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협상 앞두고...IT-게임 노조 연대한다

넥슨 노조, 민주노총 탈퇴는 잠시 보류
2023년 12월 05일 17시 38분 35초

넥슨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다가오는 연봉협상 시즌을 앞두고 다시 IT-게임회사 노조들이 결속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넥슨·스마일게이트·엔씨소프트·웹젠·한글과컴퓨터지회 등으로 구성된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는 내년 총 32개의 계열사와 임금 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시작한다며, 지회 7곳 모두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넥슨 노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탈퇴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이 남혐 논란과 관련해 넥슨 사옥 앞에서 넥슨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자 넥슨 노조원들 사이에 '민주노총이 이번 사태에 대한 이해가 전혀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면서다.

 


 

지난달 28일, 민주노총과 한국여성민우회는 넥슨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짧은 시위를 진행했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의 신규 영상에 '남혐 손가락'이 포착되자 넥슨은 발빠르게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고, 해당 영상을 제작한 제작사가 만든 다른 영상도 모두 전수조사했다. 넥슨 외에도 스마일게이트, 넵튠 등 해당 영상 제작사와 협업한 게임사들 역시 조사에 착수하여 의심이 되는 영상들을 비공개 처리했다.

 

제작사인 스튜디오 뿌리도 사과문을 내고 논란의 시발점이 된 해당 스태프를 업무에서 배제시키겠다는 사과문을 냈다. 당초 해당 스태프를 해고하겠다는 사과문을 냈으나 삭제했고 대기발령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논란이 커지자 여성단체들은 '마녀사냥'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게임업계의 페미니즘 사상검열"이라며 "게임사 입장에서 주 고객이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남성 유저이기에 눈치 보고픈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은 '용사님' 이전에 모든 시민과 노동자의 기본권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기업들이 혐오세력 앞에 납작 엎드렸다”며 “집게손 모양이 남성혐오를 상징하며, ‘페미’라는 반사회적 여성 세력이 이런 상징을 사용한다는 음모론은 남초 커뮤니티가 날조해낸 허황된 착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넥슨을 비롯한 게임사들은 남혐이든 여혐이든, 조금이라도 혐오의 메시지가 담길 수 있는 표현은 허용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민주노총이 자기 '식구'들 중 일방적으로 한쪽 이야기만 듣고 편을 들었다는 것이다.

 


 

넥슨 노조는 민주노총이 이번 논란에 대한 이해도 없을 뿐더러 사전에 넥슨 노조측과 전혀 의논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넥슨의 배수찬 노조위원장은 집회 다음 날, “(민주노총) 총연맹은 우리와 어떠한 논의도, 사안에 대한 이해도 없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며 “우리에게 민주노총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해 원점부터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에서 비정규직, 하청 문제가 생길 때 아무런 협의 과정 없이 총연맹이 와서 규탄 시위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산하 지회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이고, 심지어 (논란이 된) 손가락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를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일단은 탈퇴에 대한 이야기는 멈춰진 상태다. 이후 신환섭 화섬노조 위원장이 넥슨 노조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진화작업에 나섰고, 연봉협상 시즌이 다가오면서 게임사 노조들의 연대가 중요해졌기 때문.

 

화섬식품노조IT위원회는 이번 연대의 목표에 대해 "IT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공정한 성과 배분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IT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수 경영진에게 부와 권력이 집중된 구조 부터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바로 다수의 구성원들에게 공정하게 성과를 배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번 연대를 통해) 각 노사간의 합의로 'IT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초석을 쌓아 보고자 한다. 그래야 IT서비스 이용자들에게도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비록 실제 교섭을 하는 것은 IT위원회에 속해 있는 7개의 지회이지만, 포괄임금제 폐지, 업계 전체의 보상이 확대 되었던 때와 같이 우리의 결정이 IT 산업에 있는 다른 기업들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책임감을 갖고 교섭에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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