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을 시작으로 12월 8일까지 ‘케스파 컵’이 진행된다. ‘케스파(KeSPA: Korea e-Sports Association)’는 ‘(사)한국e스포츠협회’를 뜻하는 명칭이며, LOL을 소재로 한 케스파 컵은 2021년 이후 3년만에 진행되는 대회다.
사실 LOL 종목의 경우 제작사인 ‘라이엇 게임즈’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케스파 주관의 행사가 크게 주목을 받고 있지 않다. 과거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끌었던 당시에는 영향력이 큰 편이었지만 근래 e스포츠 시장 자체가 제작사 위주로 재편되는 상황이다 보니 현실적으로 영향력 자체가 상당히 작아졌다.
심지어 그간 케스파의 행보 역시 문제가 많았다 보니 대중들이 느끼는 이미지 역시 좋지 않은 편이다. ‘금전적 지원을 해 주는’ 게임에만 몰리는 리그 구성, 이해할 수 없는 운영 및 특정 선수에 대한 패널티(이는 특히 케스파의 방향성에 반하거나 케스파 주관 리그에 협조적이지 않은 경우에 많았다) 등 열거하자면 엄청난 분량의 글이 나올 만하다.
LOL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지난 23년에 진행된 ‘항저우 아시안 게임’ 대표 선발 과정에서 보여 준, 팀과 선수를 생각하지 않은 독단적인 강행으로 인해 많은 선수들이 경기력에 영향을 받았고, 결국 선수단 합숙 훈련이 조기 종료되면서 시간만 버린 꼴이 됐다. 선수 선발 역시 투명하지 않게 처리됐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에 대한 사과나 책임 소재 역시 없었고 ‘선수들의 일정 문제 때문’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도 노출됐다.
아무리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23년 개최로 변경되어 그 사이 선수들의 기량 변화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기존의 후보군이었던 선수들이 빠지고 그 자리를 LPL에서 활동하고 있는 ‘카나비’와 ‘룰러’에게 준 것 역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나마 룰러는 직전까지 LCK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인 만큼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지만 카나비의 대표 발탁은 사실상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어떻게 봐도 22년 국가대표 예비명단에 있던 ‘캐니언’보다 확실히 낫다고 보기 어려운데 LCK에서만 프로 생활을 한 캐니언과 LPL에서의 프로 생활이 보다 긴, 그리고 현재도 LPL에서 뛰고 있는 카나비와의 경쟁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룰러의 선발 과정 역시 그렇다. 22년 당시 바텀의 국가대표 예비 명단은 ‘데프트’와 ‘구마유시’였고, 이 둘은 22시즌 롤드컵 우승과 준우승을 만들어 냈다. 23시즌의 국가대표 선발에 22년 롤드컵 성적이 분명 고려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룰러가 최종 결정됐다.
물론 룰러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룰러는 카나비와 달리 한국 대표로 나갈 만한 실력을 충분히 갖춘 선수다. 다만 이러한 부분은 22시즌에도 고려가 될 만한 부분이었음에도 당시에는 후보조차 되지 못했고 23시즌 선발에서는 22 롤드컵 위너 경력이 추가된 선수들을 상대로 더 나은 점수를 받았다는, 기준을 알 수 없는 ‘산정 방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투명해야 할 대표 선수 선발은 없었다. 이 점이 많은 이들의 불신을 만들었고 말이다.
- 이번에도 논란이 된 ‘케스파 컵’
이번 24시즌 케스파 컵 또한 그렇다. 11월에 공개된 일정 만으로도 충분히 문제가 되었던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날짜 자체가 한창 스토브 리그가 진행될, 그리고 다소 이른 시간에 스토브 리그를 마무리한다고 해도 서로 간에 합을 맞출 시간이 부족한 시간이다. 아예 12월 후반부로 일정을 맞췄다면 모를까 어떻게 봐도 정상적인 경기력이 나올 만한 부분이 없다. 팀 입장에서도 난감한 부분이 적지 않다.
실제로 T1은 기간 중 팀 행사(12월 6일과 8일)가 잡혀 있고, 대회 상금도 ‘케스파 컵’ 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작다. 우승 상금 4000만원은 사실상 대회 이름값에 어울릴 만한 금액도 아니고, 이를 위해 최상의 로스터를 구축해 참여할 만한 가치도 없는 상황이다.
11월 20일이 넘어서 팀이 결정된 선수들도 있는데…
이로 인한 상급 선수들의 출전 거부를 피하고자 한 탓인지 별도의 조항도 곁들여졌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LOL 종목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지표 검토 대회’라는 부분이 추가된 것이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하면 이번 케스파 컵의 참가 내용 및 성적을 26년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에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이 대회뿐 아니라 앞으로 있을 25년 케스파 컵 등의 참가 및 대회 성적도 반영되지만 적어도 케스파 컵에 출전하지 않는다면 LOL 국가대표 선발이 ‘쉽지 않을 것’ 이라는 경고성 의미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사실상 국가대표 선발 권한의 상당 부분을 케스파가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 크다. 심지어 지난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확인했듯이 선발 기준조차도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회를 불참하는 선수는 사실상 국가대표 선발이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올 시즌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25년 참가를 한다면 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보다 많은 대회에 참여하는 것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케스파의 말을 그대로 믿는 자체가 오히려 이상하다. 적어도 ‘국가대표’가 되려면 올 시즌과 내년 시즌 참가는 해야 한다.
지금까지 케스파는 이러한 부분에 확실히 ‘차별’을 두어 왔고, 이것이 팬들에게 많은 불만을 가져온 것도 맞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번 역시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덕분에 이번 케스파 컵은 각 팀 별로 상당히 기형적인 로스터가 만들어졌다. 사실상 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LOL 대표로 뽑힐 가능성이 높지 않은 1군 선수들, 그리고 이미 군 면제 혜택을 받은 선수들이나 ‘피넛’처럼 26년 대회까지 군 입대를 기다리기 어려운 선수들은 출전하지 않는다(예외적으로 군 면제 대상인 쵸비만이 유일하게 참여했다).
반면 ‘바이퍼’나 ‘지우’, ‘구마유시’ 등 주력 핵심 선수들은 전원 출전한다. 이와 더불어 ‘농심 레드포스’나 ‘OK저축은행 브리온’, ‘디플러스 기아’ 등은 1군 라인업으로 경기에 참여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군 면제가 필요한 상급 선수들은 다 참여한다
‘광동 프릭스’나 ‘kt롤스터’처럼 모두 2군이 출전하는 팀도 존재하며, 어느 정도 ‘국제전’의 양상을 위해서인지 대만과 베트남 팀도 각각 한 팀씩 출전한다.
다만 중국 소속 팀은 단 한 팀도 참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당히 아이러니한 부분이지만 사실상 LPL에서 국내 행사에 들러리로 참여할 리도 없고 와 봐야 역시나 정상적인 팀은 아니라고 생각되기에 별다른 의미는 없어 보인다.
- 생각보다 운영에도 문제가…
이번 케스파 컵은 기본적으로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하나는 12개 팀을 2개조로 나누어 진행되는 조별 리그이고, 다음은 각 조별 상위 4팀이 펼치는 일종의 본선인 ‘퀄리피케이션’ 이다. 마지막은 최종 4팀이 진행하는 ‘녹아웃 스테이지’다.
3일까지 진행된 조별 리그를 통해 A조에서는 ‘OK저축은행 브리온’이 1위, 대만 팀이 2위를 차지했으며, ‘kt롤스터’와 ‘DRX’가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B조의 경우는 ‘젠지’가 1위, ‘디플러스 기아’가 2위를 차지했고, ‘한화생명e스포츠’가 3위, ‘농심 레드포스’가 4위를 차지했다.
금일부터 시작되는 ‘퀄리피케이션’ 리그에서는 각 조의 같은 순위를 기록한 팀이 경기를 진행한다. 본선인 퀄리피케이션 리그는 지금까지의 다른 리그 방식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리그라 할 수 있는데, 조별 리그의 순위가 해당 팀의 시드라고 보면 이해가 빠르다.
총 네 번의 라운드로 진행되는 본선 경기는 각 라운드의 승리 팀 중 가장 높은 시드의 팀이 녹아웃 스테이지로 진출한다. 금일 1라운드 경기에서 1위팀 경기로 진행되는 젠지와 OK저축은행 브리온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팀이 4강전에 진출한다는 말이다.
또한 각 라운드 패배 팀 중 가장 낮은 시드의 팀은 그대로 탈락한다. DRX와 농심 레드포스의 경기 패자는 그대로 탈락하는 것이다.
2라운드 경기는 1라운드 경기에서 승리한 팀이 자신보다 높은 등급의 팀과 경기를 치룬다. 1시드 패자와 2시드 승자가 붙는 식이다. 2라운드 역시 승리 팀 중 가장 높은 시드의 팀이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하고 패배 팀 중 가장 낮은 시드 팀은 탈락한다.
이러한 식으로 4라운드까지 경기를 진행,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하는 네 팀을 가린다. 마지막 4라운드는 남은 두 팀이 승부를 펼쳐 승자는 녹아웃 스테이지로, 패자는 탈락한다. 그만큼 조별 리그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한 팀이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며, 4위를 기록했던 팀은 4경기를 모두 승리해야 녹아웃 스테이지 진출이 가능하다.
또한 강한 팀이 먼저 빠져나가는 형태이다 보니 뒤로 갈수록 팀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의 경기가 펼쳐지는 문제도 있다. 본선 경기의 경우 모두 단판으로 승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전반적으로 경기 방식은 그런대로 틀을 갖추고 있고, 상황을 고려해 단기간에 진행되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운영에서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일단 경기가 빨리 끝나도 정시에 다음 경기가 진행되는 것도 그러하며, 조별 예선에서 4자 동률이 나왔음에도 규정에 나와 있지 않은 ‘경기 시간’으로 순위를 결정한 일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이 강한 편이다. 심지어 두개 조를 나누는 기준조차 알 수 없다. 롤드컵에 참가한 상위 4개 팀 모두가 같은 조에 배치된, 정체를 알 수 없는 편성이다.
이는 그만큼 대회가 급조되었다는 인상이 강하다. 전반적으로 무리수가 많은 그런 모양새라고 해도 무방하다.
- 케스파와 LCK 구단 모두 아쉬움이 많은 대회
이번 대회의 평가 역시 긍정적이지 못하다. 케스파의 경우는 일정에 관해 충분히 사전에 더 여유를 두고 공표를 할 수 있었음에도 11월 초순에 발표를 함으로 해서 상당히 촉박한 시간, 그리고 스토브 리그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한 여지를 만들었고, 아울러 주전들의 대거 이탈로 대회의 흥행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국가 대표 선발에 영향이 있다는 식의 무리수를 뒀다.
여기에 금액적인 부분에서도 전혀 만족하기 어려울 만한 상금을 제시하면서 각 팀의 참여 의지를 높이지 못한 부분도 크다. 팀이나 선수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자체도 문제다.
선수나 팀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출전 명단은 팀이 결정하는 것이다 보니 선수보다는 팀의 문제가 더 크다. 잘잘못 자체는 분명 케스파와 비교할 수 없는 정도지만 프로 팀은 팬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고, 그러한 만큼 좋은 경기력을 보여 줄 의무가 있다.
팬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팀 선수들이 고생하는 것에 대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LCK 경기 수가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이야기가 나왔던 부분이고 현재 LCK의 연봉이 낮지도 않다.
심지어 정규 시즌에도 일주일에 두 경기를 진행할 뿐이며 매 시즌 사이에 충분한 휴식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프로야구만 해도 일주일에 6경기를 진행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휴식 시간 등에 방해를 받고 기타 여러 이유를 대면서 2군 위주의 구성을 취하는 자체가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가장 큰 문제는 케스파의 독단적인 통보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LCK 팀들의 이러한 행위가 올바르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롤드컵 진출에 실패한 6개 팀은 올 해 9월부터 별다른 일정이 없었다. 팀이나 선수 모두 이미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어차피 연습, 스크림을 한다면 실전에서 하는 것이 나쁘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농심 레드포스와 OK저축은행 브리온을 제외한 나머지 3개 팀은 2군 팀으로 참여했다. 그나마 DRX는 24시즌 로스터에 기반한 팀을 보낸 만큼(아직까지는 24시즌이니) 해외에서 영입한 두 명의 선수를 생각할 때 나름 주어진 상황에서 선택한 최선의 팀 구성이라고 볼 수 있지만(물론 테디가 빠졌다는 것은 문제다) kt롤스터와 광동 프릭스, BNK 피어엑스(바텀은 1군 멤버 포함)는 과연 팬들을 위하는 느낌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테디를 제외하면 올 시즌 멤버 위주의 구성을 한 DRX(프로그는 올 시즌 모건을 대신해 상당 경기를 탑으로 뛰었다)
젠지는 LPL에서 건너와 어느 정도 적응이 필요한 ‘룰러’ 외에는 모두 이번 케스파 컵에 참여했고 디플러스 기아는 1군 전원이 참여했다. 다른 팀들과 달리 10월 말까지 롤드컵을 진행했음에도 케스파의 무리한 일정보다 ‘팬들을 위한’ 부분을 더 생각한 결과다. 그리고 사실상 이러한 ‘행보’가 정상적인 것이 맞다.
반면 T1과 한화생명e스포츠는 부분적인 1군 로스터로 참가했다. 특히나 T1은 병역 문제가 걸려 있는 ‘오너’와 ‘구마유시’만을 보냈고, 이 마저도 단 한 경기에만 내보냈다. 심지어 그 경기에서도 베트남 팀에게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그나마 T1은 사전에 구단 행사 일정이 잡혀 있었다는, 나름의 사정을 충분히 감안할 만하다. 하지만 한화생명e스포츠는 이러한 것도 없었다. 롤드컵에 참여한 네 팀 중 유일하게 별다른 이유 없이 ‘병역 면제’가 필요한 선수들만을 내보낸 계산적인 팀이다. 돈은 열심히 쓰지만 ‘팬을 위한 부분에는 철저히 무관심한’ 팀의 행보가 또 다시 드러난 부분이기도 하다.
-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물론 대부분을 2군으로 채운 팀에게도 어수선한 분위기나 팀웍 문제 등 변명은 있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이 변경되는 과정이 있었다고 해도 일주일 여의 경기, 그것도 매일 경기가 펼쳐지지도 않고 해외 원정이 필요하지도 않은, 심지어 별도의 경기장에 가서 하는 것도 아니며 각 구단 숙소에서 진행되는 경기 자체가 ‘1군을 쓰지 못할 만큼 힘든 상황’인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이 구단 행사가 사전에 잡혀 있던 T1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1군 위주로 출전한 팀과 선수들은 ‘하나도 안 힘들어서’, ‘쉬기 싫어서’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케스파의 독단적인 행태가 어떠하던 팬들을 위해 최선의 경기, 볼 만한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참여하는 것이다.
팀 이적이나 LPL에서 넘어온 탓에 어느 정도 적응이 필요하고 경기력이 올라오는 데 문제가 있는 선수가 분명 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해당 선수를 후보로 넣거나 특정 선수만 제외하고 로스터를 구성해도 문제가 없는 일이다. ‘룰러’가 빠진 젠지처럼 말이다. 아니면 쵸비처럼 2군 선수와 교차 출전하는 형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참고로 한화생명e스포츠는 쵸비가 출전하지 않은 젠지전을 패했다
참고로 LCK 경기를 시청하는 팬들 상당수는 직장인이다. 주 5일 이상 근무를 하고 남는 시간을 활용해 경기를 시청한다. 긴 휴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휴일에도 일하는 경우가 있으며, 야근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힘든 몸으로 즐겁게 시청한다. 적어도 이번 ‘케스파 컵’의 강도가 직장인들보다 힘들 것 같지는 않다.
다른 스포츠 종목 역시 오랜 시간 연습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LCK 팀, 그리고 선수들이 다른 프로 스포츠 종목에 비해 과하게 힘들다고 판단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수월하다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일주일 정도의 ‘추가 행보’에 이 정도로 무책임한 행보를 보일 정도는 아니다.
여기에 2군은 ‘막 굴려도 된다’라는 생각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2군 선수들 역시 올 시즌 동일하게 LCK CL을 치뤘다. 다른 프로 스포츠처럼 상대적으로 경기가 적은 것이 아니다. 1군은 휴식이 필요하고 2군은 휴식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이 역시 이치에 맞지 않다.
물론 2군 선수들이 1군으로 오르기 위해 성적이나 경기에 더 욕심이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 1군이나 2군 선수들 모두 동일한 선수다. 2군 선수는 되는데 1군 선수는 안된다는 발상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 ‘프로 스포츠’는 ‘팬’이 있기에 존재한다
이번 케스파 컵은 여러 모로 의미하는 바가 많은 듯 보인다. 이전부터 문제가 있었던 케스파의 업무 처리 능력과 편협한 부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했고 현재 LCK에 소속된 팀들이 ‘팬 서비스’ 측면을 얼마나 간과하는지도 확인시켜 줬다.
사실 다른 프로 스포츠도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비 주전 선수들을 경기에 내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규모가 적은 대회나 시즌 중에 펼쳐지는 대회와 같은 상황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특히나 일반적인 프로 스포츠의 경우 선수들의 ‘체력’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체력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렵기 때문에 더더욱 이러한 ‘로테이션’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하지만 케스파 컵은 이와 다르다. 대회의 위상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높다고 볼 수 없지만 그래도 2군 선수들이 나와 경기를 치룰 정도는 아니다. 이벤트 매치는 더더욱 아니다.
누군가가 ‘케스파 컵은 2군 대회인가요?’ 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케스파와 참가한 해외 팀, 그리고 팬들과 ‘디플러스 기아’ 같은 일부 팀도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롤드컵 이후로는 한달여 만에, 그리고 서머 정규 시즌으로부터는 100일이 넘는 시간만에 펼쳐지는 대회다. 심지어 플레이오프와 선발전까지 감안해도 두 달이 훌쩍 넘어가는 시간이 있었다.
여기에서 얼마나 더 휴식이 필요해서, 단 몇 시간을 소비하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져 2군을 써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시즌과 겹쳐지는 상황도 아니고, 내년 공식적인 일정 역시 1월에 시작된다. 케스파의 문제는 분명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이것이 고려 사항이 될 수는 있어도 상황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1군 위주의’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정말 큰 문제였다면 모든 팀이 후보 선수들을 기용했을 텐데 말이다.
팀 일정 문제로 2군 위주의 로스터를 구성한 T1은 논외로 할 때 사실상 이번 케스파 컵에서 2군 위주의 구성을 한 ‘한화생명e스포츠(국대 자격 문제가 아니었다면 1군 3명 역시 출전시키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와 ‘kt롤스터’, ‘BNK 피어엑스’ 및 ‘광동 프릭스’의 행보가 그래서 상당히 실망스럽게 느껴진다.
케스파 컵을 통해 스프링 시즌의 보강이 어떻게 결과를 내고, 새로운 선수와 자신의 팀이 얼마만큼 달라졌는지를 조금이라도 확인하고 싶은, 그리고 순수하게 컵 경기를 기대하는 팬들에게 충분히 볼 거리를 제공하지 못했고 말이다.
1군 선수들은 없고 2군 선수가 대부분인 경기를 보며 즐거워할 팬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차라리 대회 자체가 마음에 안 들었다면 보이콧을 하는 것이 낫다. 그랬다면 케스파의 부당함을 표현한 것이라고 이해라도 했을 것이다. 할 것이라면 제대로 해야 한다. 그것이 응원하는 팬들에 대한 예의다.
앞으로는 팬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주기 바란다. LCK의 팬들은 오랜만에 보는 경기에서 이러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프로 스포츠’는 ‘팬’들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고, 그만큼 ‘팬들을 위한’ 경기가 펼쳐져야 한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