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부터 운송업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샘 포터와 귀여운 아기 포드 BB가 홀로 외로이 위험이 가득한 미 대륙을 횡단했던 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데스 스트랜딩의 출시로부터 약 6년. 샘과 BB가 돌아온다.
기자는 소니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가 오는 26일 발매할 예정인 '데스 스트랜딩2:온 더 비치'를 미리 플레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다. 미 대륙에서 위험을 피해 흩어져 살았던 여정을 거쳐, 이번 작품에서는 새로운 지역에서 샘이 겪게 되는 이야기와 배송, 연결, 그리고 강화된 게임플레이 요소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번 출시 전 리뷰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개할 수 있는 부분까지만을 두고 작성됐다. 이에 따라 약 30시간 가량 플레이 구간까지의 내용을 담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알린다.
한편 플레이 한 PS5 기종은 Pro가 아닌 일반 디스크에디션이며 그래픽 옵션은 품질 우선이다.
전작에서의 이야기는 요약본 형식으로 확인 가능
■ '연결'로 변화한 샘의 이야기
전작에서 샘 포터 브리지스는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려 했고, 이런 부분은 그가 미 대륙의 생존자들을 '연결'하면서 점차 사람들과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바탕으로 일종의 개선이 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중요한 키워드이자 게임 시스템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이 연결의 여정을 거친 2편의 샘은 전과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에 브리지스에서 모습을 감춘 샘은 포드에서 나온 루와 함께 굉장히 험한 지형이 도처에 가득한 멕시코의 한 계곡에서 숨겨진 은신처를 두고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앞서 트레일러에서 공개된 것처럼 샘과 루를 찾아온 프래자일의 요청으로 새로운 단체 드로브리지를 돕다가 불행한 사고가 벌어지게 된다.
이 행복이 오래갔으면 좋으련만
이런 일을 겪고도 이전의 샘과는 다르게, 슬픔에 잠기기는 하지만 사람들과 거리를 두지는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예를 들어 초반부 옛 친구인 데드맨을 만났을 때 샘이 먼저 반갑게 포옹을 하려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샘과 마찬가지로 조금씩 전작에서 나아가 달라진 모습의 등장인물이나, 새로운 인물이 대거 등장하며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어간다.
샘의 여행도 외롭지만은 않게 됐다. 전작처럼 길을 돌아다니며 드물게 만나는 포터 외에도 스토리상 DHV 마젤란에서 함께 생활하는 프래자일을 비롯한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밖에서는 여전히 혼자지만 돌아갈 곳에는 모두가 있다는 점에서 꽤나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이들은 샤워를 하러 갈 때 무작위로 인사를 건네거나 지나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본격적인 이야기의 전환점은 약 30시간 가량 메인 임무 위주로 플레이하면 도달할 수 있는 인터미션 전후다. 지긋지긋한 악연의 힉스나, BB-28 루에 얽힌 이야기, 수수께끼의 인물 투모로우 등 이 시점부터 뭔가 좀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연결'은 시스템적으로 이번에도 초중반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시로 음악가 프레퍼와 연결한 뒤로 링 형태의 기기를 사용해 어느 곳에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능이 생기는 식으로 관계를 쌓을수록 새로운 장비나 음악, 디자인 등을 얻어 보다 게임의 컨텐츠가 다채로워진다.
여담으로, 역시나 호락호락하게 음악 기능을 주지는 않아서 전작과 다르게 밖에서도 음악을 들을 순 있지만 카이랄 네트워크 밖으로 나가면 음악을 들을 수 없다.
음악 틀어주는 타이밍은 이번에도 끝내준다
■ 무대 바뀌면서 플레이에도 큰 변화가
데스 스트랜딩2의 무대는 기존의 북미 대륙을 벗어나 멕시코에서 시작해 플레이트 게이트라는 일종의 차원문 같은 것을 지나 오스트레일리아로 확장된다.
새로운 무대는 플레이 측면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오스트레일리아 내에서도 다양한 특색을 가진 지역이 있어 데스 스트랜딩에서 매우 자주 보이던 산악 지역이나 험지를 비롯해 삼각주, 넓은 사막, 숲 등 플레이 도중 각기 다른 환경을 체험할 수 있다. 거기에 초반부터 재해나 환경 변화, 이로 인해 영향을 받는 지역 등의 요소가 굉장히 큰 차이를 자아낸다.
설정상 게이트의 등장 이후로 게이트 퀘이크라는 지진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는데 진원과 가까우면 실제 지진의 영향을 받으니 균형을 잡고 쓰러지지 않아야 한다. 만약 주변에 산지나 바위가 많은 지역이 있다면 떨어지는 낙석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또, 비가 많이 오면 강의 수위가 불어나기도 하고 시간대의 변화로 낮과 밤이 생겼으며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모래 폭풍 등 배송에 영향을 끼칠 여러 기후와 환경요소가 몰입도를 높였다.
모래 폭풍 중심으로 돌입하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오드라덱 조명을 켜고도 이 정도.
배송 과정에서 사용하게 되는 장치나 건물들도 전작 대비 업그레이드 사양이다. 타임폴 쉘터만 해도 설치해서 타임폴을 피할 수 있는 것만이 아니라 전력 한도 내에서 BT의 접근을 막아주기에 배낭을 벗어 내려놓고 BT와의 싸움에만 집중하는 것도 가능한 사양이 됐다. 차량도 안정감이 늘어 트라이크루저(바이크)에 짐을 적재하고 눕듯이 타는데, 트럭이나 이 바이크에 탄 상태로 적들과 총격적을 벌이는 것도 가능하다.
총격전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전투와 관련된 액션 요소가 전작 대비 굉장히 체감 되는 수준으로 늘었다는 점이 커다란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장 극초반부터 비살상 어썰트 라이플을 쥐어주고, 아주 이른 시점부터 대형 BT와의 보스전을 치르기도 하며 이전의 뮬 포지션인 무장 생존자들이 거점을 꾸리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전투를 하게 된다. 아예 메인 퀘스트에서 적 기지에 잠입하거나 정면으로 파괴하러 가는 것이 생길 정도로 실제 체감이 가능했다.
지금 들고 있는 짐이 거의 다 무기다
이런 변화로 전작이 거의 배송만 하는 느낌이라 아쉬웠던 사람은 그 아쉬움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BT도 처음에는 그냥 샘의 능력이 향상돼 눈에 잘 보이니 너무 쉬워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으나 곧장 오스트레일리아 초입부터 신형 BT가 등장해 긴장감을 높인다.
근접 전투는 여전히 찰진 맛을 자랑한다. 방향을 잡거나 하는 것은 아직도 무거운 조작감 때문에 조금 엉성한 느낌도 들지만 적을 두들길 때의 손맛이 좋은 편이다. 주먹이나 점프를 해서 사용하는 킥 및 바디슬램도 건재하며 가드와 회피, 스트랜드 쳐내기 등으로 다대일 근접전을 수행하는 재미가 있다.
배송 단계에서 루트에 무장 생존자나 BT 구역이 있다면 돌아가는 것 말고도 최단거리를 위해 무기를 잔뜩 챙겨 싸워도 되는 환경이 됐다. BT의 경우 블러드 그레네이드가 극초기부터 대량 생산이 가능하니 싸울 생각이면 이걸 사용해 상대하기 수월하고, 인간형 적들도 비살상 무기가 대부분이니 총기를 잔뜩 챙겨 전면전을 펼치고 지나가는 선택지가 생긴 셈.
신형 BT 워처는 시야로 플레이어를 발견한다. 은근 무섭다.
■ 만화적인 느낌 강해진 신작
전투가 큰 폭으로 늘었다는 부분도 있지만, 기존의 세계관 속에서 초자연적인 요소나 만화적인 요소가 더 많이 늘어났다는 느낌도 받았다. 전작은 힉스와의 일전에서 뜻밖의 연출로 의외성을 준 것을 제외하면 SF 설정 속 현실적이고 진중한 영화적 느낌이 강했던 반면, 이번에는 샘과 함께 여행하는 돌맨이나 드로브리지의 후원자 찰리의 모습처럼 좀 더 환상에 가까운 존재가 늘었다.
꼭두각시 인형의 몸으로 사는 돌맨은 다른 등장인물과 다른 저프레임을 적용해서 행동이 인형에 어울리는 독특한 연출을 해냈고, 마네킹 상체로 등장한 찰리는 마네킹 위에 만화처럼 표정을 투사하고 감정표현에 문장부호를 사용하는 등 만화적 연출이 엿보인다. 또, 프래자일의 목에 감긴 손이나 닥터의 손 등 초현실적인 장비라고 할까, 요소들이 늘어 전작보다 좀 더 공상적 요소가 강화됐다.
돌맨은 밖에선 생각보다 말을 안해서 아쉽다
스토리 도중 선택지들의 대부분은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쉽다
아……힉스. 힉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위의 이야기의 연장선이지만, 힉스나 트레일러에서 등장한 의문의 레드 사무라이 장면은 특히 언급한 부분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 둘의 전투는 보는 맛이 있기도 하지만 힉스가 사용하는 원거리 공격이 일렉 기타 형태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 등은 힙한 느낌을 준다.
힉스가 어떻게 돌아왔는지는 샘도 궁금해하지만 단 두 번의 만남으로도 이것만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인간은 중2병이 전작보다 악화됐다. 한편으로는 이 악질적 중2병 환자는 이야기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 전방위에서 강화된 신작
데스 스트랜딩2는 전작에서 모든 요소가 강화된 느낌의 후속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편의를 원하는 게이머에게는 평가는 손해를 보고, 항상 이용할 수 없다는 제약도 있긴 하지만 마젤란을 타고 거점 사이를 이동할 수 있는 프래자일 점프의 새로운 버전을 이용해 배송을 수행할 수도 있고 시스템적으로도 전투와 배송, 건설에 큰 도움이 되는 업그레이드 시스템을 통해 훨씬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투의 비중이 꽤 많이 늘어 전투로 느낄 수 있는 재미 또한 향상됐고, 이런저런 무기나 장치를 활용해 위기 상황을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다. 게임의 호불호를 가르던 배송도 여전히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좀 더 쾌적하게 배송할 수 있는 새로운 이동수단이나 장비들이 등장해 한결 편안해져 전투와 배송이 균형을 이루며 중후반부에 가도 새로운 요소가 계속해서 등장해 플레이 경험을 끌어올린다.
플레이 도중 좀 헷갈렸던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핵심 플레이는 같지만 버튼 구성이 1편과 일부 달라졌다는 점이다. PS5로 플레이했던 데스 스트랜딩을 생각하면서 2편을 시작했는데, 막상 튜토리얼도 제 때 나와주지 않아서 앉기가 뭔지 이것저것 버튼을 눌러봐야 했다.
전작이 완전히 배송 위주로 돌아가고, 전투가 곁들이는 음식의 느낌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그 둘 사이의 균형을 좀 더 잡으면서 이야기 또한 좀 더 흥미진진한 요소를 담아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전과 마찬가지로 초중반 스토리에서는 포석을 깔아두고 후반부에 터뜨리는 느낌이 비슷하나 이 포석을 두는 단계에서도 재미있는 장면들을 배치하거나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집중을 유도한다.
전작이 만족스러웠던 사람이라면 구매에 후회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아쉬웠던 사람이라도 이번 신작은 입맛에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