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피아는 캡콤 아시아와 협력하여 호러 어드벤처 게임 명작 '바이오하자드 RE:4' PS5, PS4, Xbox Series X/S 버전 한국어판 패키지 제품을 지난 24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바이오하자드 RE:4는 지난 2005년에 발매된 원작 바이오하자드4의 핵심을 유지하며 현대의 플레이 감각과 재구성된 스토리, 향상된 그래픽 등을 통해 생과 사, 공포와 카타르시스가 교차하는 최신 서바이벌 호러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전례 없는 생물 재해 라쿤 사건으로부터 6년 후, 플레이어는 사건에서 살아남아 인정을 받게 된 대통령 직속 요원 레온 S. 케네디가 되어 유괴된 대통령의 영애를 구출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녀를 추적해 유럽의 어느 조용한 마을로 향한 레온은 그곳에서 광기로 가득찬 마을 주민들을 마주치면서 바이오하자드 RE:4의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바이오하자드 RE:4 한국어판은 한국어 자막을 공식 지원하며 본 리뷰는 PS5 버전 플레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오래된 작품의 리메이크이긴 하지만 플레이해보지 못한 게이머들을 위해 전체적인 내용을 담기보다 게임 챕터의 약 3분의 1 가량만을 활용한다.
■ 대통령의 딸을 구하라
라쿤 시티의 T바이러스로 인한 좀비 재해가 일어나고 시간은 흘러, 아직 미숙한 부분이 있었던 꽃돌이 주인공 레온 S. 케네디도 어느덧 대통령의 직속 요원으로 노련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런 레온은 바이오하자드 RE:4에서 새로운 임무로 대통령의 딸을 구출하라는 임무를 받아 현지로 향하게 된다. 게임의 인트로 부분은 레온이 현지 경찰의 협조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기본 조작법을 배울 수 있는 이 인트로 파트에서 이번에도 레온이 경험하게 될 기괴하고 고단한 사건의 징조를 마주한다.
임무를 위해 깊은 숲으로 들어온 후, 잠깐의 휴식을 가진 시점에서 동행한 현지 경찰 중 하나가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자 레온이 직접 그를 찾아가며 이 과정에서 처음으로 바이오하자드 RE:4의 주된 적들인 가나도를 만날 수 있다. 충혈 정도로 볼 수 없을만큼 붉은 눈을 하고 있는 이들은 특정 명령에만 따르고 레온과 일행에게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며 영악한 방식으로 위협을 가해오기도 한다. 이성이 완전히 사라진 짐승이라기보다는 이성을 지배당한 존재들처럼 보이는 행동들을 취한다.
시리즈 대표미남 레온의 귀환
허니건과 통화할 때도 일부 행동이 가능해졌다.
가나도는 이 숲 속 외딴 마을에 살던 주민들로, 이들이 플라가라는 기생충에 감염된 상태다. 이로 인해 육탄공세를 펼치는 가나도 말고도 쇠스랑같은 농기구나 투척 무기를 사용하는 개체나 우리에게 친숙한 일명 빵봉투, 전기톱을 든 가나도도 여전한 위용을 보여준다. 그래도 전기톱을 가진 가나도에게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조금이나마 늘어나서 이미 바이오하자드4를 플레이해본 경험이 있다면 금방 게임의 감각이 되돌아와 이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기존에 볼 수 있었던 적들 외에도 거한으로 번역된 새로운 가나도가 존재한다. 소 머리를 뒤집어 쓴 가나도는 거대한 망치를 휘두르는 근접형 적이며 멧돼지 머리를 뒤집어 쓴 가나도는 원거리에서 레온을 위협한다.
가나도로 가득한 길을 돌파하며 어떻게든 대통령의 딸을 추적하던 레온은 막강한 힘을 가진 거구의 적에게 공격을 당하지만 어떻게든 감금됐던 대통령의 딸을 찾아내는 것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 달성감도 잠시, 레온의 행동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가나도 무리가 애슐리가 갇혀있던 장소를 포위해 몰려들기 시작한다. 과연 플라가에 감염된 이 마을의 사연은 무엇일까? 이들은 무사히 탈출해 귀환할 수 있을까.
비주얼이 살벌해진 전기톱맨
향상된 그래픽으로 만나는 애슐리도 반갑다.
■ 다양한 총기와 내구도가 생긴 나이프
기본적으로 레온의 공격 수단은 원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총기와 근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나이프 계열의 무기, 그것도 없는 어쩔 수 없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격투가 있다. 격투술의 경우 가나도를 포함해 다리를 쏴서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적들을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킨 다음 가까이 다가가 쓰러뜨리는 것이 가능하다. 또 일부 적들의 공격을 타이밍에 맞춰 표시되는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회피할 수 있고 칼을 휘두르거나 패리 버튼을 눌러서 방어할 수 있다. 심지어 나이프로 특정 패턴을 제외한 전기톱 공격까지 막아내는 것이 가능해 조금 색다른 근접전의 맛을 느낄 수가 있다.
다만 원래도 나름대로 잘 싸우며 활약하던 레온에게 나이프 패리까지 주어진 것이 밸런스 붕괴라고 생각했는지, 나이프 계열의 무기에 제약이 생겼다. 바로 내구도다. 단순히 적에게 나이프를 휘둘러 공격을 가할 때도 내구도가 조금씩 떨어지고 은밀하게 뒤로 접근해 암습을 가했을 때나 쓰러진 적을 확인사살하기 위해 찌를 때에도 내구도가 떨어진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전기톱 공격을 패리할 때는 굉장한 속도로 내구도가 갈려나가 나이프 패리 만능주의로 게임을 진행하기란 어렵다. 식칼이 아닌 나이프는 수리할 수 있고 초회차 이후 게임을 플레이하며 달성한 과제에 따라 해금되는 내구도 무한의 나이프를 들면 좀 편안해지긴 한다.
전투나 이동 도중에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함정이나 숨은 적에게 당하지 않을 수 있다.
총기의 종류는 꽤나 다양하다. 바이오하자드4의 시스템처럼 레온의 케이스 내에 아이템 크기와 방향을 고려해 테트리스처럼 물건을 최대한 집어넣는 것이 다양한 무기나 도구를 사용하는 길이다. 예를 들어 대강 5챕터 전후로 구매할 수 있게 되는 로켓 런처는 크기가 상당해서 다른 아이템을 넣을 자리는 줄어들지만 확실히 강력한 한 방을 먹일 수 있고 특정 상황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있어 플레이어의 압박감을 상당히 줄여주는 무기다. 이외에도 기본적으로 레온이 들고 있는 권총 외에 보물상자를 찾아 획득할 수 있는 레드나인이나 게임 플레이 중 서브퀘스트 클리어 보상으로 교환할 수 있는 무기들, 상인이 진행에 따라 판매하는 다양한 무기들을 구매해 사용해볼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무기나 좋은 성능의 무기를 골라서 개조하는 것도 상인을 통해 진행할 수 있으며 전투 도중 케이스를 열어 탄약이나 회복 허브를 조합하는 등 일시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가능해 편리하다.
■ 서브 컨텐츠와 전투
바이오하자드 RE:4는 분명 메인 스토리가 존재하고 이를 따라가는 방식의 게임이기는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며 플레이어가 조금 더 탐험 목적으로 돌아다닐만한 샛길을 만들어두기도 했고 서브 컨텐츠의 일환으로 상인이 의뢰서를 통해 제공하는 의뢰를 달성하는 것으로 각종 아이템을 손에 넣는 것도 가능하다. 또, 사격장이나 지역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것, 다양한 챌린지를 달성하며 특전을 해금해나가는 것 등이 가능하다. 전부 꼼꼼히 즐기면서 플레이하면 플레이타임이 꽤 늘어나지만 특정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선 타임어택을 해서 클리어할 필요가 있어 가능한 적은 회차로 필요한 특전을 입수하고 싶다면 빠르게 게임을 진행하고 다음 회차부터 꼼꼼하게 컨텐츠를 살피는 편이 좋다.
자발적으로 샛길에 들어가는 경우는 은근히 의미있는 보상들을 쥐어주는 편이라는 느낌도 든다. 예를 들어 표준 난이도에서는 탄이 딱 모자랄듯한 시점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느낌으로 수급이 되는 편인데 이렇게 샛길을 탐색하다보면 탄을 획득할 가능성이 있는 오브젝트가 있다던가, 보물지도가 없는 상태에서 모르고 간 곳이 뜻밖에도 보물상자가 놓인 장소라던가 하는 식이다. 무의미하게 만들어진 동선이 그리 많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예시로도 들었지만 확실히 탄이 넉넉하다는 느낌은 아니니 회수 가능한 무기를 사용하거나 되도록 침착하게 낭비 없는 전투를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상 필연적으로 탄 소모가 큰 적을 만나는 경우를 대비해야 속이 편하다. 처음 상인을 만났을 때 모인 돈으로 저격용 총을 하나 구비해두면 스코프도 딸려오는데 이를 구매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탄 소모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투는 애슐리가 합류하기 전과 합류한 후로 나뉜다. 애슐리가 합류하기 전은 그래도 레온의 안전만 신경 쓰면서 전투를 진행하면 되는데 애슐리를 보호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게임의 스토리를 시스템적으로 잘 녹였다고 생각하는 부분인데, 전투나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대비하여 애슐리가 가까이 붙어서 따라오게 하거나 조금 떨어져서 위험을 피하는 방법을 취할 수 있고 때때로 결전을 앞둔 상태에서 특정 장소에 숨겨두고 홀로 싸움에 나서는 것도 가능하다. 가나도들은 수시로 애슐리가 떨어진 상태에서 그녀를 납치하려하며 동행하는 상태에서 애슐리가 납치되면 게임오버다.
보스전이나 특별한 적들과의 전투는 해당 적의 기믹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탄을 정확하게 사용하면서 제압하고 플라가를 공격하거나 아예 탄을 낭비할 필요가 없이 적절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 전투 등이 준비되어 있다. 특정 무기를 사용하면 훨씬 편하게 진행할 수 있는 전투도 있으며 박력있게 나이프를 사용해 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보스 역시 원작의 것들을 가능한 유지했으나 삭제된 적도 존재한다.
■ 훌륭한 리메이크
꾸준히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기존작 리메이크를 진행하고 있는 캡콤은 중간에 아쉬운 결과물을 보여준 적도 있지만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바이오하자드4의 리메이크는 훌륭하게 성공했다고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래픽적인 향상이야 말할 것도 없고, 추가되거나 사라진 적은 조금 있어도 원작의 감성을 최대한 유지하는 기조를 잘 유지했다. 무리하게 원작의 조형과 다른 방향으로 변경된 캐릭터나 적 디자인도 없었고. 공포감 면에서도 호러적인 성향이 강했던 빌리지나 점프 스케어 위주로 공포의 빌드업을 짜는 보편적인 호러 게임들과 달리 적절한 압박감과 상대적으로 덜 혐오스럽지만 기괴한 분위기를 주는 적들을 배치해 좋은 긴장감과 공포감의 균형을 유지했다.
바이오하자드 RE:4에서 초회 플레이 시 지원과 표준, 하드코어 난이도만 선택할 수 있다. 표준 난이도를 바이오하자드4 원작 플레이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있는데 확실히 이 난이도는 오랜만에 복귀한 게이머는 물론 미경험자도 처음엔 헤멜 수 있지만 어떻게든 적응하면서 헤쳐나갈 수 있는 수준의 난이도가 맞다. 지원으로 내리면 다시 올릴 순 없지만 확실히 여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해지고 말이다. 하지만 바이오하자드4 원작 경험자에게 권장하는 모드라고만 적힌 하드코어는 원작 경험자에게 추천한다고는 하지만 이름 그대로 세 개의 난이도 중 가장 높은 난이도를 자랑한다. 원작과 비슷한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골랐다가 은근히 어려운 난이도에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에이다의 성우가 긴 호흡의 대사를 칠 때 다소 아쉬움을 안겨주기도 했으나 이런 소소한 부분을 제외하면 플레이 도중 너무 난해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었고 게임의 퀄리티도 훌륭한 수준이었으므로 이 작품을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입문작으로 플레이해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원작을 즐겼던 팬이라도 리메이크작이 아쉬울만한 부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여겨지며 기존 팬과 신규 팬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신작이 될 것.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