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올해도 빛난 MMORPG
올해도 역시 MMORPG가 빛을 발했다. 상반기 출시 된 마비노기 모바일이 올 한 해를 휩쓸었고, 뱀피르, 아이온2가 그 바톤을 이어받았다.
지난 3월 27일 출시 된 '마비노기 모바일'은 2004년 출시되어 지금까지도 서비스 중인 '마비노기'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해석한 게임으로, 출시 이후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인기 게임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지속적인 흥행을 이어가면서 매출 순위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이 게임은 특히 공존, 협력 중심의 콘텐츠를 통해 1020세대를 포함한 폭넓은 이용자층을 확보하며 게임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증명했다. 또한, 기존 모바일 MMORPG의 전형적인 구조를 따르지 않고 새로운 기준을 바탕으로 MMORPG 본연의 재미를 이끌어내면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여름에는 '리니지2 레볼루션'의 주요 개발진이 참여한 신작 '뱀피르'가 돌풍을 일으켰다. 8월 출시 된 '뱀피르'는 뱀파이어 컨셉과 다크 판타지풍의 중세 세계관이라는 차별화된 소재로 어필하는데 성공했다.
정식출시 이후 약 8시간만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달성했으며, 일주일 만에 동시접속자 20만 명을 돌파한데 이어 9일 만에 양대마켓 매출 1위를 달성했다. 특히 '원작'이나 '전작'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IP로써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은 '아이온2'가 장식했다. 11월 19일 한국과 대만에서 정식 출시를 마친 '아이온2'는 전작의 명성에 걸맞게 많은 인파가 몰리며 출시 초반 서버 문제를 겪기도 했으나 빠른 대응과 소통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아이온2'는 특히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빠르게 반영한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출시 2주 만에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한 업데이트를 실시했고, 약 일주일 간격으로 꾸준히 공식 채널을 통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신속한 콘텐츠 업데이트와 불법 프로그램 이용자 및 허위사실 유포 유튜버에 대해 강경한 법적 대응도 진행하는 등 '이용자 중심'의 운영으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7. 게임사 AI, 국가대표 AI로 선정
지난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정예팀에 네이버클라우드, LG AI연구원, SK텔레콤, NC AI, 업스테이지가 선정됐다. 선발된 5개 팀은 'K-AI 모델, K-AI 기업' 명칭을 부여받게 됐다.
NC AI는 지난해 뛰어난 한국어 성능을 자랑하는 중소형 오픈소스 VLM (Vision Language Model) 모델 ‘VARCO-VISION’과 한국어 멀티모달 벤치마크 5종을 공개한 바 있다.
VLM은 자연어와 이미지를 함께 활용해 입력 값을 넣을 수 있는 언어모델이다. 최근 모달리티 확장 연구에 관심이 높아지며 VLM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오픈소스로 공개된 대부분의 VLM은 영어와 중국어 기반이며 한국어 지원 모델은 소수에 불과해 국내 기업들은 GPT 혹은 클로드(Claude) 같은 빅테크 기업의 API에 의존하고 있다.
엔씨(NC)가 공개한 오픈소스 VLM 모델 VARCO-VISION은 한글, 영어 프롬프트와 함께 이미지 입력 값을 이해할 수 있는 중소형 모델이다. LLM과 유사한 수준의 언어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애플리케이션에서 LLM과 VLM 두개의 모델을 운용하지 않고 VARCO-VISION 단일 모델 만으로 이미지-텍스트 작업과 텍스트 전용 작업을 모두 처리할 수 있을 전망이다.

크래프톤은 SK텔레콤 컨소시엄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크래프톤은 이번 컨소시엄에서 차세대 멀티모달 모델의 아키텍쳐 설계와 학습 알고리즘 연구를 주도한다. 이를 기반으로 게임 등 도메인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AI NPC 및 스토리 엔진 등 게임 콘텐츠에 활용 가능한 API 개발도 함께 추진한다.
크래프톤은 실제 게임 플레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Vision, Text, Speech, Action 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멀티 모달 데이터셋 수집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원천 기술 확보와 산업 적용 측면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형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또한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Co-Playable Character(CPC)를 비롯해, AI 에이전트의 게임 플레이 능력을 평가하는 벤치마크 ‘Orak’을 공개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올해에만 세계 최고 권위의 AI 학회에 15편의 논문을 게재하며 연구 활동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과 공동으로 개발한 post-training 기법을 7B(70억개 파라미터) 규모의 오픈소스 추론 특화 언어 모델(Language Model) 3종에 적용한 결과물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에 공개한 모델들은 크래프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학습 기법을 적용한 결과물로, 도메인 특화 AI 모델 개발 역량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8. 아이콘매치, '게임과 축구가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이콘매치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아이콘매치는 넥슨의 'FC 온라인', 'FC모바일'에서 개최하는 전 세계 레전드 선수들의 초대형 축구 경기로, 유명 선수들을 한자리에서, 그것도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축구 팬들의 '꿈의 경기'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라인업 역시 화려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맡은 'FC스피어'에는 디디에 드록바, 박지성, 설기현, 호나우지뉴, 웨인 루니, 티에리 앙리, 카카, 구자철, 잔루이지 부폰 등이 출전했으며,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이끈 '실드 유나이티드'에는 리오 퍼디난드, 김영광, 박주호, 이영표, 애슐리 콜, 카를레스 푸욜, 네마냐 비디치, 지우베르투 시우바 등이 출전해 뜨거운 경기를 펼쳤다.
여기에 축구계 명심판으로, 한국에서는 '외계인 심판'으로 잘 알려진 피에를루이지 콜리나 심판이 깜짝 등장해 축구팬들은 물론 선수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양일간 현장 관중수는 10만 명을 넘겼으며, 온라인 누적 생중계 시청자 수는 약 340만 명,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약 60만 명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판매된 ‘아이콘매치’ 브랜딩 굿즈도 많은 팬들의 주목을 받았으며 그중 유니폼은 전량 매진되는 등 뜨거운 인기를 증명했다.

9. K-게임, 콘솔 시장에서 주목받다
K-POP, K-드라마 등 해외에서 주목받는 한국산 콘텐츠에 게임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 3월 출시 된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얼리 액세스(Early Access, 앞서 해보기) 실시 후 스팀(Steam) 플랫폼에서 95%의 긍정 리뷰를 통해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에 이어 정식 출시 후에는 글로벌 인기게임 최고 2위를 기록하는 등 완성도와 인기,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기대에 부합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러한 배경으로는 하드코어 액션 장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호쾌한 액션과 스킬 콤보 운용의 재미를 강화한 보스전, 멀티 플랫폼에서도 매끄러운 최적화 작업과 밀착 소통을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완성도 개선 등이 꼽혔다.
해외 전문가들은 물론 콘솔 플랫폼 이용자들도 호평을 보냈다. 메타크리틱과 오픈크리틱에서는 80점을 기록했으며,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PlayStation Store) 평점 4.46점, 엑스박스(Xbox) 평점 4.4점을 기록했다.

하반기 출시 된 '아크 레이더스'는 특히 해외 게임 이용자들의 호평 속에 순항 중이다. 넥슨의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가 개발한 '아크 레이더스'는 폐허가 된 미래 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PvPvE 기반 익스트랙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지난 10월 30일 출시 이후 12일 만에 글로벌 판매량 400만 장을 돌파했으며, 전 플랫폼 최고 동시접속자 70만 명을 기록했다.
출시 후 2주간 스팀에서는 글로벌 매출과 인기 게임 순위 1위를 유지했고 최다 플레이 게임 순위 3위에 올랐으며, 한국·일본·대만·태국 등 아시아 주요 지역에서도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서구권과 아시아권을 아우르는 가파른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스팀 이용자 평가에서도 7만 9,000여 개 리뷰 중 89%가 긍정적 반응을 남기며 ‘매우 긍정적(Very Positive)’ 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뛰어난 그래픽과 몰입감, 사운드 디자인과 높은 완성도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열풍에 글로벌 게임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에서 '최고의 멀티플레이어 게임'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신규 IP 패키지 게임이 출시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최고의 멀티플레이어 게임’ 부문에 후보로 선정된 것은 사상 최초다.
국내 게임사들의 해외 게임쇼 출품도 성황리에 진행됐다. 지난 6월 미국 LA에서 개최 된 '서머 게임 페스트(SGF)'에는 넥슨, 넷마블, 엔씨, 네오위즈, 카카오게임즈 등이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한 신작을 선보였다. 특히 네오위즈는 'P의 거짓'의 프리퀄 DLC '서곡'의 출시 소식을 깜짝 발표하기도 했다.
이어 8월 개최 된 게임스컴과 9월 개최 된 도쿄게임쇼에서는 넥슨, 엔씨, 넷마블, 크래프톤,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스마일게이트, 컴투스 등이 부스를 꾸리고 서구권 시장과 일본 시장, 각 시장을 타겟으로 한 다채로운 신작들을 선보였다.
한편,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글로벌 흥행 덕에 우리나라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신작 게임도 주목 받았다.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 된 넥슨의 '우치 더 웨이페어러'와 위메이드의 '프로젝트: 탈'은 각각 55만회, 178만회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10. 한국게임산업 '3N'은 옛말
국내 게임산업의 선두로 일컬어져 왔던 '3N'이라는 단어는 이제 확실히 묻어줘야 할 때가 됐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매출을 종합한 결과, 넥슨-크래프톤-넷마블-엔씨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1위인 넥슨과 2위인 크래프톤의 차이는 약 1조 정도로 나타났고, 넷마블과 엔씨의 매출을 더해도 넥슨의 매출을 넘지 못할 정도로 넥슨의 '독주'가 고착화 됐다.

11. 페이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롤드컵 우승을 경험한 사람
지난 11월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T1이 3연속 우승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며 6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에 따라 T1의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롤드컵 우승을 경험한 사람'으로 기록됐고, ‘LOL 명예의 전당 최초 헌액자’, '국제 대회 최초 1000킬 달성', 'Worlds 최다 승 및 최다 킬 달성' 등 명실상부 최고의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데뷔한지 12년, 29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은퇴는 아직 먼 이야기인듯 하다. 지난 12월 18일 이 선수는 T1과의 4년 재계약을 발표하고,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이 발전하는 것이 목표다. 증명을 해야 한다면 나 스스로에게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측면에서 많이 성장하고 증명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