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바리온이 개발하고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코리아가 유통한 PS4 및 PC 신작 '원피스 월드시커'는 일본의 인기 만화/애니메이션인 오다 에이치로 작가의 '원피스' IP를 활용한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플레이어가 작품의 주인공인 루피를 조작, 성이나 농지가 펼쳐진 광대한 필드를 누비며 모험을 즐기는 것이 목적인 게임이다.
밀짚모자 해적단의 선장 루피는 감옥섬을 무대로 삼은 오리지널 스토리와 오리지널 캐릭터이며 새로운 적인 감옥장 아이작, 반 해군파의 잔느를 만나 새로운 전개를 보여준다. 나미나 우솝 등 초반에 만날 수 있는 해적단원 캐릭터 디자인으로 미루어 원피스 월드시커의 시기적 배경은 최소한 밀짚모자 해적단이 한 번 흩어졌다 다시 만나게 되는 2년 후 이후의 이야기로 생각된다.
한편 적인 감옥섬의 감옥장 아이작을 위시하여 몇 명의 적들이 등장한다. 원작에서 등장하는 적으로 스모커를 가장 먼저 만나게 되며 이외에도 타시기, 크로커다일, 볼사리노, 쿠잔, 상디 형제 등 은근히 다수의 원작 출신 적들을 만나볼 수 있다.
■ 멋진 풍경의 감옥섬에서
원피스 월드시커의 메인 이야기는 밀짚모자 해적단의 몽키 D. 루피가 감옥섬 상공에서 오리지널 캐릭터인 감옥장 아이작과 대결을 벌이다 패배하고 추락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상공에서 추락한 루피를 아이작과 마찬가지로 오리지널 캐릭터인 감옥섬의 반 해군파 소속 잔느가 발견하고, 루피는 흩어진 자신의 해적단을 다시 만날 겸 감옥섬의 곳곳을 모험하며 다양한 사건에 마주하게 된다.
작중 무대가 되는 감옥섬은 상공에 감옥인 하늘섬이 위치하고, 감옥섬의 일부는 사실상 해군의 주둔지가 됐을 정도로 해군과 감옥장의 권위가 강한 지역이다. 각 마을을 포함한 지명은 광석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감옥섬은 곳곳에 돌출된 아름다운 광물들과 기암의 형태가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기도 하다. 게임 내에서도 감옥섬의 풍경을 괜찮은 그래픽으로 감상할 수 있다.
마을에 위치한 건물의 옥상, 길이 연결된 절벽 등 대부분의 장소에 이동할 수 있지만 주요 소재인 악마의 열매를 복용한 해적의 특성상 물에서 수영을 할 수 없어 물에 빠지면 다시 밖으로 돌아오게 된다. 다행히 물에 빠졌을 때 체력이 떨어지는 등의 페널티는 없다. 미니맵에 획득 가능한 아이템의 위치가 표시되기도 하는데 초반에 스킬을 많이 배우지 않았을 때는 가지 못하는 곳도 있어 불편하지만 꼭 저기엔 가보고 싶다는 나름대로 목표 의식이 생기기는 한다.
루피는 PS4 기준으로 잡기 UI가 활성화되는 방향에 R1 버튼을 누르면 팔을 늘어뜨려 해당 지점을 붙잡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다만 시점을 잘 맞춰야 할 때도 있고, 건물이나 나무의 꼭대기가 아닌 일반적인 절벽에는 이 능력을 사용할 수 없어 조금 불합리하다는 생각도 든다. 절벽이라고 고무 팔로 잡을 수 없으란 법은 없을텐데, 절벽 아래에서 나무 꼭대기 높이의 절벽으로 가려면 고무 팔로 잡아당기면서 멀리 날아가는 스킬을 배우지 않으면 꼼짝없이 달려서 돌아올라가야 한다. 그래도 날아오른 뒤 버튼 연타로 일정 시간 공중에서 날아가는 고무고무 UFO와의 연계는 좀 더 새로운 장소들로 갈 수 있고 시원시원한 느낌이 있어 어느 정도 만족감을 제공한다.
감옥섬에서는 메인 스토리를 비롯해 플레이어의 선택으로 접할 수 있는 몇 가지 컨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우선 맵에서 획득 가능한 다양한 채집 아이템들이 있다. 이들은 레어도에 따라 흰색, 금색 등 다른 색상으로 미니맵에 표시되며 이것들을 채집하려면 미니맵의 동그라미 마커들을 쫓아가면 된다. 이런 재료 아이템들은 향후 플레이를 통해 획득하는 레시피 및 도안에 사용되기도 하며 월드맵에 표시되는 서브 퀘스트들의 목표 아이템이기도 하다. 가는 길에 보이는 동그라미나 레어도 높은 재료의 마커만 쫓아가도 초반부 서브 퀘스트들의 목적 아이템은 반 이상 모아둘 수 있다.
또, 월드맵에서 지명이 확인되는 지역에는 그 지역에서 찾을 수 있는 보물상자의 수가 표시돼 이들을 찾으러 다닐 수 있다. 채집 아이템과 달리 보물상자는 말풍선에 느낌표 마커로 표시된다. 채집과 마찬가지로 마커의 위치만 표시될 뿐 고저차 등은 확인할 수 없으므로 보물상자를 찾기 위해 지역을 이 잡듯 뒤지게 되는 일도 있다. 가끔 찾다 짜증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긴 시간을 들여 찾았을 때는 작은 달성감도 느낄 수 있다. 조금 아쉬운 점은 보물상자에서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그다지 보물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점.
서브퀘스트는 월드맵과 해당 캐릭터의 머리 위에 메인 퀘스트와 다른 색상의 느낌표 마커로 표시된다. 메인 퀘스트와 마찬가지로 어디로 가라던가, 무슨 아이템을 가져와달라는 퀘스트가 대부분이다. 메인 퀘스트는 여기서 대화가 조금 더 붙고 전투까지 엮이는 경우가 많다는 경미한 차이가 있다.
■ 더 강해지는 루피와 카르마
처음 게임을 시작했을 때의 루피는 그다지 강한 상태가 아니다. 플레이어 개개인의 초기 난이도 설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초반에 만나는 적들을 상대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어도 다양한 스킬들을 하나도 배우지 않은 상태이므로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할 수 없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루피는 더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며 강해지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스킬 시스템으로 구현됐다. 이외에도 장비 시스템을 통해 루피의 스테이터스를 강화할 수 있지만 장비 선택의 폭이 굉장히 좁다.
플레이어는 퀘스트의 결과물이나 가끔씩 전투를 통해 획득 가능한 스킬 포인트를 모아 각종 트리의 스킬들을 활성화하게 된다. 패시브 계열의 스킬부터 루피에게 더 많은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고무고무 UFO 같은 이동 보조 계열의 기술을 익히는 것도 가능하다. 어느 쪽의 스킬 트리를 올릴 것인지는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맡기고 있어 포인트가 허락하는 한 자유롭게 모든 트리의 스킬을 찍을 수 있다.
루피는 견문색 모드와 무장색 모드를 수시로 번갈아 사용할 수 있다. 견문색 모드에서는 빠른 이동과 회피기 위주의 스타일로 전투에 돌입하고, 무장색 모드에서는 몸을 변형시켜 견문색 모드에 비해서는 느리지만 방어기와 강력한 공격을 사용하는 스타일의 전투를 구사한다. 처음에는 각 모드의 기본기들만 사용하지만 이후 스킬 트리에 따라 고무고무 총난타나 고무고무 레드호크 같은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좀 더 수월한 전투가 가능해진다. 견문색 패기를 발동하면 게이지가 떨어질 때까지 적이나 파괴 가능 오브젝트를 적외선 카메라처럼 보여주기도 한다.
등장하는 캐릭터들과의 호감도 시스템 역할을 하는 해적 카르마도 있다. 일정 시점까지 스토리를 진행하면 점점 해적 카르마 시스템이 있는 캐릭터들이 개방되고, 각 캐릭터들의 카르마 수치를 어떻게 해야 올릴 수 있는지 모든 조건을 해당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정량의 카르마 수치에 도달할 때마다 해당 캐릭터와의 짧은 대화 이벤트가 발생하는데 조건에 메인 미션 및 사이드 미션 클리어가 들어있는 등 모든 캐릭터와의 카르마 수치를 달성하려면 꽤 시간을 들여야 한다.
한편 원피스 월드시커에서 스토리 모드 외에 메인 메뉴에서 선택할 수 있는 프리 배틀 모드는 사실 그다지 큰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루피가 강화된 상태도 아니고, 세세하게 배틀의 메뉴를 선택할 수도 없이 무한정으로 리젠되는 해군 병사들과 싸우는 방식의 모드로 아케이드 게임의 데모 플레이 모드와 흡사한 메뉴다. 굳이 프리 배틀 모드를 따로 빼둘 필요까지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모드였다.
■ 팬이라면 즐겨봐도 될 작품
수식어를 무쌍이 없는 액션 게임이라고 적었는데,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비록 갈수록 파워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있지만 원작에서 볼 수 있었던 시원시원한 액션들을 게임에서는 연출하기 힘들다는 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부분 한 번의 전투에서 마주치는 적들이 세 명에서 네 명 정도로 적은 편이고 마을에서는 많은 적을 만나기도 하지만 다소 흩어져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몰려드는 수는 많지 않아 원작에서 다수의 해병이나 해적 엑스트라들을 날려버리는 시원스러운 액션을 기대하기 어렵다. 원작을 고려하면 졸의 수를 조금이나마 더 늘려서 전투에서 루피의 전투에서 무쌍의 쾌감을 전달하는 것은 가능했을 터인데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우효!!! 나미를 다시 만나다니 이 몸 초 럭키잖아?
오픈월드에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임의 특성상 조작 가능한 캐릭터가 루피 단 한 명이라는 부분이 다소 아쉬움을 준다. 밀짚모자 해적단에만 해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고, 원피스 IP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그들을 직접 조작할 수 있었던 대전 및 무쌍 장르와 장르적 차이가 불러온 아쉬움이 있다. 또, 스토리에서 출력되는 음성이라도 풀 보이스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게임 내에서 음성이 조금이라도 나오는 캐릭터들의 녹음은 대부분이 감탄사라 우효, 흐음 같은 짤막한 음성만 나와 아쉬움이 따른다. 다행히 스토리 진행 중 가끔 나타나는 영상에서는 제대로 모른 캐릭터들의 음성이 나온다.
원피스 월드시커는 스스로가 원작인 원피스의 광팬이라 자부한다면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나 여러 캐릭터를 내가 조작하는 게임성, 혹은 원피스 원작의 무쌍 액션을 오픈월드에서 구현한 모습을 보고싶은 팬이라면 그 부분에서의 만족감은 얻기 어렵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