로 가면 확실히 페이즈가 제 몫을 해 주기는 한다
여기에 아무리 딜라이트 선수가 플레이오프에서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리헨즈의 플레이에 비할 바는 아니다. 리헨즈는 현재 좋은 정도를 넘어 최고의 폼을 보여주고 있다. 기인과 비디디, 그리고 리헨즈가 고점인 것이 현재 kt롤스터가 상승세인 이유이기도 하다.
젠지 바텀이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승리한 것도 사실 상대 서포터가 딜라이트보다 라이프였기 때문이 크다. 하지만 현재의 리헨즈는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심지어 젠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서포터다.
에이밍은 그냥 저냥 정규 시즌 정도의 폼을 유지하는 상태다. 하지만 리헨즈가 좋아지다 보니 오히려 바텀의 전력이 더 높아졌다. 결국 별다른 개입이 없다면 바텀에서도 kt롤스터의 우위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 양 팀 전력 분석
kt롤스터의 플레이오프 경기 운영은 사실 상 기인과 비디디의 폼 상승 효과에 기대는 부분이 크다. 이들이 상대 탑과 미드와의 경쟁에서 최소 동수, 혹은 우위를 보이는 상황으로 인해 상체가 강력해졌고 덩달아 그만큼 바텀도 무언가를 해 줘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로워진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에이밍이 플레이오프에서 크게 두각을 보이는 모습은 아니었다. 반면 또 다른 고점 선수인 리헨즈는 로밍을 통해 힘을 실어주는 플레이가 상당히 좋았다.
젠지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일단 기인과 도란의 매치에서 기인이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쵸비 또한 비디디와 동수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젠지 스타일대로 피넛이 바텀 라인에 신경을 많이 써 주게 될 경우 필연적으로 상체는 kt롤스터의 수중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그만큼 바텀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가 하면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탑 쪽에서 우위를 점하는 상태에서 kt롤스터가 바텀을 그냥 방치할 이유가 없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이 경기는 경기 초 중반 주도권을 kt롤스터가 가져갈 확률이 높아 보인다. 두 팀 모두 초 중반 보다는 중 후반을 바라보는 운영을 주로 하는 팀이지만 상대적으로 그러한 경향이 젠지가 조금 더 크기도 하고 젠지가 바텀 라인에 많은 힘을 실어 줄 것으로 예상되며, 쵸비가 경기 초반 활발한 로밍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딜라이트 역시 로밍보다는 바텀 라인에 보다 신경을 쓸 필요가 있고 말이다.
젠지의 키는 쵸비다. 쵸비가 어쨌든 해 줘야 한다
반면 지난 플레이오프 경기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듯이 리헨즈는 활발한 로밍을 시도하며 다른 라인에도 많은 힘을 실어 줬다. 그만큼 kt롤스터가 초 중반 주도권을 가져갈 공산이 크다.
물론 이것이 kt롤스터가 초반부터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경기에서 그 차이를 점점 크게 벌릴 지, 혹은 바텀이 무너지며 반대로 젠지가 경기 초반의 흐름을 가져가게 될 지도 두고 봐야 한다.
게임이 장기전이 될수록 젠지에게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 턴을 써 가며 페이즈를 밀어준다는 자체가 이미 후반을 본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젠지는 그러한 운영에 충분히 익숙하다. 한화생명e스포츠의 상위 호환 팀이라는 평가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후반 파괴력이 강하면서 초 중반 운영도 크게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kt롤스터는 경기가 길어질 경우 간간히 역전패가 나오는 팀이다. 1만골드 이상의 차이를 역전당하기도 했고, 지난 T1전 5세트처럼 누구나 승리할 것이라 예상했던 상황에서 패하기도 했다. 중 후반 목표를 두는 것은 좋지만 너무 후반만 보는 것은 분명 리스크가 있다.
kt롤스터 입장에서는 T1전 5세트가 두고 두고 기억날 듯 하다
이 때문에 kt롤스터는 완전한 후반 지향적 플레이 보다는 적절히 절충된 플레이를 할 것으로 보이며, 젠지는 팀 스타일대로 중반 이후 모아진 힘을 바탕으로 쵸비와 페이즈가 힘을 발휘하는 패턴이 나올 확률이 높다.
그만큼 정글러가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여지는데, 현재의 전력은 분명 kt롤스터가 높지만 이것이 당일 컨디션과 팀 밴픽 등으로 뒤집히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정규 시즌의 경기도 모두 2대 1 스코어를 기록했고, 이번 경기 역시 접전이 예상되는 경기다. 특히나 5세트가 진행되는 동안 kt롤스터 특유의 롤러코스터 저점이 한 번도 나오지 않을 리는 없기에 이 경기는 풀 세트까지 가는 경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젠지가 승리할 확률은 35%, kt롤스터의 승리는 65% 정도로 예상한다. 이들의 경기는 초반 두 세트를 사이좋게 한 세트씩 가져갈 확률이 높으며, 첫 세트의 흐름대로 대부분의 세트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첫 세트부터 많은 킬이 나오면 생각 외의 난타전이 될 가능성이 높고 반대의 경우라면 상당히 조용한 경기가 될 것 같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