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국에서 변방으로 밀려난 대한민국 e스포츠

e스포츠 위기...선수도 흔들
2019년 11월 04일 15시 24분 46초

대한민국 e스포츠에 위기감이 돌고 있다. 여러해 동안 세계 최강자 위치에 있던 '리그오브레전드' 중에서도 최대 이벤트인 롤드컵 결승행에 2년 연속 실패하면서다.

 

지난 3일 스페인에서 열린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4강에서 SKT T1이 유럽 G2 e스포츠에 1:3으로 패하면서 결승 진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SKT T1은 지금까지 롤드컵 3회 우승, 대회 역사상 최다 우승 팀이기도 해 팬들의 충격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LCK의 이상 기류는 작년부터 감지됐다. 작년 롤드컵 8강에서는 3개 출전 팀이 모두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여기에 올 상반기 열린 국제대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도 4강 탈락이라는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한국 LCK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섞인 시선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리그의 약세는 '오버워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주말 개최 된 블리즈콘에서 진행 된 '오버워치 월드컵'에서는 작년까지 매년 우승을 해왔던 한국팀이 이번에 처음으로 3위에 그쳤다. 대회 4연패를 노렸던 한국은 미국의 속도와 공격성에 밀리며 1:3으로 패했으며, 미국은 중국을 꺾고 사상 첫 오버워치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에서 주도되어 시작됐던 만큼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World Cyber Games(WCG)'에서도 한국은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6년만에 재개된 'WCG 2019'의 종목은 6개. 클래시로얄, 크로스파이어, 도타2, 하스스톤, 왕자영요, 워크래프트 3 중 순위권에 든 선수는 장재호 선수가 유일했고 그 마저도 3위에 머물렀다.

 

참고로 이번 WCG는 아예 주도권을 중국에 내줬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중국에서 개최됐고, 중국의 텐센트와 중국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는 스마일게이트가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중국에서 인기있는 게임을 위주로 종목이 선정됐다. 초청경기였던 스타크래프트2를 제외하고는 금메달은 모두 중국 차지였다.

 

이러한 결과는 이미 예견되어 왔다. 2015년 이후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자본이 대거 투입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 e스포츠 시장이 크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e스포츠 시장에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대기업들이 속속 e스포츠 구단들을 상대로 스폰서십과 광고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실제로 2018년 글로벌 e스포츠 후원 규모는 3억 5900만 달러로 전년대비 53% 늘어났으며, 미국 내 대학들도 e스포츠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하이오주 애크론 대학, 애쉬랜드 대학, UC 버클리 등 학생 스포츠 지원의 일환으로 타 스포츠 리그 팀들이 운영해 오던 방식과 비슷한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며 2018년 기준으로 66여개의 대학들이 대학 e스포츠 리그를 준비하고 있다.

 


나이키, 월마트 등 미국 거대기업들이 e스포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국내 e스포츠 시장이 어수선해지면서 e스포츠에 대한 지원이 끊기기 시작됐던 것과는 매우 상반된 일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12월 LoL 프로팀을 매각 했으며, CJ도 프로게임단을 축소했다.

 

특히나 젊은 선수들이 필요한 e스포츠지만, 이들을 위한 지원도 사라졌다. 젠지 등 e스포츠 전문 기업들이 미국 아이비리그 유명 대학과 연계하면서 우수선수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과는 달리 한국은 그나마 있던 병역특례도 없애버렸고 공군 e스포츠 구단도 사라졌다. 게임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국내 e스포츠 시장마저 고사시킨 셈이다.

 

이에 더하여 국내 팀들의 고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은 국내 우수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부추기고 있다. 코치나 감독에 의존하거나 선수 간의 끊임 없는 연습을 통해 스스로 체득하는 비효율적인 방식 속에서 선수의 기량에 전적으로 의존되어 온 한국의 시스템은 더 이상 세계에 통하지 않고 있다.

 

서강대 게임교육원 최삼하 교수는 "기존의 선수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과 동시에 어린 선수들을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육성하는데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교육방식을 과감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의 경우 철저하게 분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들을 길러낸다. 특히 중국 e스포츠 선수들은 여러 명의 데이터분석가들의 조언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전략전술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롤드컵 4강 경기 후 SKT T1 (사진=라이엇 게임즈)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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