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닌텐도 스위치용 및 PC용 생활 시뮬레이션 RPG '하베스텔라(HARVESTELLA)'의 정식 한국어판을 지난 4일과 5일 양일간에 걸쳐 출시했다.
하베스텔라는 사계절을 수놓는 판타지 세계를 무대로 생활과 교류,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생활 시뮬레이션 RPG를 표방하고 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아와 모든 생명을 위협한다는 재앙 사계의 한 가운데서 깨어난 주인공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마을 인근의 언덕을 거점으로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하며 동료들과 협력하여 위협을 극복하고, 세계의 형성과 재앙의 진상에 다가가는 이야기를 핵심 스토리로 그리고 있다. 즉 플레이어는 언덕의 거점에서 농업과 목축 활동을 하며 여가를 보내다가도 세계의 중심과 맞닿게 되는 거대한 이야기의 흐름으로 말려들어가는 처지가 된다.
한편 출시일이 제법 지나긴 했지만 아래 후술할 내용과 더불어 하베스텔라의 스토리 요소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에 기존 가이드라인에 따라 초반부 챕터들의 스크린샷을 게시했으며 스토리에 관련된 스포일러는 도입부를 제외하면 되도록 지양했다. 다만 그럼에도 혹시 모를 스포일러에는 주의할 것.
■ 기억을 잃고 쓰러지다
게임을 처음 시작한 플레이어는 하베스텔라가 자아내는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될 캐릭터의 성별과 외형 등을 선택하게 된다. 그렇다고는 해도 본격적인 수준의 커스터마이즈가 이루어지는 편은 아니다. 처음 성별 선택에서 제3의 성별까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주어지나 외형 프리셋에서는 다소의 체형 차이 외에는 중세 판타지풍 여성복을 입은 예쁘장한 캐릭터라는 느낌 정도가 전부였다. 피부색이나 머리카락의 색 등 몇 단계를 거치면 자신의 분신이 되어줄 하베스텔라의 주인공이 완성된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이 우연히 연루되게 된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해 점점 큰 사건으로 흘러들어간다는 타입의 전개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말 그대로 사소한 일이 어느새 세계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규모의 이야기로 커지기 마련인 방식이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여주는 첫 장면은 삭막한 환경의 마을 속에서 주인공이 힘없이 쓰러지는 모습이다. 이는 추후 그를 구한 마을과 지역의 저명한 의사 크레스 선생님에 의해 사계라고 부르는 시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아오는 죽음의 계절이라 하여 사계. 작물이 마르고 죽음의 먼지로 사람들은 조금만 들이키더라도 중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시기에 주인공은 밖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크레스의 치료와 관리를 받으며 주인공은 마을에서 살짝 뜬 느낌으로 돌아가는 사태를 관망한다는 느낌이었지만 이후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일어나는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서 본격적으로 마을에서 지내며 주민들에게도 받아들여져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러나 게임을 진행하면서 보여주는 징조들을 통해 이렇게 수시로 답습하는 평화롭고 사소한 일상들의 뒤편에서는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조금씩 느껴지게 만든다.
처음에 주인공의 행동 반경은 언덕의 거점과 마을, 그리고 모종의 사태가 발생했던 지역과 인근의 숲 정도지만 이야기를 진행할수록 월드맵을 통해서 점점 더 많은 장소로 갈 수 있게 된다. 초반부부터 복선을 흩뿌려놓기는 했지만 심지어 이른 시점부터 중세 판타지에 무려 ㅇㅇㅇ이 이동 수단으로 등장한다.
■ 기본기적인 액션 RPG풍 전투
하베스텔라의 전투 컨텐츠는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주인공 캐릭터와 파티 내에 편성한 다른 캐릭터들이 함께 전투에 나선다. 아주 초반부에는 아무래도 동료가 될만한 인연이 주변에 없어 주인공 혼자 싸우는 상황이 되겠지만 조금만 견디면 다양한 동료 캐릭터들이 합류하고 떠나기도 하면서 채워진 파티를 꾸릴 수 있게 만들어준다. 각 파티원들은 저마다의 클래스를 가지고 있지만 주인공은 이런 동료들과의 유대를 쌓아올리면서 새로운 클래스에 눈을 뜨고 최대 세 개 까지 전투 도중에 클래스를 바꿔가며 싸우는 것이 가능하다.
전투 방식은 앞에 서술한 것처럼 기본기적인 요소들을 바른 액션 RPG풍 전투라는 것이다. 캐릭터를 움직여서 공격하고, 쓰러뜨린다. 때때로 쿨타임이 돌아오면 상성에 맞춰서 스킬을 사용하기도 하는 등 약간의 변화구도 있지만 '사실상' 맞으면서 싸우는 방식의 전투를 취하거나 동료들에게 지켜지면서 그들의 체력을 관리하고 원거리에서 큰 피해를 지원하는 원거리 유형의 전투를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 분명 조금만 진행하면 스텝을 배워서 던전 등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에서 활용할 수 있는데 왜 사실상 맞으면서 싸우는 방식이라는 것일까?
잡의 능력은 해당 클래스를 골라서 전투를 치르면 쌓이는 포인트로 해방한다.
그것은 스태미너 때문이다. 달리기는 당연히 빠른 속도로 스태미너를 소모하고, 검을 실수로 허공에 휘둘러도 착실하게 스태미너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 수 있다. 물론 스텝을 밟아서 긴급 회피할 수 있는 수단에도 스태미너가 사용되는 것이다. 스태미너가 닳는 것이 아깝다고 목숨을 내놓을 순 없으니 활용하지만 스태미너가 상당히 불안해 때때로 그냥 맞으면서 빨리 전투를 끝내버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냥 챙겨둔 음식을 먹어서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뒷쪽의 플레이에서는 이런 걸 크게 걱정하지 않고 적당히 해결할 수 있지만.
스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꺼려지는 것은 조작감 면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스텝을 사용해도 적응하기 전 초반까지는 대부분 공격에 피격당할 가능성이 높다.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조작하면서 느낄 수 있는 일체감보다는 다소의 괴리가 느껴지고 조작감이 썩 좋지 않다고 느꼈다. 보스급 적들을 상대할 때는 몇 가지 패턴을 피하거나 파훼하면서 전투를 치르게 되어 상대적으로 한결 나은 재미를 느낄 수 있었지만 이 역시 때때로 불합리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있었다.
모션이 조금 맥 빠진다.
■ 그래서 농사는?
그래서 농사는 어쨌느냐. 잊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 게임은 앞서 서두에서 게임사가 표방한 장르에 완벽히 부합한다고 보기에는 조금 어렵다. 오히려 액션 JRPG에 농장 생활이라는 생활 컨텐츠가 끼어서 이인삼각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모습이 어울린다. 하지만 그 이인삼각이 깔끔한 자세로 나아가지는 않는 것처럼 보였다.
다시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 주인공이 크레스 선생의 중개로 마을 촌장의 허가를 받아 마을 안은 아니지만 인근의 언덕에 마련된 좋은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해 준 시점부터 크레스가 몇 가지 농사 컨텐츠의 지식을 주입시켜주고 주인공을 걱정하면서 가끔씩 연락해오거나 일을 부탁하기도 한다. 농장 컨텐츠는 이제는 정말 많은 타이틀이 출시된 농장 관리 게임들과 비슷한 방식이다. 계절과 장소에 맞는 씨앗을 갈아낸 밭에 심고 물을 주면 끝이다. 그 과정에서 한 행동들은 스태미너를 소모하고. 굉장히 단순하고 게임을 진행할수록 여러 시설을 놓을 수 있게 되어 보다 효율적인 농경 생활을 접하는 것이 가능하다.
도중에 등장한 어떤 캐릭터로 인해 농장 컨텐츠나 목표가 더욱 강화되는 감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여느 농사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평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음, 익숙한 맛이구나. 그 정도의 감상이었다. 향후 게임을 진행하면서 더 많은 농장 관련 능력들도 얻어 효율성이 증대되기는 한다만 그때까지 가는 과정은 이미 하베스텔라의 입문 고비 코스 중 하나다.
여기에서 재배한 작물이나 가축의 산물들은 출하상자에 넣어 매일 정산을 하거나 보관함에 채우기, 또는 수확한 재료 중 먹을 수 있는 것을 선별해 초기 모험 파트에서 활용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게임의 수월한 진행을 위해 농장 건물이나 주인공의 배낭 크기, 무기 강화 등 다양하게 할 것이 있어서 돈이 많이 든다.
장황하게 이야기했지만, 단적으로 말해 하베스텔라가 보여주려는 스토리에 비하면 이 농사와 생활 컨텐츠 쪽의 흥미가 다소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물론 각지의 도시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서브 퀘스트, 동료 퀘스트 등을 수행하면서 연결되는 이야기들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 아트와 풍경 OST, 그리고 스토리
하베스텔라는 솔직히 이야기해서 전반적인 컨텐츠의 만듦새가 조금 부족하게 느껴진 게임이다. 전투는 전투대로 파고드는 맛이나 깊이 파고들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전투 자체의 즐거움보다는 스토리 진행과 컨텐츠를 위해 의무적으로 수행한다는 느낌이 강했으며 농장의 각종 컨텐츠 역시 다소 밋밋했다. 언덕의 부지를 확장시키면서 새로운 것들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렇게까지 흥미를 끌지는 못 한다는 느낌이다. 게임 기기의 한계 때문인지 독 모드 기준으로도 해상도가 낮은 느낌을 주며 기본 프레임도 약간 낮은 편이니 프레임에 민감한 게이머라면 금방 알아챌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부분은 초기에 음성 언어를 각국의 언어로 선택하는 옵션이 기본 제공되는 것 치고 보이스가 특별히 많지 않은 편이라는 점이다. 아, 혹시 그래서?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 적은 편이며 특정 보스전에서, 그리고 시설의 인물들과 인접하면 출력되는 상호작용 대사 등을 제외하면 음성을 들으며 플레이할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게임에서 스토리 전개나 농업과 전투 전반의 각종 컨텐츠를 수행하며 보여주는 모션과 그래픽도 세대를 건너뛰어 나타난 게임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사전에 홍보된 것과 달리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농사는 스토리를 전개시키기 위한 받침대로 활용하는 느낌을 준다. 물론 농사나 낚시 등의 생활 컨텐츠 그 자체를 즐기는 게이머라면 이 게임에서도 해당 컨텐츠들을 즐길 수 있을지도. 훌륭한 아트와 투박한 그래픽으로 어떻게든 표현해낸 풍경 그래픽, 귓가에서 이 모습을 수놓는 OST와 스토리가 곁들여져 스토리 자체는 나름대로 흥미를 끄는 부분들이 곳곳에 존재했다. 하지만 이 괜찮은 스토리나 비주얼 역시 연출과 모션 배분 타이밍 등에서 아쉬운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서브 퀘스트나 메인 퀘스트를 진행할 때는 선택지에 의미가 없을 정도로 비슷한 것도 있고 골랐을 때의 반응이 궁금해지는 선택지도 준비되어 있다. 이후의 이야기에 크나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특별히 신경 쓰이는 것은 시간이다. 이 게임의 이야기를 위해 메모해 둔 부분 중 가장 많은 것들을 휘갈긴 것을 보면 상당히 거슬렸을지도 모르겠다. 하베스텔라는 농장을 운용하면서 JRPG적인 컨텐츠를 즐기는 융합 장르의 게임이라 볼 수 있지만 기반 시스템은 농장 운용 쪽에 맞춰져있다. 스태미너가 모두 떨어지면 곤란해지고, 심야 너무 늦게까지 깨어있으면 그대로 기절해버려서 아침에 침대 위에서 구조된 상태로 깨어나는 상황으로 직결된다. 이 스태미너가 플레이어를 상당히 짜증나게 만드는 제약요소다.
일단 빠르게 이동하기 위한 달리기를 사용하면 정말 빠른 속도로 스태미너가 소모된다. 해결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의 어디선가도 이야기한 것 같은데 잔뜩 챙겨둔 음식을 먹어 위장 게이지를 채우면 일시적이지만 지속적인 효과를 볼 수 있어 그런 부분을 다소 완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스토리를 좀 진행할라치면 시간이 금방 흘러서 던전 안을 더 탐색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상황이 수시로 주어진다. 앞서 제대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특정 이동수단을 활용해 특정한 장소로 이동하는 메인 스토리가 있는데, 굉장히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것처럼 대사와 연출을 활용하고는 여전히 쓰러지거나 일찍 귀가해서 집에서 하룻밤 자고 탐색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아니, 분명 뭔가 긴박하게 이야기가 돌아가는 것 같은데 잠을 자러 자꾸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 꽤나 신경쓰였다. 이렇게 몰입을 끊어먹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그래도 엔딩 이후 일종의 후일담처럼 각종 컨텐츠들이나 그간 캐릭터들과 쌓아온 관계에 따른 어떤 이벤트 등을 준비하면서 의외로 엔딩 이후 즐길거리들을 남겨두었다는 점은 좋은 인상을 남겼다.
차라리 농사고 JRPG고 어느 한 쪽에 집중했다면 더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그야 만약의 이야기는 무의미하고 오히려 예상과 정반대의 결과를 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이리 튀었다 저리 튀었다 하는 컨텐츠들을 소화하면서 스토리 파트나 OST 등이 다소 아깝게 사용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도 시간에 쫓겼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