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 그래도 가고 사고 본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콘텐츠는 '성역'?
2019년 08월 12일 15시 55분 12초

일본의 경제도발에서 촉발 된 일본상품 불매운동. 이에 따라 맥주나 의류, 화장품, 담배 등 유형상품에는 뚜렷한 영향이 보이는 반면,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같은 무형상품에는 영향이 거의 미치지 않고 있다.

 

무형상품, 즉 콘텐츠 중 그나마 영향이 있는 것은 영화나 방송 쪽이다. 대원미디어는 8월 개봉 예정이던 도라에몽 최신 극장판인 '도라에몽: 진구의 달 탐사기'의 국내 개봉을 무기한 연기한 상황이다.

 

인기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의 최신작 '명탐정 코난: 감청의 권'은 7월 24일 개봉 이후 3주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업계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인 22만 명에 그치고 있다. 참고로 '명탐정 코난: 순흑의 악몽'은 52만 명, '명탐정 코난: 진홍의 연가'는 45만 명, '명탐정 코난: 제로의 집행인'은 42만 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방송가에서도 일본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EBS는 지난달 27일 '세계의 명화'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을 편성했지만 세르지오 레노에 감독의 '석양의 건맨'으로 변경했다. 또 '배틀트립', '짠내투어', '집사부일체' 등 여행을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은 일본 지역을 소재로 하지 않고 있다. 영화 채널인 OCN, 채널 CGV 등도 일본 영화 편성을 자제하고 있다.

 


(좌) 도라에몽: 진구의 달 탐사기, (우) 명탐정 코난: 감청의 권

또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쪽에서도 '항일'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내에도 든든한 팬층이 존재하는 '에반게리온'은 최근 캐릭터 디자이너가 '혐한' 인증을 하며 팬들에게 충격을 줬다. 원화 및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자신의 트위터에 아이치 트리엔날레 소속 미술전 '표현의 부자유전'에 전시됐던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모욕한 것은 물론, 그 다음 날에는 "에반게리온 신작을 기다리는 한국인들에게"라며 "보고 싶으면 봐도 되고 보기 싫으면 안 봐도 돼. 근데 보지 말라고 해도 볼거잖아 ㅋ"라며 조롱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에반게리온 팬들은 아예 등을 돌린 상태. 한 누리꾼은 "아무리 창작자들 따로, 작품 따로라고는 하지만 이런 속내를 가진 제작자가 만든 작품을 소비하며 배 불려주는건 말도 안된다"며 분개했고, 다른 누리꾼은 "에반게리온 팬인데 하... 너무 최악이다"라며 허탈감을 표했다.

 


(좌) 2020년 개봉 예정인 에반게리온:3.0+1.0, (우)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트윗

 

이에 따라 다른 애니메이션 작가나 원작 소설가 등의 혐한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는 상황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는 분야가 있다. 바로 게임과 프라모델, 피규어 등 굿즈 분야다.

 

지난 7월 28일 도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원더 페스티벌'에 대한 국내 커뮤니티의 관심은 여전했다. '원더 페스티벌'은 피규어 판매 행사로, 한 회당 단 하루 동안만 열리기 때문에 '한정상품'을 구매하려는 이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이었던 7월 29일, 국내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원더 페스티벌' 게시물은 조회수가 18만회에 이르렀고 추천 게시물로 보여졌다. 댓글들을 살펴보면 "불매 강요충 역겹다", "매년 매 분기 올라오는 게시물인데 왜 비난하는지 모르겠다" 등 '불매운동이 무슨 상관이냐'는 듯한 뉘앙스의 글이 대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영향이 없다고 보고 있다. 모형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 매출과 총판 주문량이 줄고 있지만, 일본 불매 운동으로 매출이 줄어들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소규모 매장이 정리되면서 매출이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 국내에서 가장 콘솔게임 타이틀 판매가 활발한 오프라인 매장 역시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한 바 있으며, 온라인 유통사이트에서도 딱히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서울의 한 특급 호텔은 가족 이용객을 대상으로 '닌텐도 스위치' 체험 프로모션을 진행 중에 있다. ​ 

 


(좌) 원더 페스티벌 안내 이미지 (출처=굿스마일 컴퍼니),

(우) 그랜드 힐튼 서울에서 운영 중인 닌텐도 키즈 플레이 라운지 (출처=그랜드힐튼서울)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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