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소프트웨어가 개발해 93년 선보였던 1인칭 슈팅 게임 '둠'은 시리즈 대대로 큰 사랑을 받아왔다. 게임 내적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공식적으로 이식된 플랫폼 외에 전동칫솔, 레고브릭, 심지어 대장균에 이식해 구동하는 일종의 비공식 이식 챌린지도 눈낄을 끌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오늘은 그 이드소프트웨어가 둠 시리즈의 리부트 세계관을 기반으로 제작한 세 번째 타이틀, '둠:더 다크 에이지스'에 대해 살펴본다. 본 신작은 지난 15일 정식 출시되어 PS5, Xbox Series X/S, 윈도우 및 게임패스,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이밍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플랫폼으론 PSN,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 스팀, 배틀넷에서 제공된다.
플레이어는 화끈하게 악마들과 가로막는 적들을 처단하는 전사, 둠 슬레이어가 되어 SF 및 다크판타지풍의 고어 액션 FPS를 즐기게 된다. 스토리의 시기상으로는 리부트 첫 작품인 둠(2016)의 프리퀄에 속하기 때문에 기존 시리즈를 알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냥 게임 자체가 간단히 즐길 수 있는 화끈한 전투의 맛이 있다.
■ 공격적인 방패 전투
중세 다크판타지적인 세계가 SF와 화기를 만난다. 특히 처음 공개될 때 보여줬던 주인공 둠 슬레이어의 망토와 방패는 이 '중세풍' 면모를 더욱 살려주면서, 신작의 핵심 메커니즘 중 하나가 될 것을 암시했다. 그리고, 실제로 둠:더 다크 에이지스에서 보여주는 방패 위주의 전투 시스템은 방어적인 수준을 넘어 공격적인 방식을 취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둠 슬레이어는 처움부터 방패와 총을 들고 싸운다. 달리는 속도도 빠르게 설정되어 있지만 이 방패를 사용한 공격 수단을 통해 더욱 단숨에 전방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가드를 하면 자동으로 록온이 되고, 그 대상에게 방패 돌격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돌격만 하고 끝이 아니라, 약한 적들은 광범위하게 폭발사산한다. 아예 캡틴 아메리카처럼 방패를 던져서 싸우는 것도 가능하고, 악마가 사용하는 방패 유형에 따라 폭발하거나 주변으로 튕기기도 한다.
또, 게임을 진행하면서 방패의 테두리에 톱날이 생기거나, 룬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패링에 성공했을 때 발동하는 효과를 조정할 수 있어 더욱 활용도가 높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좀 아쉬운 게 이 룬이 나오는 시점부터 패링이 더 효과적으로 전투에 도움을 주는 편이지만 조금만 더 빠른 시점에 첫 룬을 개방해줬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방패를 사용해 패링할 수 있는 공격은 가시성이 굉장히 좋다. 그리고, 적의 탄막이 잘 보이는 형태라 초록색으로 표시된 탄을 가드하면 튕겨내는 것이 가능하다. 공격적인 방식으로 방패를 활용하는 건 방패돌격, 던지기 외에도 이런 튕겨낼 수 있는 탄막을 향해 방패를 들고 직접 달려가 튕겨보내는 방식이 있다.
처음에 조금만 익숙해져도 직접 초록 탄막을 찾아 뛰어드는 것이 굉장히 효과적인 전투 방식인 것을 느낄 수 있다.
딱 봐도 구분이 쉽고, 탄막 속도도 적당한 난이도에선 그냥 보고 달려가도 튕겨낼 정도의 속도다
■ 우선순위 전략으로 화끈한 전투를
둠:더 다크 에이지스는 스테이지 형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중간중간 수집품이나 스테이지 클리어율에 반영되는 골드 수집 등 스테이지 내에서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하기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일자형으로 진행하게 된다.
악마 도살꾼 수준의 압도적 전투력을 가진 둠 슬레이어 답게 적으로 등장하는 악마는 매번 무수히 많다. 당연히 한 종류만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진행할수록 뭐부터 처리해야 전투가 편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일단 보통 난이도로 보이는 다 덤벼 난이도 기준으론 방심하지 않은 경우에만 죽는 정도지만, 난이도를 올릴수록 이런 우선순위를 잘 생각하며 싸우는 것이 좋다.
적을 쓰러뜨릴 때의 손맛도 좋다. 방패를 든 악마들은 공격으로 과열시키고 방패를 던져 폭발시킬 때 시원시원하고, 플라즈마 방패를 든 악마가 나타나면 던져서 튕기는 방식으로 주변의 악마 한 무리는 단숨에 정리된다. 여러 종류의 총기 격발에 따른 악마의 훼손도 반영되고, 글로리 킬 연출로는 시원시원하게 악마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여줘 흉악한 악마나 적의 무리를 쓸어버릴 때의 통쾌함이 있다.
두들겨패서 만신창이가 된 악마
게임 전반이 둠 슬레이어의 강함을 만끽할 수 있는 구조다. 그냥 높은데서 점프해도 충격파로 잡다한 악마는 쓸려나가고, 방패만 던져도 반으로 절단나거나, 근접 무기를 휘둘러 두들겨 패면서 쓰러뜨리는 것도 가능하니 묵직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플레이가 나온다. 방패의 주요 용도 중 하나인 패링도 리드미컬한 손맛이 쫙쫙 붙는다.
최종보스전까지 가면 보스와의 전투는 보스가 불쌍해질 지경이다. 패링으로 대부분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보니 가장 리드미컬한 전투이기도 하다. 최종보스전이 사실 1대1 구도가 아니라는 부분은 임팩트 면에서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막상 쓰러뜨리고 나면 그런 생각보다는 최종보스 자체가 사실 스토리 내내 스스로 팔자를 꼬아댄 적인데다 직전의 사건도 있어서 그 최후가 속 시원하면서도 아니 그래도 이건 좀 싶어 불쌍한 오묘한 감정을 들게 만든다.
수시로 둠 슬레이어를 경계하는 연출도 해준다
■ 로봇, 드래곤 중엔 로봇이 낫더라
이번 작품에서는 거대 로봇을 타고 싸우는 스테이지와 SF적 분위기가 결합된 것 같은 드래곤을 타고 다녀야 하는 스테이지가 존재한다. 신 요소로 소개된 두 종류 중에는 로봇이 더 나았다.
로봇과 드래곤이 모두 둠 슬레이어 조작과 공통적으로 녹색 패턴을 피해야 한다는 점은 같은데, 로봇에 탑승해 싸울 때는 대형의 개체들이 싸움을 벌인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전해줬다. 공격 하나하나가 묵직한 공격임을 보여주고, 거대 악마는 물론 지나가는 길에 있는 보통 크기의 악마들, 건물들이 이동에 따라 박살나는 연출을 넣어 박력을 더했다. 근데, 건물은 센티넬 쪽 건물 아니니?
딱 대라
드래곤은 주로 날아다니면서 적의 작은 전투기를 격추시키거나, 대형 함선의 방어 시스템을 파괴한 뒤 착륙하는 패턴이다. 다만, 드래곤의 전투는 좀 지루한 느낌을 준다. 적 함선이나 기관의 공격은 특정 방향이 비어있어 그쪽으로 회피한 뒤 탄을 발사해 보호막을 벗긴 뒤 효율적 파괴가 가능하기 때문에 회피 패턴을 기다렸다 피하는 수동적인 방식이라 지루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
물론 로봇도 비슷하게 회피를 해야 강력한 공격 게이지가 차오르지만 유효한 공격이 충분히 들어가기도 하고, 박력으로 어느 정도 커버하는 감이 있다.
둠:더 다크 에이지스는 전체적으로 드래곤 파트를 제외하면 전투가 상당히 재미있었다. 재미있던 순서로 보자면 둠 슬레이어 본체가 제일, 그 다음이 로봇, 마지막이 드래곤 순이었다. 개인적으론 로봇보다 드래곤이란 존재를 더 좋아해도, 본 작품에선 드래곤이 재미에서 최하위다.
속도감은 괜찮은데
■ 시리즈팬에겐 아하, 게이머 배려한 난이도까지
신작은 원작 둠 시리즈에서 별도의 세계관으로 분리했다고 볼 수 있는 둠 리부트 시리즈를 쭉 플레이했을 경우 아, 그래서 그렇구나 싶을만한 내용을 꽤 담아냈다. '아 얘가 걔야?'라거나, '아 이 때 이래서 그 모습이 됐나?' 싶은 적도 있다. 또, 문서들을 수집해서 읽어보면 재미있는 부분들도 있다. 여담으로, 세피로트처럼 종교적 심볼이 연상되는 요소들도 기믹이나 장면으로 등장하는데, 둠 슬레이어는 악마 처단을 위해 가차없이 이를 박살내며 나아가는 점이 시원스럽다.
게임의 액션성은 굉장히 뛰어나다고 앞서 이야기했는데, 그렇다고 액션 게임이나 FPS 초심자가 플레이하기 어려워 온전히 즐길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게임의 난이도 설정 시스템은 게이머 입장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느낌을 준다. 기본 떠오르는 슬레이어부터 최악의 악몽까지 6개의 난이도로 세분화시킨 것으로 모자라, 아예 플레이어가 설정에서 별도로 각각의 난이도 옵션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들어 입맛대로 둠:더 다크 에이지스의 액션을 만끽할 수 있다.
드래곤식 딥키스 들어간다 입 벌려
전작을 알면 스토리 비중이 늘어난 신작을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고 모른다면 좀 뜬금없고 왜?라는 의문을 부르는 장면들도 있으나, 전작을 모르더라도 깊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둠 슬레이어가 악마들을 쓸어버리는 인간병기 수준의 캐릭터라는 사실만 알면 시원스런 액션과 전투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신작이다.
명불허전의 1인칭 액션 슈팅 시리즈 최신작 둠:더 다크 에이지스는 복잡한 것 없이 재미있게 1회차 플레이를 달릴 수 있는 수작이다.
압도적 위력을 보여주마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