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웨어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일렉트로닉 아츠가 유통하는 오픈월드 SF 액션 RPG TPS '앤섬(Anthem)'이 PST 기준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예약구매자들과 최대 세 명까지 친구를 초대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VIP 데모' 기간을 제공했다. 앤섬은 오는 2월 초에는 모든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오픈형 데모 공개 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앤섬은 매스 이펙트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바이오웨어 스튜디오의 신작으로 옵션만 잘 수동조절하면 볼만한 그래픽을 보여주며 게임을 구성하는 세계관이나 디자인 등은 SF 마니아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컨셉을 채택했다. 오픈월드이면서 플레이어들은 자벨린이라는 강화복을 입고 전투 임무에 나선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이번 작품은 발더스게이트, 드래곤에이지, 매스이펙트 등을 거치며 자사 개발작의 독특한 매력을 선보였던 것들과 달리 기존 요소보다는 여느 코옵 플레이 위주의 멀티플레이 게임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도 해 기존작들의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방향성을 가진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작중 서사에서도 변화가 보인다. 앤섬에서는 더이상 플레이어가 이야기의 핵심 주인공으로 거대한 문제에 충돌해 결과적으로는 세계를 구하는 이야기가 되지 않고,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캐릭터 역시 앤섬의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중 하나가 되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구성하는 인물 중 하나의 역할을 맡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로서 자벨린 수트를 입고 전투에 나서는, 영웅보다는 말 그대로 프리랜서다운 모습이 이번 작품의 주인공이 보여주는 인물상이다.
■ 난이도 있는 전투와 매력적인 수트
본 VIP 테스트를 통해 모든 플레이어는 10레벨에서 15레벨까지의 육성을 경험할 수 있고, 메인 스토리 미션 세 개와 아카데미 유적의 스트롱홀드 컨텐츠, 두 개의 지역에서 프리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다. 12레벨에는 첫 번째로 추가 자벨린 수트를 선택할 수 있어 본격적인 게임의 시작은 어찌보면 새 자벨린 수트를 고르고 난 뒤라고 할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여기서 버그가 발생해 수트를 얻을 수 있는 레벨에 수트를 얻지 못하고 강제로 레인저 자벨린만을 사용해야 하는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플레이어 캐릭터, 즉 프리랜서들이 전투복으로 활용하는 자벨린 엑소수트는 현재 총 네 가지로 나뉜다. 데모 버전에서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기본으로 착용하게 되는 '레인저' 수트, 방어력과 화력을 동시에 챙긴 육중한 형태의 '콜로서스' 수트,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종횡무진으로 전장을 누비며 암살기를 구사하는 '인터셉터' 수트, 강력한 원소의 힘을 구사하는 '스톰' 수트 중 12레벨에 도달했을 때 2번째 수트로 한 가지를 골라볼 수 있었다. 저마다 특색이 살아있고, 역할이 분화되어 스쿼드 구성에 따라 전투의 양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자벨린들을 사용해 공중을 나는 것은 특히 자주 나오면서도 멋진 그림을 자아냈다.
스토리 미션을 비롯해 앤섬의 전투는 의외로 난이도가 있다. 총기를 무기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곧 속편이 출시될 모 포스트 아포칼립스 게임처럼 헤드샷을 먹여줘도 한 방에 적을 처치할 수 없고, 총이 결정적인 전투도구라기보다는 스킬이 비는 타이밍에 자신을 보호하고 자잘한 적을 처치하는 도구 정도에 그치는 느낌을 준다. 오히려 총기보다는 좌우의 범퍼 버튼을 눌러 사용하는 스킬이 쿨타임도 짧고 피해량도 커 주 화력으로 활용하게 되는 양상이 보인다. 특정한 방향에서만 적이 등장하는 것도 아닌 사방에서 적이 등장하므로 전투가 시작되면 자신의 주변을 샅샅이 경계하며 전투를 진행해야 생존률이 오른다. 심지어 쉽게 죽일 수 있는 적과 비슷하게, 혹은 조금 더 많이 정예 느낌의 적들이 등장해 플레이어들을 괴롭힌다.
다만 데모 버전이 레벨이 한정된 상태이고 모든 스쿼드원이 동일한 자벨린을 사용하는 경우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게 느껴지지만 12레벨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나름대로 파밍한 장비를 사용해 역할에 특화된 각기 다른 자벨린을 최소 2종 이상 타고 있다면 플레이어가 느끼는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완만해진다. 특히 튼튼하면서 화력이 풍부한 콜로서스 자벨린이 앞장서 파티원을 보호하고 공격을 퍼부으면서 스쿼드의 안전을 확보하면 스톰 자벨린이 강력한 원소 스킬을 사용해 적들을 상대하면서 수월하게 미션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쉬웠던 부분은 스쿼드 전투로 게임을 진행하는 도중에 전투불능에 빠지면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다른 플레이어가 구조해주지 않으면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아예 해당 스테이지가 끝날 때까지, 혹은 단계가 끝날 때까지 회생을 포기한다던가 구조될 때까지 다른 스쿼드원의 화면을 관전하는 기능 등이 없어서 랜덤 스쿼드로 진행할 때 전투가 긴박한 상황에 빠지면 한참동안 꼼짝없는 바닥짚기 행이다.
그외에도 다른 스쿼드원을 표시하는 마커와 목표를 표시해주는 마커의 색상이 비슷해 혼동하게 될 때도 있다는 점 등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띈다.
수중이동은 솔직히 최악의 경험이었다
■ 나만의 자벨린 디자인
마을에서는 다른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대외적으로 플레이어의 분신이 되는 자벨린 수트의 외형을 디자인하는 기능이 꽤 강력했다.
데모 시작 당시에는 모두가 동일한 디자인의 검은색 및 노란색 배색 레인저 자벨린을 가지고 있지만 원한다면 도색 작업과 함께 첫 번째부터 세 번째까지의 경질 재료와 세 가지 연질 재료에 색을 도색하는 것이 가능하다. 게다가 각 경질과 연질 파트는 18종의 재질을 추가로 선택할 수 있어 옷감 느낌을 주는 디자인으로 만들거나 새 것처럼 반짝이는 강철 재질, 나일론, 택티컬, 낡아빠진 느낌을 주는 재질 등 다양한 환경을 연출해낼 수 있다.
더불어 여섯 부위의 도색도 꽤 자유롭다. 색상의 선택지가 많고 원하는 색상을 조합시켜 나만의 자벨린 수트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잘 만든다면 비슷한 컨셉의 수트인 아이언맨처럼 꾸미거나 자신만의 개성을 내보이면서도 멋진 수트가 되고 작정하고 망가진다면 우스꽝스러운 디자인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얼핏 아이언맨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케첩 머스타드 핫도그 같은 수트처럼 말이다.
이 자벨린 도색 시스템을 통해 네 가지 자벨린 수트라는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도 다양한 컨셉의 외형을 설정하면서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어 매력적인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만으로도 마음만 먹으면 꽤 긴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 정도였다.
■ 말이 VIP였지
사실 데모에서 온전히 매력을 보여줄 수 없었다는 것은 단순히 앞서 언급했던 컨텐츠의 제한뿐이 아니라 심하게 열악했던 서버 문제도 컸다. 단순히 오픈형 데모도 아니고 유료 구매자들에게 공개한 VIP 데모였다는 점에서 러버 벤딩 현상이나 무한 로딩이 수시로 발생할 정도로 미비한 서버 문제는 큰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프리플레이에서 빈발했던 러버 벤딩도 문제였지만 모든 로딩 단계에서 무작위로 무한 로딩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은 플레이에 큰 어려움을 낳았다.
특히 일종의 인스턴스 던전 느낌의 스트롱홀드 컨텐츠는 몇 단계에 걸쳐 진행되고 단계별로 로딩이 진행되며 최종적으로 보스를 처치하는 컨텐츠인데 이 단계가 길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있는 컨텐츠라 여차해서 클리어 한 뒤 다음 단계 로딩 도중 무한로딩에 걸려 보스 처치에만 수 번의 재부팅을 해 처음부터 다시 단계를 진행한 플레이어도 있을 정도다. 보스에 도달했는데 로딩 때문에 스쿼드에서 튕겨나와 1단계부터 다시 스트롱홀드를 진행할 때는 체험을 그만두고 싶었을 정도.
그래도 고난이도 컨텐츠답게 대형몬스터 처치는 재미있었다.
스쿼드에서 튕겨나온다고 하면 친구나 지인들과 함께 짠 스쿼드도 이와 마찬가지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사전에 초대를 통해 구성한 스쿼드원도 무한 로딩 등 몇 가지 이유로 인해 게임을 종료했다 돌아오면 스쿼드에서 제거되기 때문에 반복해서 초대를 해야 했다. 경우에 따라 직접 추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편리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스쿼드를 유지하고 싶을 때에도 매번 초대를 해야했던 점은 불편하게 느껴졌다.
한편 BGM이 나오지 않거나 간헐적인 재생만 되는 문제도 있었고, 테스터들을 대상으로 공개했던 최신 빌드와 달리 이전 빌드를 사용해 공개했다는 부분에서 아쉬움과 함께 곧 진행될 오픈 데모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적어도 고질적인 서버 문제나 무한 로딩 버그가 해결된다면 이번 데모에서보다 확실히 즐겁게 앤섬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