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로 9년만에 돌아온 감성 어드벤처, '투 더 문'

항상 저건 등대라고 생각했어.
2020년 02월 20일 01시 08분 02초

2011년. 많은 게이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픽셀풍 인디 어드벤처 게임이 있다. 캐나다의 프로듀서 칸 가오가 작성한 스토리는 뭇 게이머들의 감수성을 자극했고, OST는 한국을 포함한 각지의 오케스트라에서 종종 연주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게임 '투 더 문'이다. 이 게임은 임종 직전 한 노인이 "달에 가고 싶다"는 이유 모를 소원을 위해 지그문트 사에 소원을 의뢰하고, 이를 이뤄주기 위해 두 명의 박사가 파견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투 더 문'이란 제목의 이 작품은 게임 플레이 요소보다는 플레이어의 감성을 아련하게 자극하는 스토리에 집중한 스토리텔링형 어드벤처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직접 능동적인 액션을 취하면서 다양한 컨텐츠들을 소화한다기보다는 일관적인 미니게임 형식의 단순한 패널 뒤집기 퍼즐, 그리고 스토리 전개에 맞춰 캐릭터를 이동하고 대화하는 정도에 그쳐 온전히 스토리에 플레이어가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X.D.네트워크가 닌텐도 스위치 버전으로 9년만에 출시하기에 앞서 PC 버전과 모바일 버전의 발매가 있었지만 스위치 버전의 투 더 문은 유니티 엔진을 기반으로 플랫폼 조작 방식 등을 맞추고, 그래픽과 디테일을 최적화시켜 게임 전반적인 개선점을 도입한 버전이다.

 

 

 

■ 기억을 넘나드는 여정

 

투 더 문은 곧 임종을 맞이할 노인 조니의 의뢰를 받은 지그문트 사의 직원 에바 로잘린 박사와 닐 와츠 박사가 그의 저택을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지그문트 사는 임종 직전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의뢰로 '기억 여행 요원'들이 특수한 장비를 활용, 의뢰주의 기억 속에 들어가 그들의 소원을 이루도록 기억을 개변하면서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생의 마감을 하도록 돕는 일을 하는 게임 속 대기업이다.

 

게임을 시작한 직후 극초반부에서는 사전에 정보를 얻지 않은 상태라면 특정 장소에 진입했을 때 게임의 분위기가 은근히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무서운 느낌을 주기도 하고, 유머러스한 장면이나 연출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준다. 이야기를 더욱 전개하다 보면 꾸준히 초반부부터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에 대한 복선들을 깔아간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로잘린과 와츠가 되어 직접 체험하게 되는 지그문트 사의 방식은 이렇다. 임종 직전의 의뢰주를 기억 여행 요원들이 찾아가 의뢰주가 임종을 맞이하기 전에 특수한 기계를 사용하여 기억에 들어가 원하는 기억으로 그간 살아온 기억을 개변시키는 작업을 하게 된다. 플레이어는 지그문트 사 파견인인 로잘린과 와츠로 번갈아가며 조작해 조니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탐색과 작업을 하게 되는 것.

 

때문에 투 더 문의 플레이 시간 대부분은 두 박사가 조니의 기억을 이리저리 여행하면서 그와 주변인물들을 파악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플레이어와 두 박사는 조니와 그 반려 리버의 삶을 지켜보는 관찰자에 그치면서 조니의 일생을 경험하고, 때로는 개입하면서 엉뚱한 방식을 취하기도 하는 등 '달에 가고 싶다'는 단순하면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소원의 진실이 밝혀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밝혀진 순간 그동안 깔았던 복선들과 함께 플레이어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내용들이 쏟아진다.

 


 

 

 

■ 단서 찾기와 패널 뒤집기

 

전체적으로 3~5시간 사이의 플레이타임을 뽑는 투 더 문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스토리를 제외하면 나머지 시간의 대부분은 조니의 기억을 타고 넘어갈 수 있는 매개체가 될 물체와 패널 뒤집기 퀴즈가 차지한다. 게임의 진행 방식 자체가 스토리 전개->단서 찾기->패널 뒤집기->기억 점프->스토리 전개의 반복 구성이므로 거의 유일하다 할 수 있는 게임적 요소는 이 패널 뒤집기 위주로 진행된다.

 

찾아야 하는 오브젝트들은 초반엔 주먹구구 방식으로 이것저것 눌러보게 되지만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대부분 스토리에서 힌트를 주고 있으므로 금방 찾아낼 수 있다. 사실 못 찾더라도 대부분 맵이 넓지 않아 이것저것 누르다보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오브젝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오브젝트를 발견할 때마다 1개의 토큰이 화면 하단의 바에 채워지며 5개의 토큰을 모아 넣으면 패널 뒤집기 퍼즐로 넘어간다.

 

유일한 퍼즐 요소라 할 수 있는 패널 뒤집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 난이도라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대부분은 최소 횟수에 맞춰 패널을 완성할 수 있다. 패널 뒤집기에 표시되는 이미지들은 그 기억에서 토큰을 넣은 오브젝트의 이미지가 표시되며 여기저기 뒤집힌 패널을 다시 뒤집어 온전한 이미지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뒤집기는 선택한 줄 전체를 뒤집는 방식이고, 종횡과 대각선 한 줄을 뒤집을 수 있다. 거의 모든 패널이 대각선 뒤집기 한 방이면 쉽게 정리되는 편.

 


등대 계단을 올라갈 때 굉장히 이동이 불편하다.

 


 


노트의 내용이 진행 도중 변경되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

 

■ 감성적인 작품

 

투 더 문은 감성적인 작품이다. 이야기를 진행하며 심드렁한 기분에서 작중의 이야기가 전해주는 사랑 이야기나 엇갈리는 이해, 그리고 애절함과 안타까움 등이 슬그머니 감수성을 간지럽게 만든다. 혹자는 너무 고평가된 신파극이라는 이야기도 하지만 게이밍 요소가 적다는 부분을 제한다면 결말의 의미나 다른 시각에서의 관점 등 이야기 면에서는 꽤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준 작품으로, 현재는 투 더 문의 스토리와 연관이 있는 지그문트 시리즈의 속편과 미니소드, 그리고 출시 예정 중인 시리즈 신작도 존재하는 등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작품의 첫 걸음이기도 하다.

 

스위치 버전을 통해 처음으로 투 더 문을 접한 게이머라면 조금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캐릭터의 이동 속도가 꽤 느린 편이라 그리 넓지 않은 맵을 돌아다니는 동안에도 꽤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 이외에도 번역은 기존의 것을 사용해서 영어 번역투가 드러나는 부분이 꽤 많다. 이로 인해 와츠 박사와 로잘린 박사의 농담이나 말싸움 등에서 서양 도서의 번역투 느낌이 강하게 들 때가 종종 있고 게임을 진행하다 초반부 다람쥐 이벤트에서 Squirrel-gon이 다람가카로 번역되는 등 번역이 번역투와 의역, 자연스러운 번역 사이를 자주 넘나든다.

 

스토리에 집중하게 만들려는 의도인지 능동적인 게임성 면이나 퍼즐 난이도 등은 굉장히 낮게 설정되어 게임 플레이에서 즐거움을 느끼려는 사람에겐 다소 지루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이런 종류의 게임에서는 더더욱 그렇겠지만 기대하고 플레이한다면 늘 그랬던 것처럼 조금 아쉽게 느낄 수 있으니 큰 기대 없이 스토리 위주의 감성적인 이야기를 담은 게임을 좋아한다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을 것. 특히 투 더 문 최고의 장면으로 생각하는 후반부 리버의 대사에서 보이는 문학적 표현이나 당시 상황의 아름다움,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안타까움 등은 게이머의 몰입감과 감수성을 모두 자극할 수 있을 것.​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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