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와 디플러스 기아를 꺾으며 23 LCK 스프링 시즌 최강자의 모습을 보였던 T1이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덜미를 잡히며 순항중인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나 이번 패배는 1세트를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2,3 세트를 압도적인 차이로 패배하면서 만들어진 결과라는 점이 흥미로운데, 이 과정에서 한화생명e스포츠가 각성하며 스프링 시즌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게 됐다.
그렇다면 과연 중위권 팀에게도 연달아 패하며 1승 3패를 기록중이던 한화생명e스포츠가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 이제는 달라졌다, 체급에 어울리는 전투력을 가지게 된 한화생명e스포츠
한화생명e스포츠가 T1에게 승리한 가장 큰 원인은 팀 웍이 살아나고 선수들의 폼이 상승한 부분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들에게 맞는 전략과 운영 방식을 찾았다는 것이 크다.
기존 한화생명e스포츠의 운영 방식은 탑 라이너 킹겐이 딜챔 위주의 픽을 하고 정글러 클리드가 다소 탱키한 챔프를 하거나 별다른 탱커 없이 딜링 위주의 구성을 하는 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는 팀 특성 상 정글러가 모든 라인을 신경 써야 하다 보니 클리드의 잦은 실수가 나오는 결과를 만들게 됐고, 탑과 바텀 모두 어중간한 상태가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직 팀 웍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카나 바이퍼, 킹겐 등 S급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보니 어느 한 곳에 힘을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부분을 다른 팀들이 잘 공략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말이다.
클리드가 경기 초반 허무하게 킬을 당한 경기가 상당히 많았다
바이퍼의 상황도 애매했다. EDG에서의 바이퍼는 모든 이들의 지원을 받는 정점의 위치였다. 하지만 한화생명e스포츠에서는 그러한 지원을 제카와, 심지어 킹겐과도 나누어 받으며 이전처럼 효과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킹겐 역시 지금까지는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보여 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는 지금까지의 경기들은 물론이고 T1과의 1세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분명 체급은 높은데 골고루 힘을 실어 주다 보니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2세트 역시 그간의 경기들처럼 무난하게 T1이 압승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한화생명e스포츠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챔프 구성을 취했다. 딜챔보다는 탱커형 챔프에 강점을 보이는 킹겐이 현재 메타와 상관없이 자신의 최애 오른을 선택했고(킹겐은 전 세계에서 오른을 가장 잘 하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클리드는 세주아니나 마오카이 대신에 갱킹 호응에 좋은 오공을 선택했다.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밴픽을 진행한 2세트
상황의 변화는 이 때부터 시작됐다. 탱커형 챔프의 대가 답게 킹겐은 별다른 팀의 지원 없이도 제우스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T1의 갱킹에도 무사했다. 그 뿐 아니다. 마치 22시즌 롤드컵 결승을 보듯 제우스를 효과적으로 봉쇄하기도 했다.
그 사이 클리드는 쉴 새 없이 미드와 바텀을 서포트 하며 안정적으로 바텀 라인에 힘을 실어주면서 바이퍼와 제카가 성장하는 모습을 만들어 냈다. 이전보다 많은 지원을 받은 바이퍼는 충분한 성장을 만들어 냈고 이는 이전보다 우월한 딜량으로 이어졌다.
킹겐의 오른은 교전에서도 빛을 발했다. 최 전방에 위치한 오른으로 인해 T1의 공격은 번번히 한화생명e스포츠의 딜러진에게 전달되지 못했지만 상대의 공격에서 한 층 자유로워진 제카와 바이퍼는 충분한 딜링을 선보이며 19킬 3데스라는 압도적인 승리를 만들어 냈다.
킹겐을 칭찬하고 싶은 점은 그의 교전 위치 선정이다. 딜챔을 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킹겐의 탱챔 포지션은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였고, 이는 교전의 승리로 이어졌다. 탱챔의 대가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닐 정도로 킹겐의 플레이는 빛을 발했다.
이러한 상황은 3세트에서도 계속됐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3세트에서 더더욱 강력한 챔프를 선택했다. 킹겐은 맷집의 최강자인 사이온을 꺼내 들었고 클리드는 갱킹에 특화된 엘리스를 선택했다.
킹겐의 탱챔 선택으로 안정적인 한타 라인이 구성됐다
이번에도 킹겐은 제우스에게 밀리지 않으며 혼자서 굳건히 탑 라인을 사수했고, 게임 초반 구마유시를 킬 하는데도 일조했다. 클리드는 미드와 바텀 라인의 지원을 늘렸다. 3세트 역시 교전에서 킹겐의 사이온이 최 전방에서 T1의 공격을 막아내며 제카와 바이퍼가 딜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상황을 만들었다.
결과는 한화생명e스포츠의 완벽한 승리였다. 27분 만에, 그것도 드래곤 4마리를 스트레이트로 처리하며 11킬 2데스라는 완벽에 가까운 성과를 만들어 냈다. 심지어 골드는 12000골드 차이였고 T1은 중반 이후 변변한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패배를 기록했다.
■ 자신들에게 맞는 옷을 찾았다
이번 T1전을 계기로 한화생명e스포츠 선수들은 일단 자신들에게 맞는 옷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듯 보인다. 탑과 미드, 바텀을 모두 신경 쓰기 보다는 제카와 바이퍼라는, 세계적으로도 SS급으로 평가받는 선수에게 힘을 몰아주고 킹겐은 확실한 강점이 있는 탱커형 챔프를 통해 탑 라인을 유지하면서 혼자의 힘으로 견제에서 살아남는 것을 말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한타 파괴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도 T1전을 통해 확인됐다.
클리드 역시 중압감이 사라지면서 2,3 세트의 플레이가 눈에 보일 정도로 좋아졌다. 정글러의 지원을 확실히 받은 바이퍼 또한 중체원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 주며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고, 교전에서는 킹겐이 상대의 공격을 대신 맞아주며 제카와 바이퍼의 안정적인 딜링을 이끌었다.
이제야 모든 것이 딱딱 맞는 스타일이 완성된 느낌이다
이러한 차이는 수치로도 드러나는데, 2세트와 3세트 합산해 한화생명e스포츠가 기록한 킬수는 30킬이고, 죽은 횟수는 단 5번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적어도 두 체급 정도 차이 나는 팀과 경기했을 때 나올 만한 수치다.
그런데 상대는 T1이었다. 이 경기 이전까지 22 스프링 시즌처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전승 우승 가능성이 예상됐던 그 T1 말이다.
더더욱 대단한 것은 앞선에서 T1의 공격을 받아낸 ‘탱커’ 킹겐이 2,3 세트 통틀어 한 번도 죽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정도로 킹겐은 탱키한 챔프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다.
물론 다음 경기에서 또 다시 한화생명e스포츠가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자신들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그리고 기본적으로 체급 자체가 높은 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후의 경기에서는 꾸준하게 ‘각성한 한화생명e스포츠’가 등장할 확률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도 더욱 성장한 킹겐의 탱챔 효과가 여실히 드러났고, 이를 통해 클리드와 바이퍼가 부활한 만큼 어느 정도의 전략 변화는 있겠지만 앞으로도 한화생명e스포츠는 상체는 유지를 목표로 하면서 하체에 대부분의 힘을 실어 주는 형태의 플레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2,3 세트에서의 바이퍼는 팬들이 바라던 강력한 딜러의 모습을 보여줬다
킹겐 역시 결과가 좋았던 만큼 이후의 경기에서는 딜챔보다는 탱챔에 보다 중점을 둘 것으로 생각되며 클리드 또한 몸빵보다는 갱킹에 특화된 챔프로 하체에 확실한 지원을 할 듯하다.
여기에 소규모 교전보다는 팀 단위의 대규모 교전에서 상당한 강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이전 경기들처럼 상대방에게 끌려 다니는 플레이 보다는 꿋꿋하게 미드와 바텀 라인을 성장시킨 후 체급으로 누르는 운영이 많이 활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어쨌든 T1전을 승리하면서 한화생명e스포츠의 평가도 상당히 달라졌다. 단순히 승리만 한 것이 아니라 스타일 자체를 변화시키면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이미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MVP 킹겐이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한화생명e스포츠에 기대감을 가지는 이들도 상당히 많아졌다. T1전과 같은 맥락의 챔프 구성을 할 경우 한화생명e스포츠를 이길 수 있는 팀은 없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는 정도다.
실제로도 이번 T1과의 2,3 세트 정도의 경기력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한화생명e스포츠를 꺾을 만한 팀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당일 컨디션이 좋아서 승리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기 보다는 맞지 않던 옷을 벗어버리고 맞춤 양복을 입게 되면서 나오게 된 결과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후 상대하는 팀 입장에서는 분명 이번 T1전을 보며 충분한 대비를 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한화생명e스포츠의 전망은 밝다. 그 정도로 팀에게 효과적인 운영 방식을 찾았고, 탱챔을 선택한 킹겐은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나 좋은 활약을 보이는 제카와 더불어 바이퍼와 클리드도 살아났기 때문이다.
현재의 모습은 T1과 함께 스프링 시즌의 최강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다양한 변수나 문제가 생길 확률도 충분히 존재하지만 확실한 것은 앞으로의 경기에서는 지금까지의 한화생명e스포츠의 모습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이번 스프링 시즌은 더욱 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 같다.
■ 2월 3일 경기 예측
1경기 - kt롤스터 VS 광동 프릭스
확실하게 중 하위권 팀들을 압살하고 있는 kt롤스터와 아직까지 승리를 기록하지 못한 광동 프릭스의 매치다.
kt롤스터는 현재 확실한 강팀 판독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선두권에 있는 팀들에게는 패배했지만 그 외의 팀에게는 승리했다. 운 좋게 각성하기 이전의 한화생명e스포츠를 만나 승리하면서 현재 확실한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고, 팀 자체의 전력도 나쁘지 않다.
반면 광동 프릭스는 스프링 시즌 전 중위권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무색하게 전패를 기록하며 최하위에 위치하고 있다. 어찌 보면 22시즌의 농심 레드포스와 비슷한 느낌인데, 분명 이 정도 성적을 기록할 만큼의 팀은 아닌 듯하지만 결과가 나쁘다. kt롤스터 전 역시 승리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광동 프릭스는 현재 돌파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나 두두가 버티는 상체는 그런대로 나쁘지 않지만 바텀 라인이 참혹하다. 아무리 에이밍이 작년 같지 않다지만 에이밍과 리헨즈가 버티는 kt롤스터의 바텀 라인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여기에 두두가 나름 괜찮은 실력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기인에 비할 바는 아니다.
결과적으로 kt롤스터의 완승이 예상되지만 심심치 않게 풀 세트 승리를 하는 팀의 성향 상 2대 1 승리를 배제할 수는 없다. 그에 반해 광동 프릭스는 풀 세트 경기가 단 한 차례 밖에 없는 만큼 kt롤스터의 2대 0 승리가 보다 유력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실력 차이만큼이나 많은 킬수 차이로 kt롤스터의 승리가 점 쳐지는 경기다.
적어도 중위권 이하의 팀에게는 확실하게 승리를 가져가는 팀이 kt롤스터다
2경기 – 젠지 VS 리브 샌드박스
T1이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패배하면서 젠지와 T1, 리브 샌드박스가 4승 1패 동률을 기록한 가운데 최초로 5승을 기록할 팀이 이 경기를 통해 가려진다.
젠지는 현재 순항중이다. 첫 게임에서 T1에게 패한 것을 제외하면 디플러스 기아에게도 승리했고 현재 4연승을 기록 중에 있다. 룰러가 나간 바텀 라인이 예전 같지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좋아지고 있고 도란의 성장도 큰 힘이 되고 있다.
22 서머 시즌처럼 절대 강자의 모습은 없지만 충분히 시즌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저력이 있고 현재의 폼도 상당히 좋다.
디플러스 기아전에서도 2대 0 승리를 기록하며 팀의 건재함을 보여줬다
리브 샌드박스는 스프링 시즌 돌풍의 주역인 팀이다. 하위권 팀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현재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을 정도로 선전 중에 있다.
다만 이는 아직 강팀을 많이 상대하지 않은 탓이라는 의견도 있다. 중위권 팀에게는 모두 승리했지만 디플러스 기아에게는 패배했다. 젠지와 T1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하는 부담감도 있다.
두 팀 모두 첫 경기 이후 4연승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현재 폼이 좋지만 객관적인 전력이나 체급적인 부분에서는 분명 젠지의 우위가 예상된다. 정글러 윌러가 올 시즌 급 성장하며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나 모든 라인에서 젠지가 앞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나 탑과 미드 라인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하지만 리브 샌드박스가 이전 디플러스 기아 전처럼 무기력한 패배를 기록하지는 않을 듯 보이는데, 그럼에도 젠지의 2대 0 승리가 예측된다. 다만 리브 샌드박스가 끈질기게 달라붙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만큼 풀 세트 접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최근 두 팀의 경기들을 보면 킬 수가 별로 나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두 팀 모두 연승 중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신중한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되며, 전력적 차이가 있는 팀 간의 경기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킬 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킬이 많이 나지 않는 다소 정적인 플레이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승수를 기록 중이기는 하지만 두 팀간 전력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젠지가 큰 차이를 벌리며 승리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경기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