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기의 삼국지 게임, 삼국지14 vs 토탈워:삼국

가볍게 보는 작품비교
2020년 01월 26일 23시 02분 59초

중국 고전이자 아시아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소설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한 게임들은 지금도 플랫폼을 막론하고 쏟아지고 있다. 삼국지의 인물들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며, 역사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거나 아예 영웅들의 성별을 바꿔서 서브컬쳐 입맛에 맞추는 시도도 잦다. 그런 가운데, 삼국지 게임이라 하면 늘 떠오르는 독보적인 게임사가 있다.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는 아주 오래 전부터 삼국지 IP를 사용해 삼국지 게임을 시리즈화했다.

 

구작으로 올라갈수록 명작이라 여겨지는 작품이 많은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는 최근의 작품에선 연달아 혹평을 받으며 많은 팬들을 실망시켰다. 변함이 없다, 값에 비해 실속이 없다, 완성도가 떨어지고 PK로 그를 만회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이다 등 다양하게 지탄을 받아왔다. 그렇게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에 대한 기대가 줄어갈 때, 역사 기반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하던 CA의 토탈워 시리즈가 삼국지에 손을 댔다. 지금까지 턴 기반으로 진행되던 삼국지와 달리 실시간으로 플레이어의 조작에 반응하는 전쟁 게임 토탈워:삼국은 삼국지 게임 팬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됐다. 비록 첫 번째 DLC에서 크게 헛발질을 해버리고 말지만 말이다.

 

팔왕의 난 이후 잠잠해졌던 토탈워:삼국은 최근 신규 DLC로 삼국지의 막을 올리는 황건의 난을 바탕으로 한 캠페인을 선보이면서 다시 반등의 기회를 노렸다. 그런 시기에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도 삼국지 시리즈의 신작 삼국지14를 출시하며 두 작품은 비교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번에는 그런 두 작품을 가벼운 마음으로 비교해보기로 했다. 게임 취향과 감상은 각자 달라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 재미 정도로만 읽어 달라.

 


 

 

 

■ 실시간과 반 실시간 전투

 

삼국지 게임이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쟁이다. 고대 중국 대륙 각지에서 일어난 군웅들이 펼치는 크고 작은 싸움들은 삼국 통일을 향한 길에 빠지지 않는 사건이다. 두 작품의 비교 항목 첫 번째로는 토탈워:삼국과 삼국지14의 전쟁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삼국지14가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하더라도 다들 알다시피 두 작품의 전투 방식은 꽤 큰 차이가 있다.

 

토탈워:삼국의 전투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며 플레이어의 지휘 실력이 전적으로 반영된다. 물론 천명에서 추가된 제국근위대처럼 병과의 질과 양이 큰 영향을 주는 것도 맞지만 토탈워 시리즈 대대로 내려오는 대표적 전술 망치와 모루를 비롯해 플레이어가 얼마나 병력과 장수를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투 난이도가 오르내린다. 연의 모드와 정사 모드로 나뉘는 토탈워:삼국에서 연의 모드는 소설 삼국지 연의처럼 장수 한 명의 전투력이 꽤 강하다. 특히 적 병사에게 강한 장수들은 압도적인 섬멸력을 자랑해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가 천 명을 쉽사리 도륙해버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가능하다. 한편 장수들이 보유한 특기에 따라서 액티브 및 패시브 스킬을 발동시키기도 해서 전황에 영향을 줄 수가 있다.

 

오래 전의 토탈워 시리즈에서는 좀 더 많은 부대를 운용할 수 있었지만 토탈워:삼국은 부대의 최대 운용 수가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어서 아쉬움을 줬다. 삼국지라 하면 정말 많은, 수백의 장수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지휘하는 부대들이 보여주는 전쟁과 전략, 그리고 맹장들이 펼치는 단기접전이 묘미인데 최대 운용 가능 부대 수가 적어 그런 부분을 십분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 조금 안타까웠다. 이로 인해 영토가 넓어질수록 전선이 늘어나면 방어할 방법이 요원해져 이를 최소화하는 방식의 플레이가 주를 이룬다.

 


 

 

 

반복된 모션이 많지만 꽤 박진감 있는 적장과의 결투도 존재한다. 다만 코에이 삼국지나 삼국지 연의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의외라고 할 수 있는 장면들이 자주 연출된다. 여포 같은 최강의 무장이야 이야기가 다르지만 그 아래 정도는 되는 한 싸움 했던 장수들이 그보다 명성이 덜했던 장수에게 진땀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있고, 가끔 결정적인 순간에 패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전투 자체가 실시간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사기를 떨어뜨리는 좋은 수단은 되겠지만 결투 도중에도 전황이 멈추지 않아 수시로 지휘를 해줘야 한다.

 

삼국지14의 전투는 실시간이라면 실시간이지만 온전하게 실시간 전투라고 보기엔 어폐가 있다. 플레이어가 실시간으로 전투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개입할 수 있는 건 작위에 따라 최대 5명의 지휘무장을 등록해놨을 때 지휘포인트로 책략을 발동하는 것 외엔 전무하다. 삼국지14에서는 내정 등의 명령들을 플레이어가 미리 지정하고 진행버튼을 눌렀을 때 시간이 흐르며 해당 명령들이 진행되는 방식이라 진행 도중에 어떤 상황에 놓여도 다음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플레이어가 개입할 수 없다.

 


 

 

 

이번 작품에선 토지와 보급로가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각각의 부대들은 전선에 나설 때 출정한 도시의 군량을 활용하고 아군의 색으로 표시되는 점령지역이 해당하는 도시와 연결되어 있는 한 얼마나 떨어져 있더라도 전투를 속행할 수 있다. 대신 그 보급로가 적에 의해 끊어진다면 보급이 끊긴 아군의 부대는 단숨에 부정적인 효과를 받아 전투 진행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

 

토탈워:삼국의 최대 부대 운용 수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삼국지14의 부대 운용도 빼놓을 수 없다. 삼국지는 이전부터 다수의 장수에게 각각 부대를 맡겨 전쟁을 벌이는 것이 특징적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부분은 변함이 없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전투에서 플레이어가 개입할 수 있는 요소를 굉장히 줄여놓았다. 위임만 하지 않으면 병종의 질과 수, 그리고 플레이어의 실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토탈워:삼국과는 상당히 다른 부분이다.

 

전법이 자동으로 발동하는 것은 물론이요, 단기접전 역시 일정 확률로 자동 발생한다. 한 번의 단기접전은 5합까지만 진행되며 승패에 따라 사기가 크게 변동하고 단기접전에서 쓰러진 장수의 부대는 남은 병력이 얼마나 되더라도 전멸한다. 이는 토탈워:삼국보다 더 극적인 전술적 요소로 작용하지만 플레이어가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상대에게 걸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 내정과 인재

 

토탈워:삼국에서 영토는 하나의 지역에 부대시설 몇 개의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도시인 복양과 복양 지역 내 부대시설이 서로 다른 점령지로 처리된다. 따라서 주 시설인 도시 복양을 점령한다 하더라도 부대시설은 여전히 기존 점령자의 지역으로 남아있는 식이다. 복양 지역의 효과를 온전히 보려면 이런 부대시설도 언젠가는 수복해주는 것이 좋다. 그것이 동맹 세력의 소유로 들어가있다면 조금 곤란하지만 말이다.

 

내정은 주로 개혁과 건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장수들을 파견해서 성과를 볼 수 있는 파견 임무가 더해진다. 건물의 배치에 따라 저마다 다른 효과를 볼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증축했던 건물을 피치 못하게 내리거나 하는 방식으로도 영토를 운용할 수 있다. 개혁은 일정 턴마다 돌아오는 세력 업그레이드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각 분야의 수익을 올리거나 부패도를 조절할 수 있고, 새로운 병종을 해금하게 되기도 한다.

 

토탈워:삼국에서도 다수의 장수들이 등장하지만 이름이 알려진 전설적인 등급의 무장들을 제외하면 클론 생성 무장들이 상당수의 자리를 차지한다. 삼국지의 묘미 중 하나인 인재 수집과 활용 면에서 다소 아쉬운 느낌을 준다. 때문에 많은 토탈워:삼국 플레이어들이 인재와 초상화를 추가해주는 모드를 창작마당 등에서 확보해 사용하며 아쉬움을 달래는 중이다. 천명에서 몇 명의 장수가 추가되고, 전설적인 등급의 장수가 몇 명 추가되긴 했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단 느낌이 있다. 장수들은 모사, 감시자 등의 구분 외에도 가장 효율이 좋은 특성 트리가 이미 연구된 상황.

 

 

 

삼국지14에서는 도시와 몇 개의 주변 지역, 그리고 토지로 영토가 구성된다. 토탈워:삼국과 달리 도시인 하비를 점령하면 주변에 위치한 하비의 지역 거점들이 전부 아군의 점령지로 변경된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도입된 토지 점령 시스템으로 뒷받침을 해주지 않으면 실속이 떨어지는 영토가 되기 십상이라 부대를 쉬게 할 틈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느낌을 준다. 부대를 보내 헥스로 표시되는 토지들을 점령하고 이를 통해 지역 점유율을 전부 채워야 도시가 온전히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코에이 삼국지에서 가장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압도적인 인재 풀이다. 생성 장수들이 아니라 연의와 정사를 비롯해 실제로 존재했던 사실 장수들로만 구성된 인재 풀이 이번 작품에선 무려 1000명을 넘긴다. 이번 작품에서는 150종의 개성이 1000명 이상의 장수들에게 각기 부여됐다. 이런 개성을 통해 전투는 물론이며 내정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이로운 순환이 이루어지지만 문제는 이번 작품에서 전투와 마찬가지로 내정도 간소화됐다는 점이다.

 

삼국지14에서는 각 지역에 지역 담당관을 파견하고 상업, 농업, 병영의 세 분야를 향상시키도록 명령하는 것과 주요 도시에 모병 담당관과 훈련 담당관을 배치하는 것이 내정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에 인재를 등용하러 보내거나 탐색을 시도하는 것, 그리고 충성도가 떨어진 인재에게 포상을 내려 충성도를 다시 높이는 것 정도가 전부다. 이외에도 장수들과 지역 담당관들이 군주에게 방침 제안을 하는 제안 시스템이 존재한다.

 


 


 

 

 

■ 계략 및 외교

 

다른 세력에 밀정을 파견하는 것 정도에서 그치니 계략은 상당히 적다고 느껴지지만 군주 사이에서 발생하는 외교 면에서는 토탈워:삼국이 더 액티브하고 다채롭게 보인다. 전투에서도 실시간으로 상황에 변화가 있는 토탈워:삼국은 외교에서도 능동적으로 움직이길 요구한다. 반 동탁 동맹처럼 다수의 군주들이 연맹 체제를 확립하거나 휘하에 들어오도록 권고를 던질 수도 있고 단순히 불가침 조약을 맺거나 군사 통행권을 주는 선택도 할 수 있고, 압도적인 세력 차가 있다면 항복을 권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거래를 주고받거나 혼인을 주선하는 등 여러 선택지들이 제공된다.

 

반면 삼국지14의 계략은 물론 외교 컨텐츠는 이전작들과 큰 차이를 두지 않았다. 계략이야 토탈워:삼국보다 많지만 이전부터 꾸준히 있었던 이호경식의 계, 구호탄랑의 계 같은 것들이고 외교 선택지도 세분화보다는 기존의 것을 따라가는 것을 택한 것 같다. 동맹의 경우 일정 기간마다 종료가 임박하면 휘하의 문관이나 군사가 알려주지만 군사들이 꽤 멍청하게 느껴지는 것이, 조언 적중률이 꽤 낮다. 지력 80이 넘어가는 장수들도 체감상 조언의 90% 정도는 빗나간다는 느낌이라 그냥 조언과 관계 없이 외교적 선택이나 계략, 내정 등 다양한 선택지들을 직감으로 지르게 된다.

 

어지간히 헛발질을 하지 않으면 삼국지14의 외교 관계는 흔들리지 않지만 토탈워:삼국은 군주의 성향에 따라서도 외교 관계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외교 면에서 다소 긴장감이 있다고 느꼈다.

 

 

 


돌발적인 외교 선택지도 존재

 

■ 만회한 천명과 미완의 14

 

이렇게 하더라도 유지가 가능하니 계속해서 같은 방침을 택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새로운 시도를 한 이번 작품도 그 시도 자체는 좋으나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미완의 느낌을 주고 있다. 이번에도 같은 길을 답습하며 파워업키트(PK)를 통한 완성을 시도할 것이라 생각하면 다소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DLC 정책도 한정 판매 품목을 벌써부터 여럿 공개한 것을 보면 DLC 쪽에서도 코에이 프라이스가 발동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결국 삼국지14는 일보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며 14번째 시리즈에서도 제자리 걸음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토탈워:삼국은 확실하게 이전 DLC에서 범한 실수를 만회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비단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에 대한 매너리즘을 느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팔왕의 난이라는 동떨어진 시대의 이야기를 메인으로 삼고 그다지 변화도 주지 않았던 이전 DLC에서의 우를 황건의 난이라는 컨셉과 캠페인 고유의 시스템, 그리고 새로운 병종과 공성장비 등 신규 컨텐츠라는 이미지를 명확하게 하고 있어 팔왕의 난 DLC를 만회했다고 봐도 무방한 느낌이다.

 

사실 이래저래 비교하면서 삼국지14에서 부족하다 느끼는 부분들도 재발견했지만 어쩌다 라이벌 구도의 시기를 택했더라도 결국 CA는 토탈워 시리즈를 지속할 것이기에 삼국지를 계속 붙들고 있지는 않을테고,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는 앞으로의 삼국지 시리즈에 큰 일이 없다면 계속해서 같은 길을 걸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번 토탈워:삼국에서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를 즐기며 아쉽게 느꼈던 부분들이 충족된 것을 느낀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렇다 하더라도 토탈워 스타일에 적응하기 어려워 코에이 삼국지로 고개를 돌린 사람들도 있을 터인데 코에이도 삼국지 시리즈에 좀 더 열정을 보여줬으면 하는 기분이다. ​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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