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한 아틀라스 RPG, '소울 해커즈2'

25년만의 속편
2022년 09월 30일 14시 47분 18초

세가퍼블리싱코리아는 아틀라스가 개발한 신작 RPG '소울 해커즈2'를 지난 8월 25일 PS5, PS4, Xbox One, Xbox Series X/S, Windows 10/11, 스팀으로 발매했다.

 

소울 해커즈2는 진 여신전생 시리즈에 SF 세계관을 믹스하여 인기를 얻었던 스핀오프 타이틀 데빌 서머너 소울 해커즈로부터 25년, 데빌 서머너 시리즈와 소울 해커즈의 유전자를 이어가며 사반세기의 세월을 넘어 진화를 달성한 컨셉으로 새로운 사람과 테크놀로지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번 타이틀은 발달한 테크놀로지 속에서 탄생한 인간 세계를 지키는 인지 초월의 존재 Aion이 인류 종언의 위기를 파악하고 유기체에 링고와 피그라는 개체를 부여해 그녀들을 인간과 조우하게 만든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이번 리뷰는 PS5 버전을 기준으로 작성되었다.

 

 

 

■ 인류 멸망을 저지하라

 

소울 해커즈2는 인간의 인지를 초월한 전자 존재 Aion이 인류의 멸망을 감지하고, 멸망의 위기에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인간형 유기체에 각각 링고와 피그라는 개체를 부여해 인류와 접촉하도록 파견하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Aion은 특정 인물들이 인류 멸망과 연관된 키 역할을 한다고 판단해 링고와 피그가 그들과 접촉하기를 원했고, 둘은 각각 멸망의 키인 두 사람을 찾아간다. 하지만 링고와 피그 모두 이미 늦은 시점에 현장에 도착하게 되고 만다.

 

통신을 통해 둘 다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게된 링고는 피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영혼에 직접 접촉해 타깃을 부활시키는 소울 해킹을 시도하게 되며 이를 통해 타깃 중 한 명이자 자신이 찾아간 남자 애로를 되살릴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인류 멸망의 방아쇠가 될 수 있는 인물을 추적해 코버넌트라는 힌트를 얻은 링고와 피그는 얻어낸 정보로 계속해서 사건의 전모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플레이어는 특정 인물에게 깃든 특별한 힘 코버넌트를 추적하면서 점차 인류 멸망의 실마리를 쫓는 한편 출신도 사연도 각기 다른 애로, 밀라디, 사이조와 함께 일시적인 팀을 이뤄 관계를 쌓아가는 내용도 즐길 수 있다.

 

인류의 멸망을 저지하는 메인 스토리 외에도 동료와의 관계를 향상시킬 수 있는 퍼스널 이벤트가 존재한다. 이를 통해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동료와 나눌 수 있으며 동료와의 관계를 쌓는 과정은 소울 해커즈2의 스토리를 전개하는 데 있어서 어떻게 보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추후 서술할 컨텐츠에서도 동료와의 관계 척도라 할 수 있는 소울 레벨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다 소울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상한이 회차마다 존재하니 계획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

 


 

 

 

 

 

■ 팬들에게 친숙한 악마들

 

아틀라스라 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진 여신전생이다. 물론 페르소나도 대중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아틀라스의 근본에는 여신전생 시리즈가 심기웠다고 보는 편이 좋다. 진 여신전생이나 페르소나에는 악마들이 일종의 소환수와 적으로 등장하고 두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악마들은 IP를 공유하고 있다. 소울 해커스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기에 앞서 여신전생 시리즈 또는 페르소나 시리즈를 플레이해봤다면 익숙한 악마들이 등장한다. 마스코트격으로 유명한 잭 프로스트 등은 물론 세계의 신화나 전설 등에 등장하는 존재들을 게임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각각의 캐릭터는 서머너로, COMP라 불리는 무기형 장치에 악마를 소환해 그 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 악마들을 파티에 넣어 전투에서 파티 멤버로 활용하는 여신전생 시리즈와는 달리 소울 해커즈2에서는 동료 악마들의 모습을 전투에서 보기 어렵다. 대신 적의 약점을 찌르면 스택이 쌓이면서 턴이 종료될 때 파티의 악마들이 일제히 적 전체를 공격하는 사바트 시스템으로 모습을 비추며 전투를 돕는다. 이 사바트 시스템은 게임 진행에 따라 더 많은 스택을 쌓아 높은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기존 아틀라스의 IP들처럼 프레스 턴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큰 차이다. 물론 동일하게 기술의 속성에 따라 약점, 반감, 반사, 회복 등의 효과가 발생한다는 부분은 있지만 공격이 레지스트되거나 무효, 또는 반사되더라도 아군의 남은 턴이 모두 날아가면서 상대의 턴으로 넘어가 게임 초반부부터 일방적인 원사이드 게임이 되는 상황을 피했다. 물론 게임을 진행할수록, 그리고 DLC의 강력한 보스를 상대할수록 적의 패턴이 악랄해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악마를 영입하는 과정이나 탐색에서도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일단 탐색 맵에 돌입하면 링고는 스톡 내에 있는 악마들을 내보내 맵을 탐색하게 하며 무작위로 특정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는 악마에게 말을 걸어 아이템을 받거나, 회복을 하고 더 나아가 악마를 동료로 삼을 수도 있다. 아틀라스의 여신전생 IP 시리즈들이 악마를 동료로 삼기 위해 전투 중 대화를 시도해서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방식을 취했던 것과 달리 맵 탐사에서 동료 악마의 소개로 악마를 영입할 수 있는 방식이며 이미 스톡에 있는 악마는 동료로 합류하지 않는다. 더불어 여신전생 관련 IP의 핵심 재미라고 할 수 있는 악마 합체와 스킬 계승의 재미도 여전하다.

 

한편 특수한 던전이자 스토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소울 매트릭스는 동료 캐릭터들의 정신 상태가 재현된 특수한 공간으로 층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맵 곳곳에 위치한 게이트를 열기 위해서 해당 소울 매트릭스의 주인인 동료와의 소울 레벨이 일정 이상이 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다. 소울 매트릭스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수시로 들러 파티를 성장시키거나 Aion 리퀘스트를 수행하는 장소이면서 완전 답파를 위해선 동료의 소울 레벨을 높이고 더 나아가 회차 플레이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소울 해커즈2의 핵심 컨텐츠 중 하나라 생각한다.

 


 


전투는 심볼 인카운터 방식으로 진입

 

■ 아틀라스의 RPG로서는 평작

 

스토리 면에서 다소 아쉬웠던 점은 일정 시점부터 시작되는 등장인물의 급발진 요소다. 해당 등장인물의 돌출행동에 대해 뒷받침이 될만한 장면이나 연출, 혹은 서술을 플레이어에게 보여주지 않은 채 그 과정을 거친 결과만을 플레이어에게 보여주니 스토리와 등장인물의 행동은 플레이어에게 당혹감을 주기 십상이다. 이렇다보니 상기한 전개나 등장인물의 행동으로 인해 메인 스토리에 대한 흥미가 다소 떨어지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드보일드함도 조금 부족했고 말이다. 그렇더라도 캐릭터 디자인이나 아트는 팝하고 깔끔해 눈길을 잡아끌었다.

 

악마전서나 합체, 3D로 훌륭하게 구현된 악마들을 맵에서 보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으나 정작 전투에서는 동료 악마를 보기 힘들다는 부분도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전투에서는 기존 아틀라스의 RPG 시리즈를 즐겨왔던 게이머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스 턴의 삭제나 약점을 찔리고 공격을 막혔을 때 등의 상황에서 기존 시리즈들과 달리 특별한 리스크가 없는 편이라서 하드한 전투를 원하는 유형의 기존 팬들은 후반부에 가서나 그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소울 해커즈2는 중요한 등장인물의 서사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흡한 부분들이 있고 전투 면에서 기존 팬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시점이 꽤나 늦게 나타나고 이래저래 아쉬운 부분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별로라고 평가할 수도 없는 타이틀이다. 나름대로 IP를 공유하는 작품들의 특징적인 요소들은 살렸으며 약간 입문을 쉽게 만든 평이한 아틀라스 RPG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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