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나딕게임즈가 직접 개발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던 모바일 수집형 SRPG '클로저스RT:뉴 오더'가 약 1주일이 지난 14일 서비스 종료 공지를 게시했다.
클로저스RT:뉴 오더는 온라인 액션 RPG '클로저스' 원작 IP 기반의 게임이다. 원작과는 달리 위상력을 지닌 클로저가 없어 멸망이 예견된 평행세계를 구하기 위해 소환된 클로저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게임으로, 원작에서 활약했던 클로저스 캐릭터는 물론이고 NPC나 적까지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등장해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는 것이 취지였다. 플레이어는 여러 개로 나뉜 스타팅포인트에 클로저를 투입하고, 이동 경로나 공격 명령 등 다양한 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RTS와 비슷한 느낌의 플레이를 액션 RPG의 시점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출시 소식을 전한 이후 화제를 모으며 사전예약자 60만 명을 돌파했던 클로저스RT:뉴 오더에게 남겨진 시간은 이제부터 약 한 달 뿐이다. 이미 이 게임은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도 내려갔기에 기존에 다운받았던 플레이어만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게임이었기에 1주일만에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게 되었는지, 이제 자체적인 환상의 게임으로 변신한 클로저스RT:뉴 오더를 평소처럼 소개해본다.
■ 위상력이 없는 세계
클로저스RT:뉴 오더는 위상력을 가진 자들이 없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행성이나 다른 세계가 배경인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지구, 그리고 서울 강남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는데 보편적으로 서브컬처 캐릭터 수집형 RPG들에서 선택하는 플레이어의 입지가 조금 색다르다. 보통은 수집한 캐릭터들을 지휘하고 간단히 교류할 수 있는 입장인 프로듀서, 지휘관, 사령관, 선생님, 마스터, 닥터 등에 배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클로저스RT:뉴 오더에서는 여주인공으로 소개된 진소미의 친구이자 게임 내 등장인물로 이야기에 직접 관여한다.
평범한 일상을 누리던 진소미와 플레이어는 갑자기 나타난 하늘의 구멍에서 차원종들이 나타나 아비규환이 된 상황에 혼란스러워하나 진소미의 위상력을 각성시키면서 차원종과 싸울 수 있는 힘을 얻고, 이쪽 세계에서 유일하게 차원종과 대립할 수 있는 유니온 소속 등장인물도 합류해 일단 위기를 넘기고 그들에게 협력하게 된다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이후 스토리를 조금 진행하다보면 온라인 게임 클로저스의 주역 클로저 이슬비를 플레이어가 소환해내기도 하고, 이런 능력을 활용하면서도 강력한 차원종에게 이기지 못해 결국 진소미를 잃는 나름 파격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갤럭시 폴드2 기준으로 레터박스도 굉장히 크게 형성된다.
이후로는 진소미를 잃어 상심한 플레이어가 멘탈을 추스르고 맹훈련을 한다거나, 진소미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스토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다만 스토리 컨텐츠의 난이도 조절은 실패했다는 느낌을 준다. 일단 초반 챕터에서도 3성 클리어 조건에 시간 제한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비슷한 스펙이라면 이걸 맞추기가 힘든 스테이지들이 일부 존재하며 2챕터 후반부부터는 난이도가 갑자기 상승한다는 느낌을 준다. 이후에도 마찬가지로 난이도가 들쭉날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메인 스토리 외에도 서유리 같은 원작 IP 캐릭터들을 포함해 1회 한정이지만 고등급 클로저들의 조각을 조금씩 얻을 수 있는 컨텐츠에서 각 캐릭터와 관련된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다.
■ 빡빡한 클로저 육성과 독특할 뻔한 전투
캐릭터 수집형 RPG이기 때문에 전투에서 활용할 클로저를 수집하기 위해선 주로 유료 재화나 티켓을 사용해 소환을 해야 한다. 또, 명함만 가지고는 올릴 수 있는 레벨 상한이 낮아 같은 캐릭터를 뽑아서 상한을 조금씩 뚫어줘야 하며 캐릭터들은 여러 가지의 스킬과 결전기, 네 부위의 장비 등 육성에 필요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또 속성이 캐릭터마다 배정되어 있고 같은 속성의 캐릭터들을 파티에 편성하면 전투 관련 버프가 발생한다. 문제는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지만 빠듯한 전투 난이도나 캐릭터 육성으로 인해 사실상 마음에 든 캐릭터를 활용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난이도가 좀 들쭉날쭉한데 여기에 각각의 캐릭터 레벨 상한이 높지 않은 편이며 심지어 이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스테이지 초회 클리어 때'만' 얻을 수 있는 경험치나 마찬가지로 초회에만 받을 수 있는 경험치 아이템을 먹여야 해서 상당히 빠듯하다. 이외에도 경험치 아이템을 수급할 수 있는 컨텐츠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상당히 미미한 편이라 캐릭터 투자가 어려운 게임이었다. 애초에 스테이지 클리어를 반복하는 것으로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는 도움말이 게임 내에 존재했는데 경험치를 받을 수 없어 한 플레이어가 문의를 넣자 도움말이 잘못된 것이고 경험치가 첫 번째 이후로 들어오지 않는 것은 의도된 사항이라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전투는 독특할 수도 있었던 시스템을 보여준다. 전투에 진입하기에 앞서 5명의 클로저를 배치할 수 있으며 일종의 서포터 캐릭터를 한 명 배치해 전투 도중 게이지가 찰 때 수시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때 전략 화면으로 스테이지의 지도나 적과 아군의 배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서 각 클로저를 묶어 명령을 하달하거나 개별 명령을 하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스테이지가 시작되고 액션 RPG같은 화면으로 넘어가도 다시 전술 화면으로 돌아가 지시를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자동 전술과 자동 결전기 사용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나 AI가 그렇게 훌륭하진 않은 편이라 멍을 때리거나 제깍제깍 결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였다.
그렇다고 수동 플레이가 편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언제든 캐릭터를 바꾸며 수동 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지만 조작감도 그리 좋지 않은 편이라 오히려 답답한 AI가 더 효율적인 전투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전투에 진입했을 때 캐릭터들의 달리기 모션이나 공격 모션 등은 꽤 엉성해보이는 면이 있고 전투의 타격 효과나 피격 효과도 굉장히 밋밋해 보는 맛이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카메라를 확대하거나 멀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캐릭터 수집형 RPG뿐만 아니라 스마트 플랫폼의 게임 상당수가 지켜보기만 하는 게임이 많기에 이를 최대한 타파하려고 화려한 볼거리 등을 마련하는 케이스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클로저스RT:뉴 오더의 경우 이런 부분도 그렇게 챙기지는 못했다.
결전기 연출이다.
■ 서브컬쳐, 더 나아가 게임을 잘 모르는걸까?
결국 1주일만에 1달의 유예를 두고 문을 닫게 된 클로저스RT:뉴 오더는 서브컬쳐 팬의 마음을 캐치하지 못한 것을 넘어 게임이란 것 자체를 잘 모르는 것이 아닐까 싶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솔직히 말해서, 서브컬쳐 팬들을 끌어당길만한 매력적인 일러스트, 3D일 경우 모델링, 그리고 파고들 수 있을만한 스토리와 캐릭터 설정 정도만 던져줘도 서브컬쳐 팬들은 호의적인 시선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지를 가늠하곤 한다. 다른 것은 다 치우고 니즈에 맞는 캐릭터 하나만, 혹은 매력적인 스토리 하나만 가지고도 붙들고 있을 수 있는 게이머 층이다.
하지만 그런 서브컬쳐 게임들이 갖추고 있는 기본적인 요소들을 클로저스RT:뉴 오더는 미숙하게 보여줬다. 솔직히 말해서 PV나 앱 실행 시 출력되는 애니메이션은 상당히 좋은 퀄리티를 보여줘 관심을 갖게 만들만 했다. 스탠딩 일러스트들은 조금 아쉬웠지만 스토리 진행 도중 나타나는 CG도 그런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막상 3D 모델링이 등장하자 바로 김이 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그래픽이 전부는 아니니까. 그런데 이외에 서브컬쳐 마니아들을 충족시킬만한 기본적인 시도조차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솔직히 서브컬쳐 게임이 아니더라도 캐릭터를 뽑을 때 자기소개나 인사 같은 짤막한 대사를 삽입하곤 하는데, 클로저스RT:뉴 오더는 각 캐릭터들의 첫 인상을 결정할 뽑기에서 캐릭터들이 아무런 대사도 하지 않는다.
비주얼적인 낙차가 큰 점에 더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보는 재미가 떨어진다. 캐릭터들의 모션은 엉성하고 타격감이나 피격당할 때의 효과도 미미해 보는 맛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직접 조작할 때 내가 잘 때리고 있는지, 그리고 맞고 있는지를 분간하기 힘든 수준이다. 거기에 UI도 상당히 투박해 이게 2023년 신작이 맞는지 궁금해졌다.
뽑았을 때 아무런 대사가 없는 것은 꽤나 밋밋한 경험이었다.
서브컬쳐적인 요소를 떠나도 이 게임이 안고 있던 문제는 컸다. 캐릭터 수집형이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에 경험치 수급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 막상 전투도 조작감이 좋지 않고 그렇다고 AI가 평이한 수준도 아니라는 점 등은 게임의 완성도를 떨어뜨렸고, 상당히 다양한 버그들이 1주일간 쉬지 않고 쏟아졌다. 게임을 조금만 길게 해도 튕긴다던가, 전투 재진입 도중 표기가 이상해진다거나, 스테이지에 진입하려고 했더니 특정 경로에 스테이지 파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오류를 출력하고, 모 컨텐츠에서는 티어 이름이 표시될 부분에 '티어이름임' 이라는 텍스트가 떡하니 박혀있기도 하다.
잠깐 이야기했던 게임의 UI도 솔직히 투박한 정도를 넘었다. 개발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2000년대 초반의 플래시 게임 중 할만한 퀄리티를 보여주던 게임을 보는 것 같은 디자인과 툭하면 글자가 누락된 텍스트들까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든 생각은 서브컬쳐에 별로 관심이 없이 만들었고, 막상 뜯어보니 게임에서 중요한 부분들이 엉성하거나 제대로 굴러가지도 않는다는 부분에서 게임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게 아닐까 싶은 억측이 피어났다. 누군가는 이 게임을 출시하는 일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뭔 소리야 대체?
아무리 봐도 적용 오류가 맞는 것 같지만 도움말이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뭔가가 유행하면 그 유행에 탑승하는 것은 다른 업계에서도 종종 보이는 일이고 인기를 생각하면 그런 움직임도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천편일률적인 흐름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개성을 드러내거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게임들만이 플레이어들의 선택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본적인 완성도나 만듦새는 갖춰야 한다. 약간의 투박함이나 미묘한 부분은 인간미 수준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덜 만든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그저 이게 요즘 돈이 된다고 생각하니 구색을 맞추자는 정도로는 선택받기 어렵다. 이는 많은 게임사가 범하고 있는 오류이기도 하며 꼭 클로저스RT:뉴 오더의 출시가 이렇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막상 결과물을 받아든 플레이어의 입장에선 납득할 수 없는 퀄리티였다. 딱 잘라서 오답이었다.
앞에서도 적었던 부분이지만 클로저스RT:뉴 오더의 PV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 제법 기대감을 가졌다. 높은 퀄리티의 애니메이션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대로의 완성도를 갖춘 게임을 다들 기대했을 것이다. 아주 만약에 다음 클로저스 IP 타이틀이 나온다면 클로저스RT:뉴 오더의 경험을 딛고 제대로 게임과, 플레이어와 마주했으면 한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