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코로나19 시대의 위로가 되다

결혼, 전쟁, 파티...게임에서 열린다
2020년 07월 07일 15시 14분 12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엄증(코로나19)로 사람들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소통의 방식도 온라인으로 달라지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인 게임 역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6월, '이브 온라인'에서는 췌장암 투병 중인 이용자를 위해 대규모 우주 전쟁이 열렸다. 이브 온라인을 즐기던 미국인 이용자 'Chappy78 Chapman(이하 Chappy78)'은 42번째 생일을 앞두고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자 지난 10년간 함께한 이브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러한 소식을 전하며 생일 기념으로 대규모 전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들은 전 세계 이브 온라인 이용자는 그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생일 기념 전투를 위해 '투누단 태양계'에 모여들었고, 추억을 남겨주고자 아낌없이 서로의 함선을 폭파시키며 대규모 우주 전쟁을 벌이며 장관을 이뤘다.

 

이번 우주 전쟁에는 개발사인 CCP게임즈 개발진을 포함한 2천여명이 참여했다. 전쟁에 발생한 피해액만 수천억 ISK(게임 재화)가량으로, 이브 온라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전쟁 중 하나로 기록됐다. 또 CCP게임즈는 대규모 전쟁을 위해 네트워크 리소스를 지원하는 등 서버 안정화를 위해 세심하게 배려했다.

 


이브 온라인에서 열린 대규모 전쟁(좌) 검은사막에서 열린 결혼식(우)

 

지난 4월, '검은사막'에서 성대한 결혼식이 열렸다. 체코에서 검은사막을 즐기던 'insidel'과 'svetluska' 커플은 1년 반 동안 게임을 함께한 여자친구와 5월 30일 결혼식을 올리려고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결혼식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검은사막' 안에서 결혼식을 진행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개발사인 펄어비스는 이용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검은사막 내 가상 결혼식을 5월 23일 열었다. 가상 결혼식은 검은사막의 명소이자 아름답기로 소문난 그라나 궁전에서 진행됐으며, 검은사막 GM들이 직접 축혼 행진곡을 연주하고 해당 길드원이 참석해 긴 축하 도열을 만드는 진풍경을 만들었다.

 

결혼 서약 이후 GM이 하우징을 통해 만들어준 주거지에서 애프터 파티도 진행했다. 길드원들은 다양한 소셜 액션을 통해 신랑 신부를 축하했고 결혼식은 각종 SNS에 공유되며 게임 이용자들에게 축하 메시지가 이어지는 훈훈한 광경이 연출됐다.

 

뉴저지의 한 커플은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오는 5월 졸업 후 의사가 될 예정인 샤민 아샤(Sharmin Asha)와 나즈뮬 아흐메드(Nazmul Ahmed) 커플은 최근 코로나19로 비상사태가 이어지면서 4월 12일로 예정되어 있던 결혼식을 취소하고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아메드씨의 깜짝 이벤트였다.

 

아흐메드씨는 결혼식을 준비하기 위해 실제 가지고 있는 옷을 게임 내에서 구현했고, 해변에 웨딩 아치를 세웠다. 또 꽃으로 주변을 장식했다. 아흐메드씨는 "실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게 됐지만, 그녀에 대한 확고한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고, 아샤씨는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6명의 친구들이 함께 했다.

 


동물의 숲에서 열린 결혼식(좌) 마인크래프트에서 열린 졸업식(우)
 

또 취소 된 졸업식이 게임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뉴욕시의 소방아카데미를 졸업한 알바로 로메로(Alvaro Romero)는 친구들과 '에이펙스 레전드'에 모여 연기를 피우고 드론쇼를 하는 등 졸업을 축하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참고로 '에이펙스 레전드'에는 드론을 조종하는 기술을 가진 캐릭터가 존재한다. 또 로메로씨의 구글홈을 통해 축하 노래를 전하고 졸업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일본의 한 초등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마인크래프트'에 모여 졸업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비록 선생님은 참석하지 못했지만, 졸업식을 하는 강당을 만들고 의자와 카펫을 배치하는 등 아이들 스스로 꾸민 졸업식장은 실제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 모습을 촬영하고 SNS에 올린 부모는 "대단하다. 아이들이 모여 자기들끼리 졸업식을 했다"며 "하루 종일 게임에 모여 즐거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순한 영상 시청보다 직접적으로 콘서트에 참가할 수 있는 방법도 게임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는 지난 4월 미국 출신의 유명 힙합 뮤지션인 '트래비스 스콧'의 공연 이벤트 '애스트로노미컬'을 진행했다.

 

해당 공연은 전 세계 게이머들을 배려하여, 24일부터 26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비록 8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진행됐지만, 여기에 참가한 1230만 명의 관객들은 환상적인 공연에 열광하며 코로나19로 갑갑한 상황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고 평했다. 특히 콘서트장에 직접 참가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참고로 1230만 명 수치는 첫 번째 공연 참가자의 숫자이며, 전체 기간 동안 중복 없는 순방문자수(Unique Visitor)는 2,770만 명을 기록했다.

 


포트나이트에서 진행된 가상 콘서트(좌) 포트나이트의 파티로얄(우)

 

게임 내 엔터테인먼트 제공에 호응을 얻은 '포트나이트'는 아예 새로운 소셜 공간인 '파티로얄'을 공개했다. ‘파티로얄’은 사용자들이 그저 함께 어울리며 즐겁고 편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새로운 가상 공간으로, 즐길 거리와 탐험 요소로 가득한 장소이다.

 

특히 ‘빅스크린 원형극장’과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유명 아티스트들의 공연이나 다채로운 이벤트가 펼쳐질 예정으로, ‘파티로얄’ 출시를 기념해 진행 된 프리미어 이벤트에서는 방탄소년단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도 유명한 DJ 겸 프로듀서 스티브 아오키(Steve Aoki)와 역시 DJ와 프로듀서로 유명한 딜런 프란시스(Dillon Francis), 캐나다 출신의 유명 프로듀서이자 뮤지션인 데드마우스(deadmau5) 등이 출연하여 신나는 무대를 선사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상의 세계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게임의 가치가 새삼 재발견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즉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자, 새로운 활동과 소통의 장으로 게임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은 영상통화나 온라인 회의 같이 소통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캐릭터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어떠한 활동을 함께함으로써 보다 깊은 소통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각광받고 있다.

 

국내 한 게임업계 전문가는 "이전부터 온라인 게임은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전쟁이나 화합같은 사회적 현상도 보여왔다"며 "결혼식이든 전쟁이든, 졸업식이든 개학식이든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서 게임이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은 보다 더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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