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와 타격감이 매력, '칼리스토 프로토콜'

목적지:교도소
2022년 12월 09일 07시 21분 14초

크래프톤의 독립스튜디오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가 서바이벌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지난 2일 글로벌 정식 출시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2320년 목성의 위성인 칼리스토에 퍼진 정체불명의 전염병으로 인해 벌어지는 생존 스토리를 담은 게임이다.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긴장감, 그리고 잔혹성을 바탕으로 개발된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서바이벌 호러 프랜차이즈 데드 스페이스의 제작자였던 글렌 스코필드 현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 대표가 제작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게임은 3인칭 스토리 기반으로 진행되며 플레이어는 극강의 보안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칼리스토의 교도소 블랙아이언을 탈출하고 유나이티드 주피터 컴퍼니의 끔찍한 비밀들을 밝혀내게 된다.

 

한편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PS4와 PS5, Xbox One, Xbox Series X/S 등의 콘솔과 스팀 및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통해 PC로도 출시됐다. 또, 본 리뷰는 PS5 플레이를 바탕으로 진행되었고 스토리와 관련된 다소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으니 내용을 원치 않는다면 주의 바란다.

 

 

 

■ 느닷없는 교도소행

 

칼리스토 프로토콜에서 플레이어는 주인공인 제이콥 리의 입장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서두에서 소개됐던 것처럼 제이콥 리는 모종의 사건을 겪은 뒤 목성의 죽은 달, 칼리스토의 최고 보안 등급 교도소 블랙 아이언에 갇히게 된다. 영문도 모르고 블랙 아이언에 수감되고 말았던 제이콥은 수감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감자들 사이에, 그리고 더 나아가 교도관들 사이에도 퍼져버린 의문의 전염병으로 그들이 끔찍한 괴물로 변하며 블랙 아이언이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모습을 목도하게 된다.

 

이렇게 아수라장이 되어 폭동을 일으키는 수감자들과 이를 진압하려는 교도관, 변이를 일으켜 공격해오는 변이체들까지 세 종류의 적들을 상대해야 할 것 같은 스토리지만 의외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플레이어가 상대하는 것은 대부분 변이체이며 그 종류가 많지는 않은 편이다. 난장판이 된 블랙 아이언 속에서 어떻게든 살 길을 찾으려는 제이콥은 어떤 인물과 협력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그의 블랙 아이언 탈출기가 시작된다. 이후 게임을 진행하면서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거나 각 챕터 곳곳에 숨겨진 오디오 로그를 수집하면서 블랙 아이언, 그리고 나아가 목성의 죽은 달 칼리스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사태에 대한 진상에 다가가게 될 것이다.

 

 

 

게임의 주된 등장인물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주인공 제이콥과 그와 협력하는 일라이어스, 악연으로 시작하는 다니 나카무라 등이 있겠다. 물론 이외에도 교도소장 콜이나 박사 등의 등장인물이 있지만 가장 비중이 높은 캐릭터는 이들이고, 이 캐릭터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난관을 헤쳐나가며 블랙 아이언에서 탈출할 길을 모색하게 된다는 것이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초반 스토리의 일부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서바이벌 호러 게임을 표방하는 이상 이들과 직접적으로 함께한다기보단 교신을 주고받으며 제이콥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는 느낌이 더 강해 고립됐다는 느낌은 여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타이틀을 느닷없는 교도소행으로 잡았는데,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느닷없이 주인공을 교도소로 밀어넣으며 제이콥과 플레이어를 모두 당황시켰던 것처럼 게임을 진행하면서 보여주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이야기 전개가 꽤 느닷없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다. 후반으로 진행했을 때 이야기들이 너무 간략하게 그려져 특정 캐릭터의 관계가 변화하는 모습이 다소 급전개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 또, 등장인물들의 부정적 감정들이 전반적으로 도대체 왜?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정체나 흑막의 의도 등은 아마 게임을 플레이하기에 앞서 이미 SF 바탕의 서바이벌 호러 컨텐츠들을 여럿 접한 게이머라면 쉬이 예상할 수 있을만한 전개일 것이다. 또, 생각보다 길지는 않았던 메인 스토리 컨텐츠를 진행한 뒤 마주하게 된 마지막 장면을 생각하면 대놓고 DLC 또는 속편을 암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뒤로 이어질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타격감 좋은 근접전 위주의 전투

 

탄환을 얻기가 제한적이지만 총기 위주의 전투를 상대적으로 우선하는 모 동일 장르 게임과 달리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경우 근접전 위주의 전투를 제공한다. 블랙 아이언에서 대규모 감염과 소요 사태가 발생하며 제이콥이 탈출하려는 과정에서 이들과 엮여 묵직한 쇠지렛대로 그들을 제압하는 것이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기초 전투 튜토리얼이다. 당연히 게임을 진행하고 총기를 획득하면 총기를 활용한 절단을 통해서 적들의 특정 기능이나 이동수단을 무력화시키는 것도 가능하지만 주로 활용하게 되는 것은 손에 쥔 진압봉을 활용한 근접 전투가 될 것이다.

 

기본적인 전투의 방식은 이 근접 무기를 휘둘러 호쾌하게 적을 두들겨 패는 것이다. 적의 공격을 좌우 위빙으로 회피하고 적의 공격이 끝나면 다시 공격을 퍼붓는 일종의 턴 기반 게임과 같은 감각으로 전투를 진행하면 1대1 전투를 상당히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플레이어가 회피의 요령을 잡는 순간부터는 둘러싸이는 상황이 오지만 않으면 제이콥이 무슨 초인처럼 모든 공격을 피하고 진압봉을 휘둘러 감염된 괴물들을 두들겨 패서 처단하는 우주 괴수 히어로물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총기는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다니에게 받을 수 있는 총기나 초반에 얻을 수 있는 총기를 제외한 3개 정도의 총기가 더 존재한다. 아이템을 파밍하다 총기의 설계도를 발견해 획득한다면 이를 각종 장비의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리포지에 등록해서 구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 리포지는 게임을 진행하는 도중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업그레이드 및 구입 오브젝트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여기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장비들의 강화와 구입을 수행한다는 설정이다.

 

총기를 얻은 시점부터는 전투의 기초가 조금 달라진다고 보면 된다. 초반부에는 두들기면서 피하는 것으로 대개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총을 얻은 시점부터는 두들겨 패다가 적의 몸에 마커가 표시되면 조준을 해 자동으로 겨눠진 방향으로 잽싸게 총을 쏘고 다시 두들겨패는 것을 반복하면 된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에서 감염된 존재들은 몸 안의 촉수가 돌출되어 변이하는 단계를 거치는데, 이 촉수를 쏴버리면 그대로 즉사하기 때문에 번거롭지 않으려면 촉수가 튀어나온 적을 빨리 제압해주는 편이 좋다.

 

 

 

또 다시 게임을 조금 진행하다보면 블랙 아이언의 교도관들이 사용하는 그랩 장갑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모 인기 SF 서바이벌 호러 게임에서도 보여줬던 일종의 초능력처럼 보이는 기능을 발휘하는 장비다. 이 그랩을 사용해서 멀리 있는 사물이나 적 자체를 끌어와 날려버리는 것이 가능한데, 적에게 물체를 투척하는 것보다는 적 자체를 당겨서 주위의 환경 사물에 던져 즉사시키는 용도로 자주 사용됐다.

 

근접 전투 위주의 플레이를 추천하는 게임이지만 생각보다 근접 공격 수단인 무기의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다. 처음에 진압봉을 얻기 전까지 사용하는 거대한 쇠지렛대를 제외하면 진압봉이 유일한 근접 무기다. 아, 암살용 또는 기판을 떼내는 동작을 할 때 사용하는 나이프도 있다. 오히려 사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총기 쪽이 종류가 많지만 이것들도 일부 총기는 너무 후반부에 획득해 진가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그래도 근접 공격으로 느낄 수 있는 타격감과 손맛이 제법 괜찮은 편이다. 진행할 때 팁을 몇 가지 준다면 그랩이 생각보다 많이 유용하다는 점, 그리고 총기나 무기를 많이 강화하기 위해선 스토리 진행 방향 외의 장소도 뒤적이면서 파밍을 해줄 필요가 있다는 점, 가지고 있는 총기의 탄환이 떨어지니 탄환 관리를 위해 너무 많은 총기를 구입하지 않는 편이 더 수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수상할 정도로 그랩용 가시벽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 분위기와 타격감이 매력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최고 보안 수준의 교도소 블랙 아이언의 곳곳에서 보여주는 분위기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감염체들과의 싸움에서 느낄 수 있는 타격감이 가장 매력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듀얼센스 컨트롤러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은 정말 진압봉을 휘둘러 적들을 두들기고 있다는 느낌을 트리거의 피드백과 진동을 통해 느낄 수 있어 손맛이 좋았다. 물론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이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기는 하겠지만 워낙 시원시원한 타격감을 선사하기 때문에 끝까지 이 맛을 고르게 느끼는 경우도 있다.

 

분위기가 강점이기는 하지만 반대로 환경 조성이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게임 중후반부에 가게 되는 어떤 장소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전력이 가동되는 모습들이 보였고, 그곳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유형의 적들은 소리에 반응하기 때문에 처음 몇 번의 만남에선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이후 암살이나 그랩으로 단숨에 죽이면 주변의 동일 개체들을 자극하지 않는단 사실을 안 시점부터는 느슨한 분위기로 게임을 진행하게 됐다. 같은 종류의 적이 숫자만 늘고 동선이 촘촘해진다는 점을 제외하면 긴장감이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은 일단 안정화 업데이트가 적용되어 개선된 부분이지만 PS5에서 플레이할 때도 게임 초반 블랙아이언 교도소에 제이콥이 들어가 칩을 이식당하는 컷신에서 크래시가 발생해 게임이 한 번 튕기기도 했다. 다시 구동한 이후에는 끝날 때까지 게임에 한 번도 에러가 발생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이었다고는 생각하나 만약 이로 인해 컷신을 다시 볼 수 없었다면 꽤 긴 인트로를 다시 플레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찔했다.

 

앞서 전투에서 주로 사용하는 것은 근접 공격 위주라고 이야기한 부분이 있는데, 대부분의 챕터를 진행하는 동안은 계속 그렇지만 보스전의 성격을 띠는 소수의 전투에서는 그 반대가 된다. 평소처럼 근접 공격을 위해 진압봉을 휘두르면 그대로 즉사하는 반격을 받게 된다. 때문에 보스전에서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총으로 무방비한 상태를 만들고 근접 공격으로 마무리를 넣는 식의 전투를 하게 된다. 여담이지만 여기서 언급된 보스 중 하나는 같은 녀석을 총 네 번 만나게 되는데 좀 더 다양화나 변화를 넣어주는 게 좋지 않았나 싶다.

 


 

또한 게임을 플레이하다 죽으면 무조건 체크포인트로 돌아가도록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 타이밍이 제각각이라서 리포지를 이용하기 직전으로 체크포인트가 저장됐다면 죽었을 경우 리포지에서 구매한 항목들을 구매하기 전이라 다시 구매해야 한다. 또 컷신이 생략되지 않아서 좋지 않은 곳에서 죽으면 컷신을 매번 봐야한다는 불편함이 있는데 최적화 패치를 서둘렀던 것처럼 이런 소소한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들도 순차적으로 해결해주었으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로드맵보다 훨씬 빠르게 뉴게임+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는 입장도 있었으니 일부 불만사항들은 사그라들 것으로 생각된다. 아, 덧붙여서 고어도는 꽤 높은 편이지만 데드신에서 제이콥이 겪는 죽음의 경우는 높은 빈도로 반통짜리 수박행이라 계속 보다 보면 적응되는 느낌을 준다.

 

확실하게 말해서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은 신작이다. 상당히 높아진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기대를 떠난 평작 이하의 게임이라고 호도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존에 SF 서바이벌 호러를 플레이하지 않았던 게이머라면 비교대상이 적어 생각보다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확실히 기대를 벗어난 부분들이 많았던 것은 맞지만 게임 자체는 평범하게 한 번 즐기고 넘어갈 수 있는 평작의 느낌을 준다. 상당히 기대를 부풀렸던 부분은 있지만 말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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