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퀘어에닉스의 전설의 명작 ‘라이브 어 라이브’가 28년 만에 리메이크됐다.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스퀘어에닉스의 닌텐도 스위치 신작 라이브 어 라이브를 한글화로 출시했다. 이 게임은 1994년 출시한 동명의 RPG를 현대적 감각을 가미해 리메이크한 점이 특징이고, 최초로 글로벌 동시 출시해 국내외 유저들을 공략하고 있다.
게임을 소개하기에 앞서 원작을 간략하게 언급하면, 1994년 슈퍼패미컴으로 출시한 라이브 어 라이브는 글로벌 출시가 안 됐고, 당시 스퀘어가 출시한 초명작 ‘파이널 판타지6’에 가려져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특유의 게임 구성과 완성도 높은 게임성 등으로 입소문을 타서 인기작으로 등극, 전 세계 팬들이 꾸준히 리메이크 요청을 했던 타이틀이다.
이 게임이 호평받은 가장 큰 요인은 옴니버스식으로 이뤄진 스토리 라인이 있다. 처음에는 각자 다른 시간과 세계에서 주인공들이 활약하지만 마지막에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왕을 해치우는 독특한 전개가 당시 유저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줬다. 특히 각 장마다 별개의 게임으로 내도 될 정도로 구성이 완전히 달라 하나의 게임 안에서 다채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던 부분이 라이브 어 라이브의 최고 매력 포인트.
전설의 명작 라이브 어 라이브(SFC판)
■ 원작의 재미는 그대로 보존, 신규 시스템으로 즐기기 좋아졌다
본론으로 들어와 리메이크된 라이브 어 라이브를 살펴보면, 원작을 그대로 이식하지 않고 그래픽을 전부 새로 그렸다. 또 어설픈 3D 기술을 적용하기보단 2D 기반에 약간의 3D 기술을 도입한 HD-2D로 이뤄져 원작 고유의 도트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주요 캐릭터 전원에게 성우가 배정돼 스토리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됐고(주요 이벤트만 성우 더빙), 주요 성우진이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주요 활약했던 성우로 배정돼 팬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참고로 라이브 어 라이브의 아버지 토키타 타카시 프로듀서의 의향이 들어갔다고 할 정도로 노린 캐스팅이 많은데, 예를 들면 현대편 주인공 ‘타카하라 마사루’는 ‘기동전사 G건담’의 ‘도몬 캇슈’역으로 유명한 ‘세키 토모카즈’를, 근미래편 ‘아키라’의 경우 ‘마징가Z 충격의 Z편’의 ‘카부토 코우지’ 역의 ‘아카바네 켄지’를 캐스팅했다. 이외로도 곳곳에 성우 팬들이라면 손바닥을 치며 놀랄 만한 성우들이 캐스팅됐으니 직접 확인해보자.
게임 시스템은 기존 JRPG처럼 맵을 탐색하며 이벤트 및 보스를 클리어하는 형태지만, 전투는 패미컴으로 출시한 ‘패미컴 점프2 -최강의 7인(이하 최강의 7인)’처럼 체스맵에서 순서를 번갈아 가면서 캐릭터를 움직여 공격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사실 게임 방식도 거의 흡사하다). 첨언으로 라이브 어 라이브는 메인 주인공 캐릭터 디자인을 소학관(쇼가쿠칸) 소속 만화가들이 참여했는데, 최강의 7인은 집영사(슈에이샤)의 대표 만화들이 한자리에 모인 올스타 RPG이다.
라이브 어 라이브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되는 최강의 7인
이번 리메이크판은 그래픽과 사운드 파워업뿐만 아니라 편의성 높은 시스템이 대거 추가됐다. 게임 구조가 분기가 많아 다회차 플레이가 필수인데, 언제든지 분기를 교체하도록 각 장마다 ‘새로하기’ 기능을 추가해 하나의 장을 다른 분기로 하기 위해 모든 장을 다시 플레이하지 않아도 된다. 또 현재 진행하던 장이 지겨우면 다른 장으로 언제든지 넘어갈 수 있고, 자동저장 지원, 이벤트를 쉽게 진행할 수 있게 내비게이션 미니맵 지원, 전투 시 기술 및 아이템 선택 저장 기능, 전투 시 행동 게이지 및 기술 안내 기능 등이 추가됐다.
원작과 다소 차이점을 보이는 요소들이 보이는데, 먼저 전투 밸런스가 조정됐고, 중세편에서 아이템 습득 시 최종편에서 해당 아이템이 사라지지 않는 요소, 최종편에서 기존 아이템 연계, 원시편에서 원시인 증식 이벤트가 선택문 게임으로 변경, 구조가 변경된 일부 맵, SF편의 ‘캡틴 스퀘어’ 스테이지 변경, 근미래편의 테마곡 ‘GO! GO! 양철대왕’ 보컬곡 수록 등이 있다.
그밖에 검열된 부분이 다수 보인다. 현대편의 ‘맥스 모건’의 누구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일러스트에서 콧수염 삭제(전투 그래픽은 그대로 남아있다), 근미래 및 서부편에서 여성 캐릭터 속옷 아이템이 다른 아이템으로 변경, 일부 선정적인(그래픽 때문에 실제 보면 전혀 그렇지 않지만) 이벤트가 모두 검열됐다.
더불어 과거 팬들을 위한 신규 시나리오도 추가됐으니 팬이라면 필히 모든 요소를 찾아서 즐겨보자(게임의 진정한 본질을 찾아주는 감동적인 장면이 재현된다). 또 최종편은 원작처럼 멀티 엔딩으로 이뤄져 여러 회차 즐겨도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
원작 그래픽
원작 그래픽
원작
■ 옴니버스로 이뤄진 주인공들의 이야기… 그 마지막은 하나로
게임의 핵심 요소인 각 장에 대해 소개하겠다.
원시편은 원시인 부족간 경쟁을 그렸고, 모든 캐릭터가 말을 못 하고 몸짓 등의 표현으로 소통하는 점이 특징이다. 게임 진행은 여타 JRPG와 흡사하지만 적과의 조우 방식은 심볼(냄새를 맡는다)과 랜덤 인카운트(냄새 없이 진행) 중 취향대로 선택이 가능하다.
또 원시편은 2개의 재료를 이용해 무기 및 장비 제작이 가능한 제작 시스템이 독자적으로 마련됐고, ‘킹 맘모스’라는 하드코어 난이도의 히든보스와 인면암으로 숨겨진 아이템을 얻는 요소들이 준비돼 플레이어의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
서부편은 이름에서 보이는 것처럼 서부극을 기반으로 한다. 전투는 이벤트전 밖에 없고, 플레이어는 현상금이 걸린 총잡이 ‘선다운 키드’를 조작해 마을을 침입한 무법자 일당을 소통하는 것이 목적이다.
무법자 일당은 인원이 엄청 많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사전에 소탕하기 위해서는 함정 아이템을 수집 후 마을 사람에게 전달 및 설치하게 해 무법자 일당을 줄여야 하고, 아이템 설치 시간이 한정적이기에 시간을 잘 체크하고 진행해야 한다. 또 함정설치 없이 100% 전력의 무법자 일당과 싸우는 전투는 라이브 어 라이브 사상 최고의 난이도를 보여주니 변태적인 플레이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함정 설치 없이 플레이하자(물론, 이렇게 깨도 추가 보상은 없다). 또 마지막에 라이벌 ‘매드독’을 해치우는지, 아닌지에 따라 분기가 생기니 참고하자.
쿵후편은 70년대 홍콩 무협영화 느낌이 강하다. 당장 주인공 심산권노사부터 일본의 성룡 전담 성우 ‘이시마루 히로야(원조 마징가Z 카부토 코우지 성우)’이다. 심산권노사는 수명이 얼마 안 남은 무림고수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강력하지만 성장이 없고, 후계자 3명을 찾아 심산권을 전수하는 것이 목표이다.
쿵후편도 전투는 많이 없지만, 대신 숲에서 심볼 인카운트로 적을 만날 수 있으며, 제자들을 모두 영입 후 누구를 제일 많이 개인교습시켰는지에 따라 마지막에 살아남는 제자가 다르다. 이 때문에 쿵후편은 3회차 플레이가 필수이다. 제자 중 한 명은 일본 홍금보 전담 성우가 캐스팅됐다.
막말편은 숨겨진 요소가 가장 많은 장이다. 닌자 ‘오보로마루’를 조작해 단독으로 성에 잡입, 부여받은 밀명을 완수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 장은 자유도가 높은 편인데, 일반 JRPG처럼 목적만 완수하면서 자유롭게 진행하거나 0명 베기, 100명 베기 같은 특수 조건을 노려 플레이가 가능하다.
또 성안은 굉장히 넓고 복잡하고, 특수 조건을 만족해야 언락이 되는 이벤트가 많기에 모든 요소를 즐기기 위해서는 신중한 플레이가 필요하다(한번 실수하면 영영 못 보는 이벤트들이 많아서). 그리고 히든 보스도 2명이나 있는 등 여러모로 제작진의 편애를 많이 받은 장이다.
현대편은 격투바보(사실 천재) 타카하라 마사루가 최강이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당시 유행했던 대전격투게임들처럼 원하는 대전상대를 골라 하나하나 처단하는 것이 목적인 시나리오이고, 현대편은 순수 전투로만 이뤄졌다.
현대편은 상대마다 특기를 2개 이상 가지고 있는데, 마사루는 이들의 특기를 얻어맞을 때마다 그대로 흉내 내서 사용 가능하고, 마음만 먹으면 모든 장 중 제일 빠르게 클리어 가능하다. 또 아이템 습득 불가 및 레벨업이 없기 때문에 마사루를 메인으로 최종편 시작 시 약간 애로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
근미래편은 슈퍼로봇 ‘양철대왕’을 조작하는 독특한 진행 방식이 눈에 띈다. 주인공 아키라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고, 이 능력을 활용해 이벤트를 클리어해야 한다. 이전 주인공들과 다르게 요즘 시대와 느낌이 비슷한 세계에서 악의 야망을 저지한다는 경파한 스토리 등으로 이뤄져 알기 쉽다.
후반부에는 양철대왕을 조작해 거대전을 치를 수 있는데, 리메이크판에서는 등장이나 전투 연출이 한층 파워업해 눈이 즐겁다. 참고로 아키라와 양철대왕 전투돌입은 심볼 인카운트로 들어갈 수 있다.
SF편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호러물이다. 우주선 안에서 인간 동료들이 하나씩 죽어가고, 주인공 로봇 ‘큐브’를 이들을 죽이는 정체를 찾아 우주선 안을 돌아다니며 해결해야 한다. 또 서부편과 마찬가지로 SF편은 이벤트 전투만 있으며, 캡틴 스퀘어라는 오락기를 작동시키면 10개 정도 스테이지로 이뤄진 별도의 전투를 즐길 수 있다.
SF편의 가장 큰 묘미는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베헤모스라는 거대 괴물이 깜짝 놀라게 중간중간 튀어나와 큐브를 즉사시켜 플레이어의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단, 원작과 달리 리메이크판은 내비게이션이 있어서 베히모스의 움직임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7명의 주인공을 모두 클리어해야 언락되는 중세편은 유명 만화가들이 참여했던 이전 장들과 달리 스퀘어 특유의 감성으로 캐릭터들이 디자인됐다. 초반 이야기나 구성 등이 일반적 JRPG에서 보던 흔해 빠진 구성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중세편은 진행을 하면할수록 인간혐오에 가까울 정도의 스토리와 ‘히든 스토리’에 대한 떡밥을 던지며 라이브 어 라이브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전개는 요즘 플레이해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또 중세편은 주인공 ‘올스테드’의 감정 변화를 보는 것과 스퀘어의 3대 악녀 ‘알리시아’의 행보를 보는 재미가 일품이며, 구성은 일반적인 JRPG처럼 랜덤 인카운트로 진행, 분량은 원시편과 막말편, SF편 이상으로 길다. 여담으로 원작은 공개 당시 중세편에 대한 정보를 꽁꽁 싸맸는데, 리메이크는 이 중세편을 처음부터 공개하는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엔딩의 충격적인 전개에 대한 복선을 어필하기 위함으로 생각된다.
최종편은 모든 캐릭터를 클리어해야 해제되고, 시작부터 누굴 선택하는가에 따라 2개로 분기가 나뉜다. 올스테드 분기가 아닌 정통적인 분기를 선택하면 7명의 주인공 중 1명을 메인으로 선택 가능한데 누굴 선택하는가에 따라 추가 분기가 발생하고(큰 차이는 없다), 선택한 주인공 외에 나머지 주인공을 모아 동료로 삼아야 한다. 하나의 파티에는 총 4명까지만 영입 가능하고, 영입 안된 동료는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아울러 굳이 동료를 다 얻지 않아도 바로 진행이 가능하고, 각 동료마다 최강 무기를 얻는 던전이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요소를 클리어하면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파악된다. 또 전투는 랜덤 인카운트로 진행한다.
이 게임 발매 직전 인터뷰 때 게임 총 플레이 타임에 대해 토키타 타카시 프로듀서는 약 30시간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엔딩까지 보니 원작을 즐긴 유저 기준 20시간 이상이면 충분히 클리어 가능하다. 또 원작에 진짜 익숙한 유저는 그 아래 시간으로 클리어 가능할 듯싶다.
원작 팬인 필자는 라이브 어 라이브 리메이크 발매 전부터 손꼽아 기다렸는데, 기대 이상의 재미를 보여줘 흡족했다. 특히 편의성이 너무 좋아지고 한글화까지 지원해 이제 원작을 다시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반면, 신규 유저들에게는 약간 불친절한 난이도와 2D 그래픽에서 오는 클래식함 등으로 첫 플레이 시 적응하기 힘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신규 유저라도 게임에 집중해서 플레이하다 보면 요즘 게임 안 부러울 정도로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 평소 JRPG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필히 이 게임을 즐겨보자.
이동수 / ssrw@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