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플러스의 대표적인 대히트 3부작, '칭송받는 자' 시리즈의 첫 작품인 '칭송받는 자:흩어져가는 자들을 위한 자장가'가 정식 한국어판으로 국내에 출시됐다. 칭송받는 자 시리즈는 이후 2부인 거짓의 가면, 3부 두 명의 백황까지 3부작 전체를 순차적으로 국내에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흩어져가는 자들을 위한 자장가에서는 중상을 입고 쓰러진 상태로 발견된 수수께끼의 청년 하쿠오로가 소녀 에루루, 아루루 등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만나고 대자연을 무대로 펼쳐나가는 대하 로망을 그린 작품으로 일본에서 2002년에 PC 버전이 발매된 뒤 높은 인기를 구가했으며 아쿠아플러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인기 어드벤처 시뮬레이션 RPG가 됐다. 이미 본 사람도 있겠지만 인기에 힘입어 미디어믹스로 2부인 거짓의 가면까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한편 아쿠아플러스의 또 다른 인기 게임인 투하트2의 등장인물 코우사카 타마키, 쿠스가와 사사라가 전투에 참가하는 추가 캐릭터로 사무라이 버전 및 수영복 버전의 2종 유닛으로 총 4 캐릭터를 DLC 개념으로 PS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고 해당 캐릭터는 구매하면 거짓의 가면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2부인 칭송받는 자 거짓의 가면은 내년 1월 24일, 3부이자 완결편인 칭송받는 자 두 명의 백황도 2019년 중 차례로 발매될 예정.
■ 격동의 대하극
대륙 북동부 국경 근처에 위치한 야마유라 마을에 한 청년이 큰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된다. 얼굴의 반을 가리는 특이한 가면을 쓴 그 청년은 그를 거둬준 야마유라 마을 촌장 투스쿨과 그 손녀의 간호에 목숨을 건지지만 자신에 대해 전혀 기억해내지 못하고, 궁금증을 안은 채로 투스쿨이 준 아들의 이름 '하쿠오로'로서 야마유라 마을의 일원이 된다. 하쿠오로는 마을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어째선지 모르게 알고 있는 지식을 동원해 풍작을 이루지만 이는 곧 영주의 아들을 통해 영주의 귀에 들어가고 모종의 사건을 통해 대륙을 뒤흔들 전쟁의 서막이 열린다.
칭송받는 자 흩어져가는 자들을 위한 자장가는 하나의 대하극과 같은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다. 총 3부로 깔끔하게 마무리된 칭송받는 자 시리즈의 서막을 여는 작품이며 지략과 어느 정도 수준의 무력을 갖춘 주인공이 대륙의 한 축을 담당하는 남자로 거듭나는 과정을 잘 구성해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2002년 당시에 출시된 작품이라 시나리오 자체는 대강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처음 이 작품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마치 한 편의 대하극을 감상하는 기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비주얼 노블 게임과 같은 방식으로 스토리 및 이벤트 파트와 SRPG 형식의 전투 파트를 확실히 나누고 있으며 플레이어가 거점 화면에서 이동을 선택했을 때 다음으로 진행되는 것이 장소 이동을 통한 이벤트 스토리인지, 스토리의 진행인지를 보여주고 돌연 이벤트에서 전투로 곧장 연결되는 부분에서도 아이템을 장착하는 등의 준비를 할 수 있는 메뉴를 제공하니 어지간하면 준비를 못해서 전투가 말리는 일은 잘 벌어지지 않는 편이다.
비주얼 노블 기반의 스토리 진행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니 만약 대사를 놓쳤더라도 해당 이벤트가 끝나기 전이라면 언제든 뒤로 돌아가 음성과 함께, 또는 텍스트만을 확인하고 돌아오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어화가 잘 됐다
■ 결코 적지 않은 전투 파트
혹자는 칭송받는 자 흩어져가는 자들을 위한 자장가의 스토리 진행 화면만 보고 비주얼 노블이 주를 이루고 SRPG 방식으로 진행되는 전투 파트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본 작품에서는 결코 적지 않은 횟수의 전투가 진행되며, 전투의 길이도 초반부는 튜토리얼적인 성향을 가지니 그렇다 쳐도 야마유라 마을을 나선 뒤로 벌어지는 전투들은 전투 연출을 빠르게 설정하지 않는다면 꽤 긴 전투를 경험하게 된다.
스토리나 전투로 넘어가기 위한 다리 역할을 하고 정비 등의 전반적 컨텐츠를 체크할 수 있는 거점 화면에서와 마찬가지로 전투가 시작하기 전에는 전투 난이도의 변경, 장비품과 소모 아이템 장비 장착 여부를 결정하는 장비, 전투 지침과 시스템 메뉴에 접근할 수 있다. 매 전투마다 속성표와 승패조건, 출격 유닛 등의 필수 정보들을 한 눈에 보기 쉽게 정리해주고 시작하기 때문에 처음 SRPG 장르에 입문하더라도 보통 난이도로 진행하면 수월하게 게임을 진행해나갈 수 있다.
유닛들은 BP와 레벨, 장비품을 통해 강해져 전투에서 유리한 상황을 이끌어낼 수 있다. 레벨은 전투를 진행하면서 아이템 사용, 공격, 에루루의 경우 회복 등의 행위를 통해 얻는 경험치를 모아 상승시키고, 공격력과 방어력, 술법 방어력 등의 3종 스탯은 전투 종료 후 참전한 캐릭터에게 주어지는 BP라는 자원을 분배해 향상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PS4 버전에서는 한 번 클리어했던 전투는 '전투회상'을 통해 다시 플레이하고, 보수 아이템이나 BP를 더 획득하는 것도 가능해 원한다면 아예 BP 모으기를 통한 파티 전력 강화를 꾀할 수 있다.
유닛들은 장비 화면에 진입해 세 칸에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다. 첫 번째 칸에는 장비품으로 분류되는 다양한 효과의 아이템들이 장착되는데, 회수가 지정된 소모형 장비품이 있고, 아예 착용한 상태에서 이동력이 1 증가하는 지속형 장비품들이 있다. 어떤 장비품을 어떤 유닛에게 지급할 것인지에 따라 각각의 유닛이 가지는 전략적 가치가 미묘하게 변한다. 예로 회복만 시켜줄 수 있는 에루루에게 공격 술법을 사용할 수 있는 소모성 장비품을 주면 필요한 상황에서 에루루의 장비품을 통한 공격으로 피해를 더 입히거나 적을 마무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머지 두 개의 슬롯은 소모품 슬롯이다. 쉬네·케냐같은 회복 계열 소모품을 비롯한 모든 소모품을 장착할 수 있고 사전에 장착하지 않은 소모품이라면 전투 도중 사용하는 것이 불가하다. 다시 에루루의 예를 들어 에루루는 자신을 회복할 수 없으니 회복 소모품을 슬롯에 채우고 다니면 유사시에 회복해 퇴각을 피할 수 있다.
에루루의 필살기
턴 기반으로 진행되는 전투 파트에서는 차례가 돌아오면 도구, 이동, 캐릭터에 따라 약술 같은 특성기를 사용할 수 있고 주체가 되는 캐릭터의 기력 100, 협공으로 들어가는 캐릭터의 기력 50이라는 조건이 충족되면 리마스터링 된 텍스쳐 기반의 화려한 연출과 함께 협공기를 구사하거나, 기력 100에서 연격의 레벨에 따라 필살기를 습득했을 경우 필살기가 발동하기도 한다. 협공을 발동시키기 위해, 또는 더 큰 피해를 원하는 대상에게 입히기 위해 전투를 통해 차오른 기력이 100이 되었을 때 소모하지 않고 공격하는 선택지도 가능해 이를 잘 활용하면 조금 어려운 적도 효율적으로 처치할 수 있다.
칭송받는 자 흩어져가는 자들을 위한 자장가에서 플레이어는 수십 번의 전투를 거치게 되고, 전투 회상을 적극 활용한다면 그에 더해 더 많은 횟수의 전투를 경험하게 된다. 진행 속도에 불만이 있는 경우 설정에서 전투 속도에 관련된 옵션들을 조정하는 것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 처음 시리즈를 접한다면 추천
기존 리메이크판과 거의 대동소이한 퀄리티를 보여주기에 제 가격을 주고 기존 플레이어가 다시 PS4 버전을 구매하기에는 아쉬운 감이 있다고는 하지만 처음으로 칭송받는 자 시리즈를 접하고자 하는 플레이어에게는 구매해도 무방한 작품이다. 물론 이 작품을 접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일본 서브컬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이 작품은 거의 20년 가까이 된 게임이며 일본 게임 특유의 감성을 보여준다는 점을 확인하도록 하자.
게임을 시작하기 전이나 도중에 오래된 BGM 연출을 오리지널과 특별판 버전 중에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 구작의 느낌을 느껴보고 싶다면 오리지널에 두고 진행해보자. 특별판으로 설정하면 개편된 음악 연출로 즐길 수 있다. 이처럼 게임 진행 도중 언제라도 일시 정지를 통한 각종 메뉴 진입이 가능하며 전투 도중에는 '중단' 커맨드를 시행하면 타이틀 화면으로 돌아가면서 전투의 진행 상황이 저장된다.
다소 불편한 부분으로는 게임을 기동할 때마다 오프닝 영상이 재생된다는 점. 처음에는 보고 넘어가지만 이후엔 스킵을 누르게 되는데 아예 초기에만 재생되고 두 번째 구동부터는 따로 오프닝 보기 같은 항목을 만들었으면 자잘한 불편함이 덜어지지 않았을까.
만약 당신이 이미 이 작품의 스토리를 알고 있지만 않다면 충분히 흥미롭게 이야기를 진행해나갈 수 있다. 가볍게 분위기만 느끼려다가 계속해서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유발해 플레이어가 게임을 붙들고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취향이 맞았다면 곧 출시될 2부와 3부 역시 기대감을 갖게 될 것이다. 초회 스토리 진행만으로도 꽤 긴 플레이 시간을 보장하고, 여기에 트로피를 전부 따기 위해서 도전과제를 진행한다면 더 긴 시간의 플레이 시간과 특전 스테이지 하나를 만나볼 수 있다.
어서 다음을 플레이하고 싶어지는 훌륭한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