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떠오르는 호텔 처분기, '레이첼 포스터의 자살'(NS)

짧은 분량은 아쉬운 부분
2021년 10월 26일 00시 16분 30초

원오원 게임즈와 데달릭 엔터테인먼트는 오는 28일 닌텐도 스위치용 '레이첼 포스터의 자살'을 한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이미 PC와 플레이스테이션, Xbox용으로 출시되어 선보인 바 있는 이 신작은 닌텐도 e숍에서 사전주문 시 20% 할인을 적용 받을 수 있으며 한국어 자막도 지원한다.

 

레이첼 포스터의 자살은 감성적인 노스텔지어가 기기한 괴담 속에 녹아든 1인칭 수사 게임을 표방하고 있다. 전개되는 내러티브 속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엔딩과 이중 음향 오디오가 게임 플레이에 몰입감을 더한다고 소개된다. 플레이어는 어머니의 유언을 실행하기 위해 10년 만에 호텔로 돌아온 니콜이 되어 고립된 상태로 호텔을 돌아다니면서 가족의 어두운 과거와 10대 소녀 레이첼의 자살 사건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나가게 되며, 그 과정에서 유일한 바깥과의 연결고리 FEMA 요원 어빙과의 통화로 스토리를 진행시킨다.

 

게임샷은 정식 출시에 앞서 레이첼 포스터의 자살 본편을 결말까지 미리 플레이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아 이번 리뷰를 작성하게 됐다. 스토리 중심으로 진행되며 스토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에 스토리 관련 스포일러를 되도록 삼가면서 진행한다.

 

 

 

■ 오버룩 호텔이 떠올라

 

레이첼 포스터의 자살은 주인공인 니콜이 어머니의 장례식 이후 그녀의 유언에 따라 거대한 규모의 호텔을 처분하기 위해 10년 만에 호텔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중의 배경은 1993년 12월 겨울의 한복판에 눈이 내리는 미국 몬테나 주 헬레나 국립공원의 팀버라인이다. 니콜과 어머니가 떠나기 전까지 아버지를 포함해 가족이 함께 운영했던 호텔은 굉장히 큰 규모로, 이제는 니콜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여전히 남은 식품이나 전력 관리는 이루어지는 장소다.

 

호텔 구조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약도를 잘 들여다보며 다녀야 할 정도로 호텔의 영역이 넓다. 크기에 비해 객실은 많지 않지만 식당이나 직원 공간, 볼룸 등 다양한 장소들이 존재하고 지하로는 근처에 위치한 교회와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환풍로나 숨겨진 공간 등이 다수 존재하기에 호텔을 돌아다니는 맛이 있다. 처음 호텔에 도달했을 때는 고립으로 인해 연락을 해오는 FEMA 요원 어빙의 전화에도 시니컬하게 대응하는 니콜과 동조해 호텔에 대해 별 생각이 들지 않지만 날짜를 거듭할수록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현상을 마주하면서 점점 혼자 머무는 거대한 호텔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조여온다.

 

그만한 규모까진 아니지만 작가 스티븐 킹이 집필한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샤이닝에서 무대가 되는 오버룩 호텔이 떠오르는 분위기다. 니콜의 이동속도가 좀 느릿하게 느껴져서 더 넓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지만 작중의 호텔 역시 작은 규모는 아니며 갈수록 정신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같은 분위기를 나름대로 자아내면서 긴장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여기에 과거 10대 소녀였던 레이첼 포스터의 자살 사건이나 불륜으로 가족 붕괴의 계기가 된 아버지나 호텔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밝혀나가는 것이 게임의 주된 내용이다.

 


 

 

 

■ 몰입감 높은 플레이 방식이 눈길

 

게임의 전개는 사실상 일직선 형태로, 준비된 핵심 활동을 모두 소화하면 바로 다음 날로 넘어가는 방식을 취한다. 호텔의 모든 장소를 탐험할 수는 없고 살짝 열려있는 객실 등을 들여다보는 것 정도가 허용되나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스토리에 필요한 동선만 취한다면 가보지 않은 장소가 몇 군데 있을 정도는 된다. 물론 그런 점을 모두 포함해서도 분량이나 컨텐츠의 구성이 다소 아쉽다. 보통 이런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따라가며 스토리를 전개하는 게임들은 호텔에 얽힌 배경 이야기나 작중의 핵심 사건과 연관된 물건, 읽을거리를 풍부하게 제공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레이첼 포스터의 자살은 그런 요소들이 거의 배제되었다.

 

게임의 전체 플레이타임이 대략 2~3시간 내외로 끝날 정도이며 뻔하긴 하지만 플레이하면서는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마치 샤이닝의 오버룩 호텔을 떠올리게 만드는 호텔의 분위기는 훌륭하다. 짧은 분량 내에 심리적인 요인을 콕콕 찔러 자극하거나 장소가 풍기는 분위기, 통화로만 어빙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고립된 상태 등이 플레이어의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게임을 진행하며 볼 수 있는 약간의 읽을거리나 메모들 역시 번역되지 않아 영어로 읽어서 직접 해석해야 한다는 부분이 좀 귀찮기는 했다. 엔딩이 행동에 따라 두 가지로 갈라진다고는 하나 앞에서 플레이어가 진행한 대화 선택지나 행보에 무관하게 그 장면에서 취하는 선택으로 결말이 달라진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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