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 대형 M&A 어떤게 있나?

넥슨 매각 이슈로 돌아보는 업계 '빅딜'
2019년 01월 07일 14시 05분 46초

넥슨 매각 이슈가 화제다. 김정주 NXC 대표가 자신과 부인이 보유한 지분 98.64%를 전량 매각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게임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매각가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번에는 어떤 '빅딜'이 성사 될 것인지, 어떤 기업이 인수에 나설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전에 게임 업계에서 있었던 대형 인수합병 사례를 살펴보면 성공적인 사례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례들도 많았다.

 

샨다는 2004년 액토즈소프트에 이어 2010년 아이덴티티 게임즈를 인수했다. 액토즈소프트는 이종현 전 사장의 지분 29%를 9170만 달러에, 아이덴티티게임즈는 전체 지분 100%를 1억달러에 사들였다. 샨다는 양사의 대표작 '미르의 전설2'와 '드래곤네스트'를 중국 현지에서 서비스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특히 '미르의 전설 2'를 통해 고속성장한 샨다는 부족한 기술력 보완을 위해 국내 업체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2월에는 손에셋매니지먼트가 보유한 그라비티의 지분 52%를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가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인수 금액은 3700만 달러에 달한다. 당시 겅호는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온라인'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96.3%에 달하고 있었던만큼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후에는 당시 기대작이던 '라그나로크 2'의 일본 서비스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겅호의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다.

 

넥슨은 2008년, 네오플의 지분 100%를 3852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매우 높은 가격이라는 평이었지만, 현재로써는 넥슨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M&A로 꼽힌다.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는 2017년 한 해 동안 중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이 1조574억원에 달한다. 매 분기 실적 발표 때 마다 기대치를 상회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계속해서 전년대비 두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넥슨의 네오플 인수는 '대박'이었지만, '흑역사'가 된 빅딜도 있다. 2012년 365억 엔을 들여 100% 인수한 일본 모바일 게임 개발사 글룹스가 그렇다. 글룹스는 2010년 초 모바게 플랫폼에서 처음 모바일 게임을 선보인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었으나 넥슨이 인수한 이후 일본 모바일게임 환경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빠른 속도로 넘어간 데 반해 글룹스의 대응이 늦어지면서 실적 또한 하락하기 시작해 손상차손이 대폭 증가, 넥슨의 흑역사로 꼽힌다.

 

엔씨소프트는 2012년 엔트리브소프트의 지분 76%를 1085억 원에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엔씨소프트의 유일한 인수합병 사례로, 캐주얼 장르 강화를 위해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엔트리브소프트는 야구게임 ‘프로야구 매니저’와 ‘팡야’,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 등 캐주얼 장르와 스포츠 게임에 특화된 업체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엔씨소프트에 인수된 이후 계속해서 적자 행진이 지속됐으며, '프로야구 H2'로 좋은 성적을 냈으나 만성적자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태이다.

 

2013년 당시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던 게임빌이 컴투스를 인수 한 것도 성공적인 인수합병 사례로 꼽힌다. 게임빌은 9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난 후 컴투스를 70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판도가 바뀐 이후 침체되어 있던 양사 모두에게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배경에서다. 당시 컴투스의 주가는 7만원이었던 것이 2만원 대로 떨어졌을 만큼 침체기였다. 그러나 컴투스는 2014년 '서머너즈워'로 대박을 터트렸다. 특히 해외에서 선전하면서 현재는 모회사인 게임빌보다 실적이 월등히 좋은 상황이다.

  


 

라인의 국내 게임사업 특화 조직인 라인게임즈는 2017년 넥스트플로어의 지분 51%를 인수하고 넥스트플로어의 김민규 대표를 라인게임즈의 신임대표로 선임했다. 넥스트플로어는 전문개발사로 탈바꿈, 경영과 사업에 관련 된 임직원들은 라인게임즈로 이동하게 됐다. 이어 라인게임즈는 2018년 8월, 넥스트플로어 및 넥스트플로어 지하연구소를 완전히 합병했다.

 

국내 업체가 해외 대형 업체를 인수한 사례도 있다. 펄어비스는 2018년 9월, CCP게임즈를 2524억 원에 인수했다. CCP게임즈는 SF MMORPG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브 온라인(EVE Online)’의 개발사로, 최근에는 ‘이브 온라인’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프로젝트 갤럭시’를 개발 중이다. 또 펄어비스와 CCP게임즈는 독립적인 스튜디오로 운영하되 시너지를 내기 위한 다양한 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블리자드의 모회사 비벤디는 2007년, 액티비전을 17조원에 인수하고 사명도 ‘액티비전 블리자드’로 변경하는 등 자회사인 블리자드와 재정적, 전략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콘솔 시장과 온라인 게임 시장 모두를 아우르는 대형 회사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2012년 7월, 비벤디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지분 61%를 시장에 내놓았고 MS, EA, NXC, 텐센트 등이 물망에 올랐으나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없어 결국 자사주 매입을 통해 독립회사가 됐다.

 

중국의 텐센트는 수퍼셀, 라이엇게임즈, 에픽 게임즈 등 해외의 굵직한 기업을 인수하면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클래시 오브 클랜'으로 유명한 모바일 게임 업체 수퍼셀은 86억 달러에 지분 84.3%를 인수했으며, '리그 오브 레전드'로 잘 알려진 라이엇게임즈는 2011년 지분 50%를 인수한데 이어 2015년 100%를 인수하면서 완전자회사로 삼았다. 라이엇게임즈에 들어간 돈은 조 단위 이상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2012년에는 에픽게임스 지분 40%를 3억 3천만 달러에 추가 인수하면서 전체 지분이 48.4%가 되어 최대주주가 됐다. 참고로 텐센트는 자회사의 경영에는 일절 간섭하지 않고 있으며, 국가를 막론하고 장래가 유망하다고 판단 되는 기업에는 규모를 막론하고 투자를 서슴치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기업 중에는 크래프톤의 2대 주주이며, 넷마블의 3대 주주, 카카오의 3대 주주이다.

 


 

'Eat All'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EA의 인수합병은 공격적이다. 그러나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게 끝났다. 오리진과 웨스트우드가 대표적이다.

 

1992년 9월 EA는 3500만 달러에 오리진 시스템즈를 사들였다. 울티마 시리즈를 통해 'MMORPG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리차드게리엇의 오리진 시스템즈는 과거에는 EA와 적대적관계였으나 '울티마7' 개발 당시 막대한 비용과 계속되는 출시연기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자 결국 EA와의 인수합병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후 출시작은 EA의 통제하에 최악의 결과물이 되면서 리차드 게리엇은 회사를 퇴사하게 됐으며, 자체 개발팀과 프로젝트도 모두 사라지면서 현재는 껍데기만 남아 EA의 게임 판매용 플랫폼이 됐다.

 

이어 1998년에는 웨스트우드를 1억 22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웨스트우드는 로드워 2000, 마스 사가, 녹스, 듄2, 듄 200,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개발사로, EA 편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NOX와 레드얼럿2 등의 게임을 발매했다. 그러던 중 2003년에 1인칭 슈팅 게임 커맨드 앤 컨커 레니게이드를 마지막으로 웨스트우드는 폐쇄되었다. 2008년 EA의 존 리치티엘로(John Riccitiello) 회장은 웨스트우드와 불프로그(Bullfrog), 오리진(Origin)의 인수에 대해서 “우리 EA가 그들을 망쳐놓았다. 상당한 기간 동안 나는 이들 기업의 인수에 직접 관여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망쳤다고 말할 수 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2007년에는 바이오웨어와 팬더믹 스튜디오의 지주회사인 VG홀딩을 7억 7500만 달러에 매입했다. 인수 이후 바이오웨어는 '매스 이펙트',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 '매스 이펙트 2', '스타워즈: 구공화국' 등을 발매하면서 꾸준히 히트작을 내놓았으나 '드래곤 에이지 2' 이후 상당기간 동안 침체기를 겪고 있다. 스튜디오 해체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는 만큼 2019년 발매 될 예정인 '앤썸'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지=pitchbook.com)

 

급성장한 일본 게임 기업들은 2000년대 침체기에 합병을 통해 안정을 찾았다. '파이널 판타지'의 스퀘어와 '드래곤 퀘스트'의 에닉스가 합병한 것은 2003년. 게임 개발에 주력하고 있던 스퀘어와 퍼블리싱 중심이었던 에닉스는 서로 상호 보완이 가능하다고 판단, 합병을 결정하게 됐다. 당시 주식 평가나 법인 계승 면에서 보자면 에닉스가 스퀘어를 흡수하는 형식이었으나 스퀘어 쪽을 배려하여 스퀘어 에닉스가 됐다.

 

스퀘어 에닉스는 이후 2005년 아케이드 게임의 명가 타이토를 451억 6천만엔에 인수했으며, 2009년에는 툼 레이더 시리즈와 히트맨 시리즈, 데이어스 엑스 시리즈로 유명한 에이도스 인터랙티브를 8430만 파운드에 인수했다. 스퀘어에닉스는 서구권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에이도스 인수를 결정했으며, 에이도스는 이후 스퀘어에닉스 유럽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반다이는 지난 2006년 남코를 인수하면서 게임 개발력을 강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유명 애니메이션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반다이와 개발력을 인정받은 남코의 만남은 가히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건담, 원피스, 드래곤볼 IP를 활용한 게임들은 발매 될 때 마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지속적으로 성장, 2017년에는 전세계 게임 기업 중 10위, 일본 게임 기업 중 3위를 차지했다. 1위는 소니, 2위는 닌텐도였다.

 


(이미지=뉴주)

 

코에이와 테크모는 2009년 합병을 마쳤다. 코에이는 '무쌍' 시리즈로 유명한 개발사고 테크모는 'Dead or Alive' 시리즈로 유명한 개발사여서 팬들의 우려가 상당했으나 각 스튜디오의 색이 뚜렷하고 작품도 호평을 받고 있다. 참고로 양사의 합병은 2008년 9월 4일부터 결정된 것으로 테크모는 당시 인수의사를 밝혔던 스퀘어에닉스의 제안을 거절하고 코에이와의 합병추진을 발표했다.

 

한편, 이례적인 주식 스왑으로 양사가 크게 성장한 사례도 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15년,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의 주식 9.8%를 약 3802억 원에 사들이면서 4대 주주가 됐다. 반대로 넷마블게임즈는 엔씨소프트의 주식 8.9%를 3911억 원에 매입하면서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 제휴를 통해 넷마블게임즈는 '리니지2 레볼루션'을 내놓게 됐고 2017년에는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업계 1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로열티 수입으로 1천억원, 주식 배당금으로 21억원을 받을 수 있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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