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노동자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

정의당 류호정 비례대표 예비후보
2020년 02월 17일 14시 39분 10초

해를 거듭할 수록 눈부시게 커진 게임산업. 그러나 성장한만큼 명과 암이 뚜렷해지면서 게임 산업에도 노동, 더 나아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계기는 '크런치 모드'였다. 게임업계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이슈가 되면서 '재미를 만드는' 게임회사를 보는 시각도 달라지게 됐고, 업계 내에서도 '이대로는 안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노조가 설립되는 계기가 됐다.

 

류호정 정의당 비례대표 예비후보는 그래서 더더욱 눈에 띄는 인물이다.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회사에 들어왔지만 게임회사에 대한 환상이 무너진', 게임업계의 '암'을 겪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한 인터넷 방송사에서 '게임 아이돌'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선전홍보부장으로 뛰고 있는 그녀가 이제는 정치권에 도전한다. "노조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어, 입법을 통해 근로기준법에 박아넣고 싶다"는 정의당의 류호정 비례대표 예비후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정의당 류호정 비례대표 예비후보

 

- 게임회사 직원에서 노동운동가로 변신하게 된 계기는?


게임을 좋아했기 때문에 게임업계에 왔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밤을 새도,유저들의 피드백이 욕이어도 마냥 좋았다. 하지만, 근무 기간이 쌓이면서 회사가 마냥 행복한 곳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릴 때 그렇게 전지전능해 보였던 게임 운영자들이 현실에서는 비정규 계약직이고, 게임에 대해서 너무 잘 아는 QA분들이 파견직이었다. 유저들의 문의를 듣는 감정 노동자 분들의 환경은 너무나도 열악했다. 그러던 어느 날 네이버 노조의 설립 선언문을 보게 되었다. 저런 방법도 있겠구나 싶었다. 일만 하는 것 보다 노조를 만들어서 회사를 바꾸는 것이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게임은 즐거움을 만드는 것인데, 정작 그 게임을 만드는 사람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바깥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노조를 만들어 노동 환경을 개선하면 조금 더 게임을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노조 설립을 준비했고, 그 과정에서 가입신청서에 적힌 '용기내줘서 고맙다'라는 글을 보면 굉장히 보람찼다. 내가 더 이상 게임은 못 만들지만,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을 위해서 일을 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어 민주노총에 들어와서 눌러 앉은 것이다. 

 

노조 홍보부장이 되면서 홍보 컨텐츠도 만들었지만, 게임 쪽은 전반적인 회의에 모두 참여했다. 일반적으로 민주노총 하면 투쟁하는 이미지만 떠올리지만, 내부 사무실에는 홍보팀, 교육팀 등의 번듯한 체계가 다 서 있는 곳이다. 교섭을 위해서는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데 민주노총이 게임업계는 처음이잖나, 업계 특성을 잘 알고 있는 내가 조율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 게임업계에서 노조에 대한 다른 회사들의 반응은?


우리 회사에도 노조가 필요한 것 같다고 하는 분들은 많다. 하지만 '생기면 가입할게', '응원할게'는 누구나 다 할수 있지만 총대를 매고 노조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잖나. 작년 9월 판교에서 N사 고용안정 촉구 집회를 했을 때 구로의 또 다른 N사에서 오시는 분들도 계시더라. 아직 노조가 있는 회사는 많지 않지만 개별적으로 응원하는 분들이 많으니 업계 전체에 해당하는 문제는 함께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고, 이제 1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점차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노동운동을 하는 것과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다른일인데...꼭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하는 이유는?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교섭을 해서 규칙을 바꾼다는 점에서 노동조합과 정치가 아주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정치와 노조를 분리해서 생각하는데, 실제 미국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노조에 가입하라고 하기도 하고, 북유럽과 같이 노조의 영향력이 굉장히 강한 곳은 직접 국가의 경제정책에 개입을 하기도 한다. 결국 둘 다 우리의 일상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멀게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집회를 통해 고용안정 이슈를 지켜내고, 포괄임금제 폐지를 이끌어내고, 나름 노조를 통해 바꾼 것은 많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한계가 있었다. 아직 곳곳에 불법이나 편법이 만연하지만, 이걸 신고하면 노조가 없는 곳에서는 안전하지 못하잖나.

 

결국에서는 국회에 들어가서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노조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어 입법을 통해 근로기준법에 박아넣고 싶다. 만약 당선되면 판교에 국회의원 사무실을 차려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들어보려고 한다.

 


 

- 게임콘텐츠 특성상 노동강도가 스케줄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걸 기존 제조업 시스템으로 노동환경을 규제해야 하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주 52시간 상한제를 도입한 이유는 결국 건강 때문이다. 주 64시간을 일하게 되면 과로사 여건에 충족이 된다. 물론 급한 일이 있으면 긴급 대응이 필요한 것이고, 효율성 또한 중요하지만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부분인데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게임을 사랑하지 않은 개발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장시간의 노동에도 부의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개발 실패의 책임은 고용불안으로 이어진다. 노동자들은 이런 리스크를 안고 가는데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일할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일 시킬 권리 인 것 같다. 결국 손해는 많이 일하는 개발자들의 몫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마음을 이용해서 너무 개발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면 안된다.

 

- 노동이슈 만큼 젠더이슈도 뜨겁다. 특히 급진적 페미니즘과 마초이즘이 양극화되고 있는 지금의 게임산업을 바라보면?

 

일반 직장인 입장에서는 피로도가 굉장히 높은 문제이기도 하고, 괜히 말을 꺼내서 기분이 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왠만하면 젠더 이슈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기업의 풍경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사상검증 관련 사태가 결국 노동권의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규직도 권고사직이 가능한 때인데, 해고를 쉽게 만든다는 것은 안좋은 선례이다. 지금 일이 터지면 사람을 쉽게 자를 수 있는 이유는 결국 그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정규직이 아니기 때문이고, 이런 문제들이 계속 불거지다 보면 결국 한명 자르는 것으로 해결이 불가능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 사업주들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 방법이 꼭 해고여야 하는가? 해고를 하는 것은 모두에게 손해라는 생각이다.

 

- 실제 중국을 15년 동안 50번 넘게 출장을 다녀온 기자입장에서 여전히 중국은 노동환경 변화보다는 세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 이러다간 국내 게임산업 경쟁력이 없어질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을 많이 시켜서 경쟁력이 생길 것 같았으면 벌써 되었어야 했다. 장시간 노동으로 양산형 게임 개발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개발자들이 창의력을 발위해서 멋진 게임들을 만들 환경을 구성해주어야 한다. 크런치 모드 같은 것은 서양 선진국들이 더 심하다고 하지만 미국은 산업재해가 일어나면 수백억원의 징벌적 손해 배상이 들어가고, 영국은 기업 살인법이 있잖나. 이런 것을 따라하고 싶으면 그런 법들도 같이 와야 한다. 최후의 마지노선이라는 것이다.


- 최근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그렇고 주변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N사나 S사 노조가 열악한 게임산업 노동자 보다는 자사 노동자의 이익만 극대화 하는데 집중해서 서운했다고 한다. S사나 N사나 고용안정성이 나름 보장된 대기업인데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는?


근로 시간이 변경되거나 하면 근로자 대표를 선출해서 사측과 교섭하게 되는데, 노조가 있는 곳은 노조를 통해 대응하면 되지만, 없는 곳은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근로자 대표는 그야말로 '싸인 셔틀'밖에 되지 않는다.

노조가 생기기 시작한지 이제 1년 조금 넘었고. 외부활동을 넓히는 것은 시간문제다. 특히 첫번째, 두번째로 생긴 노조이고 선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 앞으로 국회에 입성하면 게임산업 노동환경을 어떻게 바꾸고 싶나?


여당인 민주당이 좋은 노동정책을 많이 내놓았지만, 아무래도 노동이라고 하면 바로 돈과 직결되기 때문에 보수 야당이나 여러 단체들의 반대를 뚫고 실행된 것은 별로 없는 편이다. 노동에 관련해서는 당론도 그렇고 정의당이 굉장히 강한 편이다. 정의당이 뒤에서 힘을 실어주면 더 나아가기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 최근 업계에서는 규제개혁당이란 이름으로 국회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거긴 어떻게 생각하나?


산업현장이 급격하게 자동화가 되고 있고, 노동자의 대량 실업이 우려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스티븐 호킹은 그 부가 어떻게 분배되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기계로 만든 부를 공유하게 된다면 누구나 호화로운 여가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고, 소유주가 독점을 하기 시작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참한 생활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에 대해 대응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는 고용 유지와 같은 개인적인 문제에 놓이게 되는데 그 해결책이 규제 완화냐면 그것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찾아보니 셋째자녀 지원 등의 복지정책이 있었는데, 지금 젊은이들이 한 명조차 낳지 않는데 셋째 자녀를 논할 때겠는가? 더 현실적인 복지정책이 필요할 것 같다.

 

- 본인을 지지하고 본인에게 투표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홍보해 달라

 

이미 게임 업계 경영진 출신이 있지만, 나는 게임 업계 노동자 출신으로서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중심을 두고 싶다. 보좌관이 게임을 좋아하는 것과 국회의원 본인이 좋아하는 것은 이해도가 다르지 않는가.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다른 산업처럼 기간 설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에 대한 보호장치가 적으면 사람이 갈리고, 지쳐서 결국 떠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것을 붙잡고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뉴스를 보면 게임을 질병이니, 문화니 하는 의견이 계속 부딪히고 있고, 게임의 좋지 않은 부분을 이용한 언론 플레이가 많다. 이러한 이슈들을 본인의 여론집중용 언론플레이에 써먹고 끝내는 것이 아닌 끝까지 잡고 늘어질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게임은 문화다고 당당히 소리칠 수 있는 스피커가 될 것이다.

 

 

김성태 / mediatec@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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