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후네 케이지의 '마이티넘버9', 스즈키 유의 '쉔무3' 등 일본 유명 개발자의 펀딩 게임이 흥행 실패 및 혹평을 받은 가운데, '악마성 드라큐라(이하 악마성)' 시리즈의 개발자 이가라시 코지(이하 이가)가 만든 '블러드스테인드: 리추얼 오브 더 나이트(이하 블러드스테인드)'가 올해 게임 시장에 공개됐다.
지난 20일, 국내 콘솔게임 전문 유통사 디지털터치는 505게임즈가 퍼블리싱, 아트플레이가 개발한 횡스크롤 던전 탐색 액션RPG 블러드스테인드 PS4 한글판을 출시했다.
21세기 들어와 20세기 말부터 유명 게임 개발자들이 자신이 다니던 유명 게임사를 퇴사하는 일이 잦아졌고, 2010년부터는 그 개발자들이 자신의 대표작의 정신적 후속작을 개발한다고 펀딩을 진행하는 일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그러나 서두에 언급했던 이나후네 케이지의 마이티넘버9은 펀딩을 한 팬들을 분노하게 할 정도로 수준 낮은 게임퀄리티로 혹평을 받았고, 아직 출시는 안 한 스즈키 유의 쉔무3는 개발 스크린샷이 공개될 때마다 처절하게 '구린' 캐릭터 모델링으로 각종 커뮤니티에서 조롱거리가 됐다.
'입으로만' 개발하는 일본 개발자로 인해 사실 이가의 메트로바니아 귀환인 블러드스테인드도 걱정이 앞섰는데, 과연 이 게임도 단순 조롱거리로 평가받다 끝날지, 아니면 펀딩 게임의 부활을 알릴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마이티넘버9인 펀딩하고 받은 저질 상품. 받자마자 갈기갈기 오려버렸다
■ 메트로바니아의 정신적 후속작 블러드스테인드가 만들어지기까지
요즘은 횡스크롤 던전 탐색 액션 RPG를 떠올리면, 당연히 이가의 악마성 시리즈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 장르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1986년 닌텐도가 패미콤 디스크 시스템으로 출시한 '메트로이드'는 기존 횡스크롤 액션과 달리 기존에 갔던 지역을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높은 자유도로 신선함과 색다른 재미를 줬고, 이런 진행 방식은 서양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1994년에 나온 '슈퍼메트로이드'는 현재의 횡스크롤 던전 탐색 액션 RPG의 틀을 만든 초명작이다.
메트로이드 출시 후 선소프트의 '초혹성전기 메타파이트'가 출시하는 등 다양한 개발사의 아류작이 줄줄이 등장했다. 그리고 코나미 역시 자사의 대표 타이틀 악마성 시리즈 10주년 이후인 1997년에 이 게임의 장르를 단순 횡스크롤 액션에서 던전 탐색 액션 RPG라는 색다른 변화를 꾀했다.
이가 메인 디렉터로 참여하면서 기존 악마성 시리즈와 게임성이 변한 '악마성 드라큐라X 월하의 야상곡(이하 월하의 야상곡)'은 채찍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벨몬드 일족이 아닌, 본가 시리즈 최초로 드라큐라의 아들인 알카드를 메인 주인공으로 내세운 파격적인 시도의 작품이며, 메트로이드 시리즈에 영감을 받아 게임 진행 방식이 전부 변경됐다.
메트로바니아의 최고 작품인 월하의 야상곡
하지만 월하의 야상곡이 단순히 메트로이드의 게임 구성만 벤치마킹했다면 단순 아류작으로 끝났을 터. 월하의 야상곡은 악마성 시리즈 특유의 감성을 유지, 장인정신이 깃들여졌다고 할 정도로 곳곳에 많은 장치를 넣어 호평을 받았고, 특히 플레이타임을 늘리기 위해 2부부터는 기존 맵을 거꾸로 돌려 기존 맵을 복습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받게 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악마성 시리즈는 이 작품의 성공으로(특히 서양에서 더 호평), 향후 신작부터는 대부분 던전 탐색 RPG 장르로 바꿨고, 지금은 메트로바니아(메트로이드+악마성 시리즈 해외명인 캐슬바니아), 또는 이가바니아(이가라시 코지+캐슬바니아)라고 불릴 정도로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월하의 야상곡 이후의 악마성 시리즈는 거치형 콘솔과 휴대용 콘솔이 다른 방향을 걷게 된다. 거치형은 던전 탐색 액션 RPG 장르를 유지하되 그래픽과 게임 구성을 3D로 만들었고, 휴대용은 월하의 야상곡처럼 2D 방식으로 시리즈를 이어나가게 됐다.
결과적으로 두 작품은 재미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월하의 야상곡을 뛰어넘었다는 평을 한 번도 받은 적은 없다. 먼저 거치형 작품 대부분은 조악한 그래픽 구성으로 좋은 평을 듣지 못했고, 특히 PS2로 나온 '캐슬바니아'의 메인 히로인은 최종보스라 할 정도로 일러스트와 전혀 다른 그래픽 품질을 보여줘 팬들을 실망케 했다. 여담으로 과거 코나미와 관련됐던 한 관계자가 기자에게 관련한 에피소드를 하나 알려줬는데, 이가가 월하의 야상곡을 베이스로 3D 모델링이 들어간 코나미 상층부에 보여줬는데 너무 조잡한 퀄리티로 곧바로 프로젝트가 까였다고 한다(사실 이때부터 차후 언급할 조잡한 3D 퀄리티의 시초가 된 것 같다).
또한, 휴대용 시리즈의 경우 기본적으로 거치형보다 낮은 성능의 기기인지라 월하의 야상곡급 퀄리티를 보여주지 못했고, 시스템적으로는 약간의 변화는 있었으나 사실상 자가복제 수준이라 이렇게 계속 반복되다 보니 결국 장기적으로 시리즈를 이어나가지 못했다.
3D 액션게임 시대에 3D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기반복만 하던 이가는 코나미의 한창 게임 사업을 축소하던 2014년에 회사를 돌연 퇴사, 이후 펀딩을 통해 '이가바니아의 귀환'이라는 명명 하에 신작을 개발한다는 소식을 전했고,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 블러드스테인드이다.
■ 이가바니아의 귀환 성공, 게임성은 역대급
서론이 길었지만, 이제부터 블러드스테인드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겠다.
블러드스테인드는 연금술사의 저주받은 실험으로 악마의 힘을 깃들게 된 여주인공 미리암의 이야기를 메인 배경으로 뒀다. 또 플레이어는 미리암을 조작해 악마의 힘인 샤드를 흡수하고 성장을 하면서 악마의 성을 세상에 소환한 악인 지벨과 맞서 싸우면 된다.
물론, 이전 시리즈처럼 게임은 멀티 엔딩으로 구성됐고, 지벨을 해치우면 엔딩이 나오거나, 또는 진짜 엔딩을 위한 새로운 여정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더불어 프롤로그에서 주는 설명은 장황하지만 여타 악마성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실제 게임 내 스토리 흐름은 플레이어 상상 속에 맡기는 단순한 형태로 구성됐다.
주인공 미리암이 공개된 직후, 많은 이들이 미리암은 '악마성 드라큐라 빼앗긴 각인'의 여주인공 샤노아와 비슷한 형태로 구현됐다고 생각했으나, 실제 미리암은 '악마성 드라큐라 효월의 원무곡', 와'십자가 창월의 악마성 드라큐라 창월의 십자가'의 주인공이자 드라큐라의 환생인 소마를 조작하는 느낌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악마의 힘인 샤드를 통해 미리암은 서포트하는 악마를 소환하거나 특정 트랩을 벗어나는 힘을 사용, 강력한 마법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또 성장은 기존 메트로바니아처럼 레벨업과 장비를 통해 가능하고, 장비는 맵 내 배치된 상자를 열거나 아이템 파밍을 통한 아이템 조합 등을 통해 습득해야 한다.
이외로 초반에는 움직임이 굼뜨지만, 진행에 따라 2단 점프나 하이점프, 스피드업 등의 효과를 얻어 방대한 맵을 종횡무진하며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니, 초반 진행이 느릿느릿해도 중반부터는 본격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메트로바니아의 강점은 방대한 맵의 달성율을 높이는 것이다. 처음 맵은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상태에서 시작되나 플레이어가 해당 장소를 진행하기만 해도 맵이 활성화 및 달성율이 높아지고 이를 100%까지 높이는 것이 플레이어의 주목적이 될 것이다. 단 기존 메트로바니아처럼 맵이 뒤집어지는 현상은 없어졌다. 참고로 맵이 뒤집어지지 않아도 규모를 더 늘렸기 때문에 실제 플레이하면 맵 분량에 대해 그다지 부족함을 느낄 수 없고, 그 외 즐길 거리가 많아져서 실제 플레이타임은 무시무시하다.
기존 악마성 드라큐라를 위한 장치들도 곳곳에 놓였다. 기존 악마성 주인공들은 서브 퀘스트명에 언급되고, 대놓고 알카드라도 언급하지 않으나 성우부터 외형까지 누가 봐도 알카드 같은 O.D.가 등장해 팬들의 웃음을 짓게 만든다. 덧붙여 O.D는 예전에 알카드가 도서관 사서에게 똥침을 놓은 것처럼 미리암이 비슷한 행동을 하면 숨겨진 아이템을 준다.
메트로바니아의 장인정신이 깃든 요소들 역시 블러드스테인드에 똑같이 경험할 수 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앉을 수 있는 의자나 사역마 카라보스를 가지고 특정행동을 하면 사역마다 노래를 부름, 열차에서 멍 때리고 앉아 있다가 적이 튀어나옴, 의미 없이 작동시키는 오르골 등 메트로바니아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그밖에 다양한 난이도로 초보부터 고수까지 모두 아우르며, 외형 및 장비 변경을 통해 나만의 캐릭터 만들기 가능, 진행 유무에 따라 오픈되는 보스러시, 스피드 런 등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요소들이 모두 준비됐다. 향후 무료 업데이트를 통해서 추가 모드도 오픈될 예정이다.
■ 훌륭한 게임성에 비해 뒤처리가 미흡
전반적으로 블러드스테인드 게임성 자체는 '월하의 야상곡2'라 부르고 싶을 정도로 월하의 야상곡 이상의 재미를 보여준다.
그에 비해 언리얼엔진4를 사용했다고 부끄러울 정도로 아쉬운 그래픽과 잦은 프리징 및 게임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버그 등은 플레이하는 내내 플레이어의 분노를 일으킨다. 특히 패치 후 생기는 버그로 인해 아이템 등을 습득 못 해 다음 흐름으로 진행 못 하거나 1회차 때 올 트로피를 달성하지 못하게 한다. 이런 현상이 발생 시 설치된 클라이언트를 삭제하고 패치를 안 하면 다음 흐름으로 진행은 되나 모든 아이템 습득 트로피는 영영 따지 못한다.
몇몇 단점들로 인해 잘 만든 게임성에 흠집을 냈으나, 메트로바니아 특유의 재미는 완벽히 현세대기에 훌륭하게 재현, 기존 악마성 시리즈 곡을 담당한 아마네 미치루가 만든 몰입감 넘치는 곡 등 악마성 팬이라면 반드시 즐겨야 할 게임이니 관심이 있다면 체크해둘 것.
끝으로 한마디하자면 기자 역시 블러드스테인드 외형만 보고 이 게임이 똥망할 줄 알고 기대도 안 했으나, 현재 너무 재미있어서 오줌이 지릴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다. 1회차 패치 버그로 모든 아이템 습득 실패해서 눈물을 머금고 2회차로 넘어왔다...
이동수 / ssrw@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