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와 저택을 오가는 연쇄 속 공포, '애드 인피니텀'

마침내 출시된 인디 1차대전 호러 게임
2023년 09월 27일 14시 50분 25초

에이치투 인터렉티브는 지난 15일 Hekate가 개발하고 Nacon이 퍼블리싱한 심리적 공포를 다룬 호러 게임 '애드 인피니텀(Ad Infinitum)'을 PS5 및 PC 한국어판으로 정식 출시했다.

 

현실이 악몽이 될 때 악몽은 현실이 된다는 구절을 내세운 애드 인피니텀은 정신에 침입해오는 기괴한 적들과 맞서야 하는 게임이다. 게임 속 주인공은 고향의 집과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 사이에 갇힌 상태이며 과거에 대한 실마리를 가진 기억의 파편들을 찾아내 자신의 인생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아 이 사슬을 끊고 자신의 이성을 지켜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대전의 참상에 시달리는 독일군 병사의 기억을 통해 끝없는 고통의 순환을 깨고자 하는 여정에서 가족들이나 주인공 형제 등에 얽힌 비밀도 밝혀내게 된다.

 

애드 인피니텀 리뷰 플레이 기종은 PS5다.

 

 

 

■ 으스스한 집과 끔찍한 참호

 

게임의 도입부에서 플레이어는 1차 세계대전 도중 참호 안 모스부호 통신 테이블에 앉아 일기장에 그림을 그리는 독일군 병사로 플레이하게 된다. 새벽 작전이라는 모스부호 통신이 들어오고, 곧 그 역시 아군 병사들처럼 전선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다만 함께 이동하는 전우는 없고 사방에서 명령을 내리는 고함이나 비명을 지르는 병사들의 소리, 그리고 멀리서 볼 수 있는 교전 중인 병사들의 그림자 정도만 확인할 수 있다. 총도 쥐고 격발할 수는 있으나 보이는 병사에게 쏴도 반응이 없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전장에서 결국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은 어째서인지 자신의 고향에 있는 집에서 깨어난다. 그러나 이런 게임은 물론 온갖 미디어에서 비추는 집들이 응당 그렇듯, 거대한 저택은 음침하고 어두우며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활보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이 넓은 저택에서 돌아다니는 것은 주인공 혼자. 그나마 다투는 목소리와 정체불명의 인물이 내는 괴로운 소리는 다락에서 들려오지만 그곳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는 이용할 수 없는 상태다.

 

여기서 주요 목표를 위한 단서들이나 형제, 가족, 제1차 세계대전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 형제는 이미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어와 조문 메시지도 오고 있으며 사방에 기괴한 액막이 그림이나 갈등의 흔적, 그리고 소름끼치는 강령술의 흔적도 엿볼 수 있다. 안그래도 삐걱이던 가족들이 주인공 형제의 전사 소식 이후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를 이 고향 집 파트에서 조명한다.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연출도 곁들여서 말이다. 저택이라는 넓은 공간에서 홀로 어두운 시간에 활보하면 느낄만한 기분을 잘 포착해 플레이어에게 전달해준다. 그리고 단서를 통해 이야기를 진행시키면 다시 자신이 전사한 참호 부근으로 무대가 뒤바뀐다.

 


 


제발……제발 집 좀 밝게 하고 살아!

 

 

 

■ 도망치고 숨는 스타일의 플레이

 

다시 참호로 이동하면 본격적으로 괴생명체들과의 실랑이가 펼쳐진다. 초반부 저택 파트에서도 기이한 현상이나 형체를 발견하기는 했지만 끔찍한 세계대전의 참상인 독일군과 프랑스군의 전장에서는 실체 있는 괴물들이 활보한다. 굶주림이라는 이름의 이 괴물들은 마치 반지의 제왕의 탐욕스러운 골룸처럼 네 발로 기어다니고 끄르륵거리는 기이한 소리를 내며 소리를 통해 주변 상황을 파악한다. 전장 곳곳에는 철로 만든 투박한 경보 함정들이 걸려있어 이것들을 건드리면 곧바로 괴물들이 소리를 향해 다가오게 만든다.

 

심지어 대항수단이라고 생각할만한 총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까지 봤다면 대충 눈치챘겠지만 애드 인피니텀에서 기괴한 적들과 '맞선다'는 것은 물리력으로 퇴치하며 괴수들을 쓸어버리는 방식이 아니다. 이들을 최대한 조심해서 피하며 길을 찾고 퍼즐을 풀며 단서와 정보들을 찾아가는 심리 치료 프로그램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어느 게임이냐면 암네시아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이라 할 수 있겠다. 그야말로 주인공은 여기저기 깔린 경보 함정이나 무너지는 판자 바닥 사이를 누비며 기억 속을 헤멘다.

 

이 미스터리한 괴수들은 무엇인지, 가족에게 어떤 비밀이 숨겨졌는지 등을 확인하며 나아가는 것이 주된 플레이 스타일이다. 이들을 피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준비되어 있다. 소리로 환경을 파악하는 괴로움은 앉아서 살금살금 지나치면 아주 가까이 근접하지 않는 이상 반응하지 않고, 일부러 소리를 내거나 아예 주변의 굶주림을 불러내는 사이렌을 울리면서 길을 여는 방법도 있다. 또는 방공호라며 책상 밑 같은 장소에 들어가는 장소도 준비되어 있다. 메인스토리 외의 즐길거리라 볼 수 있는 수집요소로는 게임의 무대인 참호 근방에서 벌어진 전투의 희생자 독일군과 프랑스군의 인식표를 찾는 것.

 


 


 

 

 


붙잡히면 이런 실랑이를 벌이다 체력을 잃고 뿌리칠 수 있다.

 

■ 개선된 차기작을 기대

 

애드 인피니텀은 인디 개발사라면 종종 있을법한 우여곡절을 겪은 출시작이다. 처음 게임의 정보가 공개된 것은 2015년 업로드 된 애드 인피니텀의 트레일러 영상이다. 제1차 세계대전과 호러라는 조합을 통해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후 소식이 잠잠해지고 다시 몇 년 후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와 이 게임을 기대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달랬다. 그로부터 다시 비슷한 시간이 흘러 지난 15일 마침내 게임이 출시된 것이니 첫 공개부터 기다렸다면 거의 10년에 가까운 기다림이나 다름없다.

 

다만 소규모의 학생들이 모여 시작한 인디 프로젝트였던 만큼 게임은 인디 게임 특유의 감성들이 녹아있다. 또 기대했던 게임 플레이와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가령, 게임 플레이 자체라거나 다소 엉성한 모션 등은 아쉬운 느낌을 준다. 거기에 은근히 엉성한 AI를 가지고 있어 플레이어를 제대로 추격하지 못해 조금만 익숙해지면 농락할 수 있는 괴물이 주는 옅은 긴장감도 아쉽다. 그럼에도 저택이나 전장의 으스스하고 음울한 분위기, 그리고 익숙해지기 전까지 느낄 수 있는 나름의 긴장감은 강점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본 타이틀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괴수들에게 총기를 갈기며 전투를 벌이는 방식의 게임을 원한다면 완전히 기대와 다른 게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히려 도망치고, 숨고, 수많은 단서와 퍼즐을 풀어나가는 것이 애드 인피니텀의 본질이다. 향후 차기작 개발을 지속할 것이라면 더욱 개선된 작품을 만들어주길 기대해보고 싶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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