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지점은 주식회사 FURYU의 신작 액션 RPG '크라이마키나'의 닌텐도 스위치, PS5, PS4용 소프트를 지난 7월 27일 정식 한국어판으로 출시했다.
크라이마키나는 주식회사 FURYU가 선보이는 신작 오리지널 게임 소프트로, 인류가 멸망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여 기계 소녀들이 진짜 인간이 되는 것을 목표로 싸우는 액션 RPG다. 3명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스테이지마다 교체하면서 싸워 나가는 배틀 파트에서는 거침없고 강력한 액션과 핵 앤 슬래시를 즐기며 게임에서 수집할 수 있는 권속기라는 명칭의 병장을 활용한 전략적 공방을 즐길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편 크라이마키나는 지난 2019년 국내에 출시됐던 크라이스타의 후속작이다.
본 리뷰는 PS5 플레이와 스크린샷을 활용했으며, PS4판은 패키지와 다운로드판 모두 PS5판으로 무료 업그레이드를 지원한다.
게임 진행에 따라 메인화면도 변화하니 이를 체크하는 것도 포인트
■ 멸망한 인류와 인간이 되려는 기계
크라이마키나의 인류는 갑자기 생긴 이심병이라는 병으로 상당한 수의 환자가 사망하고 만다. 주인공이라 볼 수 있는 레벤 디스텔도 21세기에 17세라는 나이로 죽은 소녀였다. 그러나 갑자기 그녀는 과거의 기억을 지닌 채 에노아라는 자기 진화 기계, 신기에 의해 정신이 부활하며 인격 데이터 기반으로 기계 신체를 활용해 전투할 수 있는 E.V.E가 된다. 선택받은 자라고 불리고 있는 소녀 레벤 디스텔이 E.V.E가 되면서 에노아나 동료인 센기쿠 미코토, 시도 아미와 함께 몰락한 인류 대신 진짜 인간이 되기 위해 싸우는 내용을 다룬다.
게임 시작 시기가 이미 레벤이 죽은 뒤 2,000년이 흐른 시기인데 인류는 이미 멸망한 상태다. 이심병이라는 무서운 질환이 퍼져서 죽은 사람도 많지만 결국 직접적 원인은 전쟁으로, 살아남은 자들이 에덴이라는 방주에 탑승해 자기 진화 기계인 신기 8종에게 역할을 나눠주고 인류 재흥을 꿈꿨으나 결국 이야기가 시작하는 시점에서 보면 인류는 이미 끝을 맞이해 기능이상이나 상태가 이상해진 신기들 사이에서 ExP를 쌓아가며 진짜 인간이 되기를 추구하는 존재들과 각 신기를 따르는 파벌만이 남아있다.
전체적인 스토리의 흐름이 아주 치밀하다기보다는 캐릭터성이나 그들의 보이스 연기 등이 좀 더 힘을 싣는다는 느낌을 준다. 서브컬쳐 장르 중에서도 동성끼리의 로맨스 요소가 주류인 GL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선호하는 게이머는 만족할 것 같은 관계성도 게임 내 스토리나 서브 스토리 대화 컨텐츠인 다과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외 세부 설정이나 본편 이전에 있었던 일 또한 각 스테이지에 존재하는 정보 관련 아이템을 습득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 빠른 속도감의 전투, 그리고 한 방 싸움
게임은 크게 레벤과 동료들이 정신체로 안전하게 교류하고 정비할 수 있는 거점 모형정원에서 각 캐릭터나 에노아의 서포트를 강화하고 다과회를 통해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파트와 스테이지에 출진해 전투를 즐기는 파트로 나눌 수 있다. 스토리 진행과 다과회 필수 대화들을 감상하면서 점차 다른 신기가 관리하는 새로운 구역의 스테이지가 개방되며 독특하게도 숫자 코드를 입력해 특정 서브 스테이지로 출전할 수 있는 컨텐츠가 존재한다. 이 코드 입력은 앞자리 세 숫자의 합이 10이고 뒷자리 두 숫자의 합이 10이 되도록 맞추면 스테이지들이 개방되는 공식이 있다.
전투는 스토리 전개에 따라서 레벤이 나가거나 센기쿠 미코토, 시도 아미 등이 출전할 수 있고 같은 스테이지에 선택지가 두 명인 경우도 있다. 설정상 그녀들의 정신을 재생시킨 에노아가 서포트 할 수 있는 E.V.E 개체가 하나이기에 출전은 한 명만 가능하며 가끔 스토리상의 이유로 최신 구역에 출전하지 않는 캐릭터도 있다. 그러니까 그때그때 출전하는 캐릭터를 육성시켜줄 필요가 있다. 캐릭터 육성은 ExP를 모아서 캐릭터에게 투자하는 것 외에도 보조 능력치를 올리거나 에노아의 서포트 요소들을 강화하는 것, 그리고 게임 플레이로 얻을 수 있는 각 파츠 장비와 보조 무기인 양쪽의 권속기, 그리고 권속기에 장착하는 스킬 세팅 등이 있다.
전투의 속도감은 빠른 편에 속한다. 캐릭터의 이동이나 공격 모션, 공격 속도 등이 굉장히 빠르게 연출되는 식이다. 이런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일정 구간을 나아갈 때 함정이나 적들이 등장하기도 하며 함정의 경우 잘 해제하거나 피해서 들어가면 장비나 정보 아이템들을 획득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외에도 정규 루트가 아닌 샛길 루트로 빠지면 강적이 존재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이들은 확실히 처음 해당 스테이지에서 진입할 당시의 레벨과 격차가 상당해서 어지간하면 육성을 한 뒤에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구태여 육성을 한 뒤에 도전하라는 이유는 크라이마키나의 전투 시스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단 특정 스테이터스가 낮으면 공격이 명중할 가능성이 줄어들어 아무리 공격해도 유효한 타격을 입히기 힘들어지며 레벨 차이가 벌어질수록 공격을 성공했을 때 입히는 피해량도 줄어든다. 예를 들어 가장 처음 발견하게 되는 샛길의 강적은 공격을 아무리 잘 맞춰도 한자릿수의 피해량을 보여줄 정도다. 이는 보스급의 강적이 아닌 일반적인 적들에게도 당연히 통용되는 시스템이다.
이런 레벨 격차로 인한 것인지, 단순 배율 배정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크라이마키나는 조금만 진행해도 한 방 내지 두 방을 맞으면 비명횡사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캐주얼 난이도로 변경해서 게임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다소 쉬워질 뿐 피격 시 피해량이 극적으로 줄지는 않는 편이라 캐주얼에서도 무작정 들이받으면서 맞딜을 한다면 순식간에 체력을 잃고 재도전 여부를 묻는 화면을 보게 된다. 헌데 전투에서 보여주는 연출들이 퀄리티를 떠나 시야를 방해할 정도는 되는 수준으로 현란한 편이라 공격할 때 적의 움직임을 잘 고려해야 비명횡사를 피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후반에 가면 에노아의 원거리 공격 서포트처럼 적을 가릴 수 있는 서포트 능력은 사실상 선뜻 사용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보스전은 꽤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패턴을 구사하곤 하며 한 방이 묵직한 편이다. 당연히 무쌍형 액션 게임이 아니므로 무작정 공격하기보다는 딜을 넣을 수 있는 타이밍을 잘 가늠해 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초반부 보스 중 하나인 로고스와의 전투는 로고스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이 아니지만 로고스의 공격은 플레이어가 위치한 단상 거의 대부분을 뒤덮고 정신을 팔고 있다가 조금 타이밍을 놓치면 피하기 까다로운 편이라 공격을 하는 타이밍 외에도 빠질 타이밍을 명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돌아가는 플랫폼에 타이밍을 맞춰 올라타야 하는 경우도 있다.
■ 스토리나 비주얼이 핵심인 게임
크라이마키나는 스토리나 개성적이고 예쁘게 그려낸 캐릭터 일러스트, 에덴 각 구역의 맵 디자인 등 비주얼이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되는 신작이다. 스토리가 아주 독특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보이스 연기 등으로 보충하면서 플레이어를 이끈다. 전작인 크라이스타와 스토리 내에 중요한 연결점이 있는 구성은 아니기 때문에 크라이스타를 플레이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단독으로 이번 타이틀의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 유의할 점은 역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GL 요소가 게임 전반에 뚜렷하게 깔려있다는 것이므로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플레이하기 전에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비주얼적으로도 꽤 흥미롭다. 서브컬처풍 미형의 캐릭터 일러스트를 기조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러스트레이터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 보편적으로 미형인 서브컬처 캐릭터 일러스트에서 조금 더 아름다움에 치중했다는 느낌을 준다. 또, 구역마다 다른 테마의 배경 비주얼도 볼만했다. 특히 로고스의 구역에서 건축물들 사이로 로고스의 권속인 고래들이 유영하는 모습이나 이 구역이 마치 바다 속처럼 푸른 빛으로 채워져있다는 점이 디지털 바다에 들어왔다는 감상을 안겨주기도 한다.
전투는 크라이스타에 비해 확실히 성장했다고 할 수 있지만 너무 높은 피격 피해량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캐주얼 모드의 뚜렷한 난이도 구별 실패, 단조로운 방식의 전투 구성 등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스토리나 캐릭터 연기, 비주얼이 강점이라고 적어두기는 했지만 크라이마키나는 서브컬처 게임들 중에서도 딥한 부류의 스토리나 관계성 대사들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저항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