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터치는 코에이테크모게임즈의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 '삼국지8 REMAKE'를 PS5, PS4, 닌텐도 스위치 및 스팀에 지난 24일 정식 발매했다.
삼국지8 REMAKE는 동양 고전 역사 기반 소설 삼국지 연의를 바탕으로, 수많은 무장들이 펼치는 무한한 드라마를 그려내는 역사 시뮬레이션 명작 시리즈 삼국지8을 20년 만에 리메이크한 타이틀이다.
군주를 비롯한 모든 무장들을 주인공으로 삼국지의 세계를 즐길 수 있는 전무장 플레이를 더욱 진화시켜 무장 간의 인연에 따라 극적으로 전개가 변화하는 숙명, 다양한 이야기와 전개를 선택해 즐기는 연의전, 다시 태어난 전투 등 무장들의 인간성을 그리는 추가 요소들을 채워넣었다. 2D와 3D의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비주얼 표현이나 본 타이틀을 위해 그려진 다수의 무장 그래픽을 통해 새로운 느낌의 삼국지8을 만나볼 수 있으며, 특히 최다 무장과 최다 시나리오를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삼국지8 REMAKE는 원작 삼국지8과 삼국지8 with 파워업키트를 베이스로 다양한 요소나 이벤트, 데이터가 추가된 시리즈 최대 볼륨을 자랑한다. 당시 등장하지 않았던 무장이나 세력도 추가되었고, 가장 큰 특징이었던 전년대 시나리오도 가상 시나리오를 포함해 55개 이상으로 시리즈 최다를 기록했다. 본 리뷰는 PC 스팀에서의 플레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 시나리오를 시기별로 세분화
원작인 삼국지8과 마찬가지로 삼국지8 REMAKE는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삼국지 속 시나리오를 세분화했다. 예를 들어 원작에서도 조조와 여포라는 시기를 바탕으로, 193년부터 198년까지 1년 단위로 시기를 선택해 시나리오를 즐길 수 있었는데, 이번 리메이크에서도 그 강점을 유지해 241년부터 263년 범위 내에 띄엄띄엄 시기를 나눈 제갈량 사후를 제외하면 후한 쇠퇴, 군웅할거, 관도대전, 적벽대전, 한중 공방, 제갈량의 남정, 제갈량의 북벌까지 모두 해당하는 기간 내를 1년 단위로 쪼개서 선택지를 세분화했다. 여기에 가상 시나리오로 전통의 영웅집결 같은 것부터 DLC로 제공되는 무예가 중요할지니 같은 시나리오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새로운 플레이어가 플레이 할 주인공을 선택하기 용이하도록 선택지를 맞춤형으로 준비했다. 기존에 코에이테크모게임즈의 삼국지 시리즈를 플레이 했던 익숙한 게이머는 시나리오 중에서 선택하거나, 무장 중에서 원하는 무장을 고르고 해당 무장이 등장하는 시나리오를 고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가비능 같은 무장은 223년부터 삼국지 후반부 시나리오들을 고를 수 있고, 한윤 같은 무장은 189년부터 자신이 활동한 연대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좀 아쉬운 건 무장으로 선택하면 문앙 같은 최후반기 무장은 2개 시나리오 연대만 선택 가능하다.
이제 50개 이상의 시나리오 연대와 1000명에 달하는 무장들이 등장하는 만큼, 선택하기 어렵거나 처음 플레이 하는 사람 입장에서 추천하는 무장과 신분, 시나리오를 세트로 안내하는 기능도 존재한다. 무장들은 군주, 도독, 태수, 군사, 일반, 재야, 두령 등으로 신분이 정해져 있다. 물론 이 신분이 계속 고정되는 것이 아니고, 플레이어가 어떻게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군주로도 바로 하야해서 재야 신분으로 돌아가는 등의 행동도 가능하다. 추천 기능은 이들 중 조금 특별한 신분인 방랑군의 두령과 동지를 제외한 신분들을 선택하면 무장과 시나리오를 추천해주는 시스템이다.
시나리오를 선택하고 게임에 진입해 플레이 하다 보면 굉장히 일부이긴 하지만 도원결의와 같은 중요 이벤트는 새롭게 움직이는 일러스트를 활용한 영상으로 연출해내기도 하며, 삼국지14나 신장의 야망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 연의전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역사 이벤트를 역사대로 발생시키거나 IF 분기로 갈라지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아예 조건을 갖추고도 발동시키지 않는 것으로 이벤트를 무마할 수도 있다. 연의전에서는 역사 이벤트 같은 것 외에도 반복성 이벤트나 엔딩을 단계적으로 나눠 자체 중단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작게는 개인의 명성을 쌓는 것에서 주 단위 엔딩 등 점령 지역 관련 엔딩도 존재한다.
장각의 죽음을 발동시키지 않아도 어차피 수명 때문에 금방 죽었다.
■ 무장의 관계
플레이는 전체 무장 중 원하는 한 명을 선택해 플레이하는 장수제 시스템이다. 플레이 관련 각종 시스템은 원작과 13, 14 등 전작들에서 채용한 것들이 눈에 띈다. 모든 무장들은 공통적으로 전투에서 주로 활용하는 전법과 임무 및 병과 적성 등 다양한 곳에 활용되는 특기를 지니고 있다. 극히 일부의 무장은 기재를 지니고 있어 해당 무장만의 개성과 강력한 능력을 지니게 된 셈이다. 예를 들어 기재를 지닌 무장 중 하나인 조조는 평정 시 활동을 한 뒤에도 한 번 더 활동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개성을 부여하다보니 기재를 보유한 무장이나 고유 그래픽을 지닌 무장이 아닌 이상 그 매력과 개성이 한층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무장은 각자 관계 시스템에 따라 플레이에 영향을 준다. 주인공 무장의 상관도를 보면 의형제 3인과 배우자 3인, 그리고 서로 이로운 관계를 꾸리는 상생 무장 다수가 생길 수 있고, 좋은 영향을 끼치는 호적수가 한 명, 그리고 서로 상극인 무장 네 명, 본인과 타인의 원수가 두 명씩 네 명 배정된다.
상생 무장의 경우 초기부터 모든 칸이 열려있진 않고, 플레이 도중 추가 상생 무장 슬롯이 늘어난다. 이들은 기존의 친밀도가 높은 무장들처럼 일이나 견문 등의 행동을 할 때 도와주거나, 자신이 명성 때문에 교류를 거절당하면 가끔 대신 나서 대면을 성사시켜주기도 한다. 전장에서도 이런 관계들이 파생되고 영향을 끼치는 편이다. 다만 상생 관계가 너무 쉽게 쌓이고, 찾아오거나 우연히 만나는 것은 막을 수도 없어서 상생 무장을 원하는대로만 채우려면 조금 불편한 감이 있다.
특히 황건 시나리오에 황건 소속이었던 주창이다 보니 배원소 같은 무장을 만나면 철렁한다.
■ 신분따라 다른 플레이
신분에 따라 플레이 방식도 조금이지만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모든 무장의 플레이는 매 턴마다 회복되는 행동력을 바탕으로 현재 위치한 지역의 시설들을 방문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단련하거나 다른 무장들과 교류하는 것의 연속이다. 여기서 주인공 무장이 임관한 상태라면 해당 시설에서 일을 할 수도 있고, 일정 턴마다 평정을 통해 방침과 전략을 수행하기도 한다.
플레이가 달라지는 부분은 방랑군과 재야 신분을 제외하면 이 평정 단계에 차이가 있다. 엄밀히 따지면 방랑군도 평정을 하기는 하는데, 그 기능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평정을 주도하는 신분은 공통적으로 평정 시 행동을 정할 수 있는 포인트가 너무 적게 느껴진다.
태수는 성 내에서의 행동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고 인접한 성을 공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렇게 되면 친 곳의 태수로 지위가 변경된다. 실컷 인재를 쌓아둬도 전쟁의 적기를 판단해 치고 나가면 다시 인사이동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수가 인접한 곳만 공격할 수 있다면, 군주는 자신의 영토 내 어느 곳이든 명령을 내려 전쟁을 걸 수 있으니 이쪽이 마음은 편하다. 거기에 AI들도 상당한 평화주의자여서 세력끼리의 전쟁보다는 빈 영토를 확장하는 것 외에 군사행동이 별로 발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기자가 플레이했던 장각군 시절의 주창은 초기에 막강한 군사력을 지니고 있으며 좋은 무장들을 직접 주워담았는데도 옆의 빈 땅을 공격할 생각도 하지 않고, 직접 제안했는데도 명성 때문에 거절당했다. 이런 것은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여서 정말 전쟁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빈 땅을 향한 공격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 부분은 플레이했을 때 하진과 그 뒤를 이은 동탁이 매우 빠르게 황하 이남의 빈 영토를 전부 차지해버리는 케이스도 있었다.
전투는 전작인 삼국지14와 달리 다시 원작의 턴 방식으로 돌아왔으며 비주얼이 많이 달라졌다. 전투가 시작되면 처음에 배치와 책략을 결정하고 본격적으로 군을 움직일 수 있다. 주로 직책에 따라 통솔할 수 있는 최대 병력이 정해지니 개발 등의 임무를 배정해 전투에 나설 강한 무장들에게 진급의 기회를 자주 주어야 한다.
또, 전작들의 조운처럼 이번 타이틀의 전투 괴물 무장이 있다. 바로 삼국지의 무력을 논할 때 늘 언급되는 여포다. 여포 혼자 병력을 분쇄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쉽게 공격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무력만 믿고 부장을 편성하지 않거나 무장들로만 구성하면 함정을 간파하지 못해 자주 피해를 입는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상생 관계나 연계기 등이 전부 터지면서 공격하면 막강한 위력과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내가 할 일 1회만을 제안할 수 있는 일반 신분
군주 신분에선 기술 발전도 선택할 수 있다.
연계 발동
우리도 하진처럼 빈 땅을 열심히 먹어야 했는데, 장각이나 장보나 가만히 구경만 했다.
■ 기반은 8편이라
삼국지8 REMAKE는 13과 14 등 코에이테크모게임즈의 기존 타이틀에서 시스템을 채용해 탑재하고 비주얼도 변경하여 확실히 눈에 들어오는 차이가 느껴지는 신작이다. 다만 그 기반이 반복적으로 일정을 소화하고 휴양하고 평정을 보내는 것의 반복인 8편이기 때문에 삼국지8 REMAKE 또한 조금 플레이하다보면 특별한 목표가 없는 시점이나 판도가 안정된 후반부, 평화가 길어지는 시기는 계속 같은 것을 클릭하는 클리커의 느낌이 들기 십상이다. 사실 8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삼국지 시리즈 대다수가 비슷한 경향이 있긴 하지만 8편의 내정 파트나 평정 등에서 할 일이 적다는 것 때문에 현대에 와선 그런 점이 더욱 부각되는 느낌이다. 비주얼이 변하면서 마을의 모습도 다소 흐릿한 필터가 들어가고, 마을 내 주민을 누르면 대사가 팝업되는 등의 소소한 부분들은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연의전의 주요 역사 이벤트는 풀보이스로 녹음되어 있지만 그 주요 이벤트의 폭이 넓지는 않은 편이다. 여전히 연의전에서조차 삼국지 연의에서 비중이 상당히 적은 제갈량 사후 시나리오는 볼륨이 아쉽다. 오히려 이벤트는 적은 쪽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예를 들어 영상화가 된 이벤트는 도원결의, 봉의정의 밀회, 관우천리행, 이교 혼례, 적벽개전 전야, 엔딩 등으로 전체적인 큰 역사 이벤트들을 생각하면 적다고 느껴진다. 또한 도원결의를 가장 쉽게 볼 수 있을텐데 이 이벤트 영상들에서 보면 연출에 활용된 Live 2D 기술이 다소 아쉬운 편이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옵션에서 평상시 Live 2D 연출을 끌 수 있다.
주점의 의뢰는 그냥 단순하게 대화형이다.
이 정도의 무력 차이가 있더라도 질 수 있다.
설전과 단기접전 모두 동일한 규칙으로, 패의 양이 많거나, 숫자의 합이 높아야 이긴다.
물론 강점은 8편을 플레이했던 기자와 같은 게이머들에게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고, 기존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장수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접전과 설전은 플레이의 재미 면에서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무력이나 지력이 훨씬 높은 상태라도 질 수 있어 방심할 수 없다. 또 5턴으로 끊어지니 길이가 짧아졌다.
게임이 단순한 편이고 AI들도 전쟁을 꺼리는 편인데다 초심자에게 무장을 추천해주는 기능, 튜토리얼 등이 잘 이루어져있으니 아예 이 타이틀로 처음 코에이테크모게임즈의 삼국지에 입문하기는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아쉬운 점들도 보이지만, 이번 타이틀도 오랜 시간 가지고 놀 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담으로 향후엔 전작들의 강점만을 잘 그러모은다면 정말 코에이테크모의 역사를 담은 명작이 하나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당시 유일한 여성 도사 캐릭터로 등장했던 채염과 결혼할 수 있게 된 것은 감회가 새롭다. 낡은 칠현금에 와전이…….
아, 충성도가 100이었는데 바로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일도 자주 발생하는 게 흠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