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전선2 이후의 이야기, 난이도 높은 SRPG '역붕괴:베이커리 작전'

보이스도, 게임도 괜찮은데 번역을 어떻게 좀
2024년 03월 29일 14시 08분 57초

국내 출시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서브컬쳐 게임, 실존하는 총기 모티브의 무기를 사용하는 미소녀 전술인형들을 수집하면서 전투를 수행하고 육성하는 소녀전선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역붕괴:베이커리 작전'이 지난 22일 스팀을 통해 정식 출시됐다. 배급은 XD가 담당했다.

 

미카팀의 운모팀이 개발한 SRPG 신작인 역붕괴:베이커리 작전은 가까운 미래에 세계가 붕괴액 오염으로 자원 위기에 마주하고 이로 인해 새로운 전쟁 혼란이 발생한 세계를 다루고 있다. 새로 떠오른 남극 연방과 기존 열강국으로 구성된 루크사트주의 합중국 연맹, 소위 루련은 짧은 우호관계를 거친 뒤 다시금 군사적 충돌을 일으키고 만다. 본 타이틀은 혼란스러운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작전을 주된 이야기로 삼고 있다. 기존 출시작인 소녀전선과 뉴럴 클라우드 모두 이 타이틀과 세계관을 공유한다.

 

한편 역붕괴:베이커리 작전은 지난 2013년 소녀전선의 개발사인 전 미카팀이 현재의 요스타 전신 게임마스터와 함께 개발했던 SRPG 빵집소녀의 리메이크 타이틀이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가급적 초반부 스크린샷만을 활용한다.

 

 

 

■ 가장 마지막 타임라인

 

먼저 이야기했던대로 역붕괴:베이커리 작전은 미카팀의 소녀전선과 뉴럴 클라우드의 세계관을 공유한다. 게임 속 시간대로 소녀전선은 2062년, 스핀오프작 뉴럴 클라우드는 2063년, 아직 국내엔 출시되지 않은 소녀전선2:망명이 2074년, 그리고 리메이크 전 빵집소녀와 역붕괴:베이커리 작전은 2092년으로 시기적으로 시리즈 중 가장 마지막 시간대에 속한다. 즉 소녀전선과 소녀전선2, 뉴럴 클라우드의 시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앞선 소녀전선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몇 명의 캐릭터가 플레이어의 편에 서기는 하지만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 캐릭터는 두 명으로 좁힐 수 있다. 이들 중 한 명은 이름을 처음부터 보여주지는 않아 스포일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게임 내에서도 이름을 밝히기 전에 일부 컨텐츠나 팝업되는 설명에서 이름을 표기해버리니 그냥 바로 적겠다.

 

주역은 남성 주인공인 남극 연방의 정보관리총국 소속 폭스 소대원 멘도, 그리고 베이커리 작전에서의 핵심 인물이자 여성 주인공인 제퓨티다. 이외에도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타나고 주조연급으로 부상하기도 하지만 본 타이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두 사람이다. 루련이 득실거리는 전장에서 모종의 이유로 혼자가 된 멘도가 그를 구한 제퓨티와 협력하면서 베이커리 작전을 성공하기 위해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이 초반부의 스토리다.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제퓨티가 어떤 존재인지, 현재 세계가 처한 상황은 어떤지를 점점 더 알아갈 수 있다.

 

이런 스토리들은 스테이지 형식으로 구성된 각 챕터를 진행하면서 스테이지와 스테이지 사이, 혹은 스테이지 진행 도중 모종의 상황이 발생할 때 등에서 플레이어에게 제공된다. 단순히 대사 박스가 나오는 방식부터 정석적인 스탠딩 일러스트와 대화, 그리고 CG를 활용한 연출 등을 삽입해 플레이어 몰입도를 향상시키려는 보편적 시도를 했다. 이야기 자체가 소녀전선 시리즈 세계관에 깊은 관련이 있는 이야기들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기존부터 쭉 시리즈를 따라온 게이머라면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 본다.

 


 


 


아, 스킨을 보유했다면 첫 인터미션에서 그 시기에 밝혀지지 않은 이름 같은 정보가 적힌 스킨 획득이 이루어진다.

 

■ 귀여운 외형에 속으면

 

게임 속에서 캐릭터들은 조그마한 SD 형태로 표현된다. 물론 덩치가 큰 유형의 적이나 아예 거대한 병기는 그런 감이 적은 편이지만 보편적으로 캐릭터 디자인을 SD로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뽑아냈다. 하지만 게임의 설정이나 스토리 전개 등을 보면 눈치채듯 역붕괴:베이커리 작전의 귀여운 비주얼에 속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실제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개발사가 난이도와 연출은 이런 환경에서 뽑아낼 수 있을 만큼 신경을 썼다는 부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SD 캐릭터가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나이프를 머리에 꽂아넣는다던가 하는 식으로 나름의 묘사를 집어넣었다.

 

각 전투 스테이지는 잠입, 색적, 전투 등 몇 가지 방식으로 전개된다. 완전히 잠입으로 끝나는 스테이지가 있는가 하면 잠입 단계에서 진행하다 전면전 페이즈로 넘어가기도 한다. 전투는 턴 방식이기는 하지만 한 캐릭터가 한 번에 한 가지 행동을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 턴 최대치까지 회복되는 AP를 사용하는 복수 행동 가능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어 한 번에 여러 개체의 적을 쓸어담거나 스킬과 아이템을 섞어가며 전투를 치를 수도 있다. 전투를 통해 얻는 SP로는 스킬 등을 사용할 수 있고 궁극기도 진행에 따라 획득 가능하다.

 


 

 

 

이 AP 시스템 덕에 전투가 나름대로의 속도감과 전략성을 지니게 된다. 또, 게임 진행에 따라 플레이어 측 캐릭터는 기존에 들고 있는 무기 외에도 새로운 무기를 획득하게 되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전투 진행 도중 언제라도 버튼 한 번으로 교체해 사용할 수 있다. 총기마다 사거리나 기본 위력, 소모되는 AP의 양 등이 다르므로 어떤 총기 부착물을 획득해 어디에 달 것인지, 그리고 강화서를 어떤 무기에 사용할 것인지 등을 잘 고민해가며 차근차근 강화하는 맛이 있다.

 

전투에서 고려할만한 요소들도 있다. 지형이나 날씨에 따라서 전투 환경이 종종 변화하는데, 포복 상태는 이동할 수 있는 범위가 짧아지지만 소리를 내거나 시야에 들어가지 않으면 적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는 잠입에 용이하고 날씨가 흐린 안개에 휩싸였을 때 같은 환경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이런 스테이지는 미리 현재 어떤 날씨니 잠입해서 가자는 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 또, 고지대나 참호, 부서진 폐허 같은 장소들이 주는 이점과 단점, AP를 어떻게 사용하고 SP는 어떤 캐릭터에게 몰아줘 우선적으로 스킬을 사용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고민하며 플레이하는 편이 좋다.

 

일반을 포함해 기본 3난이도 중 하위 난이도 두 개는 스테이지와 스테이지 사이의 막간에서 모의 전투를 진행해 그 시점에 존재하는 상한선까지 레벨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며 스테이지에서 제작할 수 있는 아이템 이외의 기초적인 회복 아이템 등은 이 막간 단계에서 제작하게 된다. 또, 캐릭터의 패시브 및 액티브 스킬 업그레이드와 과학 기술 업그레이드 등 전반적인 점검을 이 시기들에만 할 수 있으니 계획적으로 진행하면 조금이나마 수월한 플레이 환경이 될 것이다.

 


 

 

 

■ 아이고, 번역이

 

역붕괴:베이커리 작전은 고전적인 SRPG의 강점들을 잘 답습하고 있으며 플레이어가 고려할만한 요소들, 그러니까 무기의 종류에 따른 적과의 상성이나 어떤 적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것인지, 스킬은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고지대를 잡고 피해를 줄이면서 빠르게 먼 거리의 적들을 정리할 것인지, 방어 우선으로 참호 같은 곳에서 방비를 굳힐 것인지 등 무기의 종류나 환경, 캐릭터 스킬 등을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고려하며 즐길 수 있는 SRPG 특유의 맛을 살렸다. 여기에 AP 시스템을 사용해 한 번에 한 행동만으로 제약하지 않아 더욱 경우의 수를 늘려준다.

 

다만 걸리는 것은 스토리와 전투, 게임을 양분하는 두 가지 컨텐츠 중 스토리 부분이 다소 미비된 번역 때문에 소화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마치 번역기 초벌을 돌린 후 검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시작부터 같은 인물에게 존대와 반말을 양립하는 주인공이나 이후에도 지문과 대화에서 이런 부분들을 자주 찾을 수 있다. 반가운 등장인물의 경우도 해당 캐릭터의 개성적인 말투를 쳐냈다가, 다시 붙였다가 하는 식인지라 일관성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한편 용어들은 이해를 돕기 위해 하이퍼링크 형식으로 클릭하면 해당 용어 관련 정보가 팝업되는데, 하나같이 분량이 고봉밥이라 좀 당황스러울 수 있다.

 


 

또한 SRPG라는 장르 자체가 호불호 요소가 제법 강한 감도 있으나 이외에도 전투 비중이 잠입과 색적에 상당히 치우쳐져 너무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확실히 상황이 상황이더라도 극초반부부터 잦은 빈도로 이런 스테이지들이 나와 다소 답답함을 자아낸다. 물론 긴장감은 좋지만 너무 자주 이런 스테이지를 보는 것도 피로감이 느껴지는 편이며 이외에도 모르면 당해야 하는 함정 스테이지 등도 플레이어에 따라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을만한 요소.

 

여담으로 한 개의 막을 끝내고 나면 지난 스테이지를 다시 플레이할 수 있는 기능이 일시적으로 개방되며 여기서 달성하지 못한 S랭크 조건이나 스테이지마다 존재하는 소장품을 획득할 수 있는데 이 소장품의 경우 단서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나마 부서진 콜로세움 등 누가 봐도 수상한 장소에 많이 숨겨져 있지만 때때로 이잡듯이 뒤집어 엎으며 이동해봐야 소장품을 발견할 수 있을만한 위치에 존재하는 스테이지도 있다.

 

그래도 이런 부분은 약간 아쉽거나 호불호 요소 정도이니 번역 문제가 매끄럽게 해결이 된다면야 SRPG와 소녀전선 시리즈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상당히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플레이타임도 1회차에 수십 시간, 그리고 난이도에 따라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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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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